‘FA컵 탈락’ 맨유, 아스날전 엉성한 플레이로 자멸
고질적인 수비불안 드러내며 아스날에 1-2 패
9년 만에 홈구장서 굴욕..데 헤아 선방 유일한 위안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그립기만 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10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4-15 잉글리시 FA컵' 아스날과의 8강전에서 1-2로 패했다.
특유의 강인함을 오간 데 없고 엉성함 그 자체였다. 경기력의 문제를 떠나 맨유 스스로 무너진 경기였다. 수비 불안, 어리석은 퇴장, 전술 부재 등 모든 게 복합적으로 뒤엉켜 아스날에게 4강 티켓을 헌납하고 말았다.
맨유는 올 시즌 내내 수비 불안에 시달렸다. 지난해 여름 맨유 지휘봉을 잡은 루이스 반 할 감독은 네마냐 비디치, 리오 퍼디난드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형 센터백 보강 없이 시즌을 맞이했다.
하지만 필 존스, 크리스 스몰링, 조니 에반스 등 맨유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젊은 수비수들의 성장세가 더뎠고, 수비의 리더가 돼줄 적임자가 있을 리는 만무했다.
전반 26분 선제골 실점 장면에서 맨유 수비진은 우왕좌왕했다. 페널티 박스 아크 부근에서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의 드리블 돌파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 체임벌린은 수비 3명을 벗겨내며 왼쪽의 나초 몬레알에게 패스를 내줬고, 몬레알은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손쉽게 골을 성공시켰다.
맨유는 전반 29분 웨인 루니의 동점골로 따라붙으며 경기를 팽팽하게 끌어나갔다. 그러나 후반 16분 또 다시 수비진에서 실수가 나왔다. 이번에는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백패스가 문제였다. 공을 가로챈 대니 웰벡은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를 따돌린 뒤 빈 골문으로 가볍게 밀어넣었다.
맨유는 전반 초반에도 수비수들의 불안한 볼 처리로 아스날에게 볼 소유권을 내주는 등 답답함을 노출했다. 이러한 증상은 시즌 내내 지속되고 있다.
맨유의 불안한 수비 조직력에도 리그 4위로 버텨내고 있는 원동력은 데 헤아 골키퍼 덕분이었다. 데 헤아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매 경기 슈퍼 세이브를 연출하고 있다. 아스날전에서도 두 차례 환상적인 방어가 아니었다면 대패로 갈 수 있는 흐름이었다.
맨유의 한심한 플레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영입 선수인 앙헬 디 마리아가 후반 32분 퇴장을 당했다. 디 마리아는 경고를 준 올리버 주심에게 항의하던 중 옷을 잡아당기면서 또 다시 경고를 받았다. 어이없는 퇴장으로 수적인 열세를 떠안은 맨유는 추격 의지를 상실했다.
퍼거슨 감독이 이끌던 맨유 시절과는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다. 맨유는 2006년 이후 9년 만에 올드 트래포드 홈구장에서 아스날에 패했고, 아스날과 동률이었던 FA컵 최다 우승 기록(11회)을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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