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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그리고 벨’ 파펠본이 택한 2개의 곡


입력 2015.03.14 07:18 수정 2015.03.15 08:39        데일리안 스포츠 = 최영조 객원기자

보스턴-필라델피아서 팀 상징 음악 배경으로 출격

MLB 마무리 최대규모 FA 계약 기록의 주인공

파펠본 계약서엔 17개 팀에 대한 트레이드 거부권이 명시돼있다. ⓒ 게티이미지

메이저리그(MLB)에서 마무리 투수가 출격할 때는 어김없이 등장 음악이 울려 퍼진다.

메이저리그 통산 325세이브로 이 부문 역대 16위, 현역 선수로 좁히면 조 네이선(376세이브),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즈(348세이브)에 이어 당당히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조나단 파펠본(35) 역시 상징적인 등장 음악이 있다. 바로 보스턴 시절 드랍킥 머피스의 'I'm Shipping Up to Boston'과 필라델피아 시절 메탈리카의 'For Whom the Bell Tolls'다.

보스턴 레드삭스- I'm Shipping Up to Boston

미시시피 주립대를 나온 파펠본은 2003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문했다. 2005년 7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는데 당시는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이후 두 번의 추가 선발등판 이후 그의 보직은 결국 선발이 아닌 불펜이었다. 이듬해인 2006시즌 파펠본은 곧장 보스턴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가 됐다. 부상과 부진의 악재로 이름값을 못하게 된 키스 폴크의 빈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

그렇게 '루키' 파펠본은 보스턴의 마무리 자리를 꿰찼고 4승2패35세이브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시즌 평균자책점 0.92는 단연 눈부셨다. 이런 활약으로 AL 신인왕 투표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저스틴 벌랜더에 이은 2위에 올랐다.

2007시즌에도 1.85의 평균자책점과 37세이브로 보스턴의 뒷문을 지킨 파펠본은 월드시리즈에서도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2·3·4차전에서 모두 세이브를 올리는 활약으로 팀의 우승에 일조했다. 특히, 4차전에서 마지막 타자 세스 스미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월드시리즈 우승의 순간을 만끽하기도 했다.

이후 2008시즌 41세이브, 2009시즌 38세이브를 올리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가 됐고, 4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되는 것은 물론 보스턴 역사상 4년 연속 30세이브 시즌을 기록한 최초의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2009시즌에는 밥 스탠리(132세이브)를 넘어 프랜차이즈 세이브 신기록을 수립했다.

당시 펜웨이 파크에서 파펠본의 등장을 알리던 음악은 드랍킥 머피스의 'I'm Shipping Up to Boston'. 노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곡은 보스턴 마무리 투수의 등장음악으로는 안성맞춤이다. 독특한 인트로와 짧은 가사가 인상적이며 야구장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경쾌한 곡이다. 보스턴이 있는 메사추세츠주 출신의 이 밴드는 이미 'Tessie'라는 레드삭스 응원곡으로 홈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펜웨이 파크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다.

파펠본은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6년간 219세이브를 올렸지만 그렇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채 정든 보스턴을 떠나게 됐다. ⓒ 데일리안 최영조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파펠본은 2010시즌 45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8번이나 블론 세이브를 저지르며 불안했고, 무려 7패를 당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파펠본의 시즌 평균자책점 3.90은 그의 망가진 2010시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2011시즌에는 다소 줄어든 31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 2.94로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특히, 파펠본은 359경기 만에 통산 200세이브를 달성했는데 이는 마리아노 리베라(382경기)보다 23경기나 빠른 역대 최고의 페이스였다. 하지만 현재 크레익 킴브렐(애틀랜타)이 294경기 186세이브를 기록 중이라 올 시즌 중 파펠본의 기록을 깰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렇게 2011시즌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시즌 마무리는 최악이었다. 바로 포스트시즌 진출의 사활이 걸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3-2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실점해 패전투수가 된 것.

이 패배가 더욱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당시 보스턴은 이날 경기 전까지 탬파베이와 AL 와일드카드 순위에서 90승 71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패배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완전히 좌절됐다. 반면 탬파베이는 이날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초반 0-7 열세를 딛고 추격한 끝에 9회말 대타 댄 존슨이 극적인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려 결국 7-7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연장 12회말 에반 롱고리아의 끝내기 홈런으로 8-7 극적인 승리를 거둬 보스턴의 상실감은 더 컸다.

파펠본은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6년간 219세이브를 올렸지만 그렇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채 정든 보스턴을 떠나게 됐다. FA자격을 취득한 그는 결국 필라델피아와 4년간 50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아직까지도 FA 역사상 마무리 투수로는 최대 규모의 계약으로 남아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For Whom the Bell Tolls

2012시즌 개막을 앞두고 드랍킥 머피스의 리드 보컬 켄 케이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I'm Shipping Up to Boston'은 보스턴을 상징하는 곡이기 때문에 필라델피아로 떠난 파펠본이 더 이상 이 곡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와는 무관하게 어차피 필라델피아에서 새 출발을 하는 파펠본에겐 새로운 음악이 필요했다. 앨리스 인 체인스의 'Man In the Box', 마릴린 맨슨의 'Antichrist Superstar' 등을 거쳐 결국 메탈리카의 'For Whom the Bell Tolls'를 자신의 새 등장음악으로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파펠본 합류에도 필라델피아는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11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2012년 NL동부지구 3위, 2013시즌 4위, 2014시즌엔 최하위로 처졌다. 이적 첫 해인 2012시즌 파펠본은 38세이브를 기록했지만 2013시즌엔 무려 7번의 세이브 기회를 날리며 단 29세이브에 그쳤다. 2014시즌엔 다시 39세이브를 올리며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궜다. BABIP이 0.247에 불과해 유난히 낮은 영향도 있었지만 그의 피안타율은 0.191에 불과했다. 특히, 6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선 통산 300세이브를 달성하기도 했다.

파펠본은 패스트볼-슬라이더-스플리터를 던지는데 필라델피아로 넘어온 이후 패스트볼 구속이 4마일 가량 하락했다. 2011시즌 95마일을 기록했던 패스트볼 스피드는 이후 93.8마일(2012)- 92마일(2013)- 91.3마일(2014)까지 눈에 띄게 저하됐다. 구위가 반감되자 구사비율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2011시즌 75퍼센트에 달했던 패스트볼 구사비율은 같은 기간 71(2012)- 70(2013)- 68(2014) 퍼센트까지 덩달아 떨어졌다(출처: Fangraph.com).

파펠본의 등장음악 'For Whom the Bell Tolls'는 스래시 메탈의 명반으로 손꼽히는 메탈리카의 2집 'Ride the Lighting'에 수록된 곡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올리나'라는 제목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동명 장편소설에서 따왔다. 특히, 이 곡은 종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클리프 버튼의 베이스 인트로가 매우 인상적인데 이펙터를 먹은 베이스소리가 마치 전자기타처럼 들린다.

필리스 선수들이 홈런을 치거나 팀이 승리하면 이 종이 울림과 동시에 불이 들어오며 좌우로 움직인다. ⓒ 데일리안 최영조

이 곡의 강력한 사운드가 필라델피아 홈구장을 가득 메워 더 의미가 있었는데 바로 필라델피아는 과거 미국의 독립선언이 공포된 도시로 한때 미국의 수도이기도 했다. 당시 미국 독립선언문이 공포됐을 때 바로 자유의 종이 울렸고,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홈구장 시티즌스 뱅크 파크 외야에는 종 모양의 대형 조형물이 있다. 필리스 선수들이 홈런을 치거나 팀이 승리하면 이 종이 울림과 동시에 불이 들어오며 좌우로 움직인다.

이런 필라델피아와 종의 연관성을 볼 때 이 곡은 파펠본의 등장음악으로 손색이 없었다. 아쉽게도 2014시즌 초 파펠본은 등장음악을 다른 음악으로 바꿨지만 필라델피아에서 그를 상징하는 곡은 바로 'For Whom the Bell Tolls'였다.

한편, 파펠본은 계약의 마지막 해인 2015시즌 1300만 달러를 받고 2016시즌은 베스팅 옵션이 걸려있다. 베스팅 옵션은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키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옵션을 말하는데 파펠본의 조건은 2014-15시즌 100경기를 마무리 지으면(GF-Games Finished) 2016시즌 1300만 달러의 계약이 자동으로 실행된다.

이미 2014시즌 52경기를 마무리한 파펠본으로선 올 시즌 48경기만 마무리 지으면 추가로 1년 계약이 늘어나는 셈이다. 부상과 같은 변수만 없다면 이 기록은 달성이 거의 유력하다.

파펠본은 부상 없이 2015시즌을 마치면 로베르토 에르난데스(326), 프란시스코 코데로(329), 존 웨틀랜트(330), 롤리 핑거스(341), 랜디 마이어스(347), 트로이 퍼시벌(358)까지 제치고 역대 세이브 순위 10위까지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리빌딩으로 가닥을 잡은 필라델피아 구단입장에서 이 옵션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게다가 현재 필라델피아는 지난 시즌 셋업맨으로 3승 1패, 평균자책점 1.18로 빼어난 성적을 거둔 켄 자일스를 미래의 마무리로 낙점했다. 자일스는 2014시즌 45.2이닝 동안 패스트볼-슬라이더 조합으로 6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따라서 현재 에이스 콜 해멀스와 마찬가지로 파펠본 역시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고, 실제 트레이드 루머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현재 파펠본의 계약서엔 17개 팀에 대한 트레이드 거부권이 명시돼있다. 현재 그의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토론토 역시 그 목록에 들어있지만 파펠본은 이미 이기는 팀으로 가기 위해선 트레이드 거부권도 기꺼이 풀 의사가 있음을 밝혀둔 상태다. 따라서 파펠본이 필라델피아에 남을지 새로운 유니폼을 입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영조 기자 (choiyj2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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