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 "지성과 또 다시 작품 섭외 들어온다면?"(인터뷰)

부수정 기자

입력 2015.03.16 10:08  수정 2015.03.23 10:38

'킬미 힐미' 오리진 역…지성과 케미 또 극찬

'힐링'한 작품, 순간순간 감사하는 배우 되고파

최근 종영한 MBC '킬미, 힐미'에서 오리진 역을 맡아 열연한 황정음. ⓒ MBC

"작품을 결정할 때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미리 생각하는 편인데 '킬미, 힐미'를 통해 원하는 걸 얻었어요. 제 꿈이 중국 공주인데, 중국 진출의 길이 열린 것 같아요. 제가 은근히 계산적이거든요. 하하."

취재진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자칫 '위험한 발언'이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꾸밈이 없었다. 드라마 속 오리진처럼 말이다. 지난 13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황정음을 만났다.

힘들었지만 '힐링'받은 드라마
'킬미, 힐미'는 다중 인격장애를 앓는 재벌 3세 차도현(지성)과 정신과 의사 오리진(황정음)의 로맨스를 그렸다. 지성과 황정음이 KBS2 '비밀'(2013) 이후 다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다.

드라마는 무려 7개의 인격을 지닌 차도현을 통해 인간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건 '위로'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어려운 소재를 탄탄한 필력으로 그려낸 진수완 작가, 섬세한 연출로 심장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한 김진만·김대진 PD,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수목극 1위를 차지했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화제성 면에서 단연 최고였다. 비슷한 소재로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던 경쟁작 '하이드 지킬, 나'에 완승한 것.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끝낸 황정음은 신이 나 보였다. "저는 작품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이렇게 기다린 드라마는 처음이었다"는 황정음은 "훌륭한 감독님, 작가님에 감동했다"며 "도현이와 리진이처럼 '힐링'했다"고 털어놨다.

극 중 도현과 리진은 어린 시절 학대를 받은 상처를 지니고 있다. 어른들의 욕망 때문에 끔찍한 상처를 받은 도현은 7개 인격을 갖게 됐고, 리진은 기억을 잃었다. 이후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이렇게 말한다. 네 탓이 아니라고.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어린 시절의 저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지금의 저를 만든 게 그때 경험이라는 것도 느꼈고요. 아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이나 함께한 지성과 관련해서 "친오빠가 생긴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배우로서 배울 점이 많은 선배예요. 사람의 영역을 넘어선 분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죠. 지성 오빠의 연기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러면서 지성이 맡은 7개 인격 캐릭터가 부러웠다고도 했다. "5년 뒤 연기 내공이 생기면 하고 싶어요. 감독님께 시즌2 때는 제가 하겠다고 했어요." 지성과 함께하고 싶으냐고 묻자 "어우, 또 하고 싶죠. 근데 저도 결혼하고 4년 후쯤에요?(웃음)"

7개 인격을 소화한 지성도 힘들었겠지만 그를 받아준 황정음도 만만치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남자를 어찌 감당했을까.

"여러 인격의 눈을 맞추는 데 에너지를 많이 썼어요. '지붕 뚫고 하이킥'(2009) 이후 코믹을 안 했던 이유는 더는 보여줄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 인생에서 쓸 수 있는 에너지를 그때 다 썼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상대역이 그러니 어쩔 수 없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자살을 시도하는 요섭이를 말리는 장면에서 나왔다. "돌연변이가 아니야.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누구나 마음속에 여러 사람이 살아. 죽고 싶은 나와 살고 싶은 내가 있어. 포기하고 싶은 나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내가 매일매일 싸우면서 살아간다고." 연예인으로 사는 게 너무 행복하지만, 또 한편으론 너무 고통스러워서 공감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종영한 MBC '킬미, 힐미'에서 오리진 역을 맡아 열연한 황정음. ⓒ MBC

'사이즈론' 펼치는 연기자
사실 '킬미, 힐미'는 시작부터 7개 인격을 지성이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관건인 작품이었다. 지성에게 관심이 쏠렸던 건 당연했다. 제작발표회에서 황정음은 이런 말을 했다. "캐릭터마다 각자의 사이즈가 있어요. 이번 드라마는 제가 여기서 욕심을 부리면 드라마 자체가 망가져요. 다 각자의 사이즈가 있는 거예요. 이번엔 지성 오빠를 밀어주기로 했어요."

배우가 이런 말을 하기란 쉽지 않다. 자기가 돋보이려고 욕심내는 상황이 연출되는 게 드라마 현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배우들 사이에선 더더욱 그렇다.

"예전엔 연기에 욕심을 냈어요. '비밀'이 잘 되고 정점을 찍고 싶어 '끝없는 사랑'을 했는데 '연기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라고 절실히 깨달았어요. 그러다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고 처음부터 지성 오빠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욕심부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편하기도 했고, 또 아쉽기도 했어요."

황정음은 '비밀'의 예상 밖 성공으로 많은 걸 누렸다. 자만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이 된 자신을 발견한 그는 '끝없는 사랑'의 실패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칭찬받고 '으쓱'해졌는데 뜻대로 되지 않은 작품을 만난 거죠. 관심을 받는 주인공이지만 양보할 땐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장면의 의도를 따라가야 하는데 욕심을 부리면 모든 게 틀어지고 작품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죠. 결국엔 저한테 화살이 돌아옵니다."

이후 마음을 다잡은 그는 '킬미, 힐미'를 해야 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했다고. "이번 드라마를 통해 목표를 이뤘다"는 그는 "지성 오빠의 뛰어난 연기를 이길 순 없다"며 "욕심 내면 될 것도 안된다"며 미소 지었다.

"세상에서 드라마 작업이 제일 힘들다"고 토로한 그는 "그래도 훌륭한 작품을 찍고, 좋은 배우로 거듭나고, 팬들의 사랑을 받는 지금 이 상황이 감사하다"고 했다.

"드라마는 저 혼자 잘났다고 잘 되는 게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이 모여서 만드는 건데 정말 지치고 어려워요. 제가 주연을 따기 위해 노력한 그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참고 견뎌야죠."

최근 종영한 MBC '킬미, 힐미'에서 오리진 역을 맡아 열연한 황정음. ⓒ MBC

"슈가·'골든타임' 인생의 실수"
걸그룹 슈가 출신인 황정음은 배우 데뷔 초반에 '발연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에덴의 동쪽'(2008), '자이언트'(2010), '내 마음이 들리니'(2011)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여러 장르에 도전했다.

권석장 PD, 이선균과 함께한 '골든타임'도 필모그래피 중 하나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이 작품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연기 인생을 찬찬히 돌아본 그는 슬럼프가 언제였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슈가와 '골든타임'을 한 건 인생의 실수"라며 과감한 발언을 했다.

황정음도, 소속사 관계자도, 기자들도 '빵' 터졌다. "당시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지금의 황정음을 만든 건 슈가와 '골든타임'이에요. 사람은 고생을 해봐야 성장하고 큰 사람이 된다는 걸 느꼈죠. 전 아직 멀었어요. 고생 더 해야죠."

그러면서 슈가 멤버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모두 힘들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도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요. 멤버들끼리 사이좋아요.(웃음)"

슈가 때 황정음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다. 아무리 힘든 순간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레 지나가고, 어떠한 실패도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걸 지금의 황정음은 알고 있었다.

"슈가 시절을 생각하면 제게 주어진 이 모든 상황을 감사해야 합니다. 순간순간 행복하고 즐기고도 싶고요. 100% 만족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감사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황정음에겐 9년 연인이자 베스트 프렌드인 김용준이 있다. 20대 초반에 만난 이들도 어느덧 30대 결혼할 나이를 먹었다. 황정음에게 김용준과 관련된 질문은 늘 따라다닌다. 이번엔 결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33~34세 때는 하고 싶어요. 그때 제 옆에 있는 남자랑 할 거예요."

김용준과 할 것이냐고 묻자 "용준이가 될 수도 있지만 식장에 들어갈 때까진 몰라요"라고 배시시 웃는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말한다. "용준이랑 할 거예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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