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KIA 최희섭, 백의종군 효과 나타나나
연봉 백지위임 등 자존심 내려놓고 시즌 준비
시범경기 4안타 3타점 맹타..김기태 감독 기대
최희섭(36·KIA)은 KIA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애증의 선수다.
2009년 KIA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으로 맹활약했지만, 이후 거듭된 부상과 부진으로 장기간 시련의 계절을 보냈다. 팀 이탈과 불화설, 은퇴설 등 수많은 구설에 휩싸이며 팬들에게도 좋지 못한 이미지를 남겼다.
새해 초마다 '최희섭, 올해는 반드시 부활한다' '등산하며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기사들이 예전 것을 복사하듯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시즌 개막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최희섭의 모습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선동열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절은 최희섭에게 특히 암흑기였다. 사실상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되며 1군에서 거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시간이 길었다. 끝없이 재활을 반복 중이라는 소식만 들려올 뿐이었다.
이대로 사라지는 듯했던 최희섭은 올 시즌 김기태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KIA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 최희섭은 지난해 11월 자원 참가한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훈련부터 오키나와 전지훈련까지 충실하게 훈련을 소화하며 절치부심했다.
김기태 감독은 최희섭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시범경기 특성상 많은 선수들이 교체되기 마련이지만 김기태 감독은 오랫동안 실전감각이 떨어져 있던 최희섭에게 한 타석이라도 더 출전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자신감을 찾게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단지 노장 선수에 대한 배려를 넘어 다음 시즌 최희섭을 4번 타자 후보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는 들었어도 건강한 최희섭은 여전히 매력적인 거포다. 지난 몇 년간 야구에 대한 의욕을 잃었던 최희섭으로서도 김 감독의 믿음만큼 좋은 동기부여는 없었다.
최희섭은 시범경기에서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11일 포항 삼성전에서 시범경기 처음으로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12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4번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 2타점으로 첫 타점을 신고했다. 1점차로 쫓기던 8회 2사 2·3루에서 최희섭이 쐐기를 박는 좌전 2타점 적시타다.
최희섭은 이범 시범경기에서 4경기 11타수 4안타 3타점의 괜찮은 성적을 올리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물론 최희섭을 바라보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시범경기의 활약을 비꼬기도 한다. 그만큼 최희섭에 대한 곱지 않은 선입견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희섭도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을 잘 알고 있다. 연봉 백지 위임 끝에 7000만원에 ‘백의종군’할 만큼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으며 ‘야구 올인’을 선언했다.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최희섭의 부활은 올 시즌 KIA 재건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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