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5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후보로 꼽히던 서울 SK를 3전 전승으로 제압하고 4강에 오른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다.
전자랜드는 유도훈 감독이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2010-11시즌부터 올해까지 구단 역사상 첫 5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4강행만 벌써 세 번째다.
또 올 시즌은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6위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서 3위팀을 3전 전승으로 스윕하고 올라오는 새로운 역사를 세웠다. 전자랜드는 올해 6강 진출 팀 중 유일하게 5할(25승 29패)에 못 미치는 승률을 기록했다. SK(37승17패)와의 정규시즌 승차는 무려 12경기나 됐고 상대전적에서도 2승4패로 밀렸다.
결과만이 아니라 내용 면에서 역대 플레이오프 사상 손꼽을만한 명승부였다. 전자랜드는 2·3차전에서 연이어 치열한 공방전 끝에 패색이 짙던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과시했다.
야구와 축구 시즌 개막과 함께 농구 플레이오프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떨어질 것을 우려했던 농구계에서 전자랜드의 선전과 연이은 명승부는 팬들의 시선을 돌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전자랜드의 승리는 KBL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전자랜드는 오랜 세월 프로농구계의 변방에 머물러왔다. 역대 최고 성적이 정규시즌 준우승 1회와 플레이오프 4강에 그쳤고, 챔피언결정전에는 단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유일한 구단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구단 운영이 어려워 매각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유도훈 감독 부임 이후 자신들만의 확고한 색깔과 매력을 지닌 프로농구의 '언더독'으로 떠올랐다. 매년 플레이오프 진출도 어려울 것이라던 예상을 뒤집고 벌써 5년째 6강 플레이오프에 개근하고 있다. 토종 선수 중 현재 국가대표도, 전국구 스타도 없지만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강팀도 쉽게 볼 수 없는 다크호스로 불리고 있다.
더구나 전자랜드는 올 시즌 초반에는 무려 9연패 수렁에 빠진 바 있다. 유도훈 감독이 자진사퇴까지 고민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연패 탈출 이후 바로 6연승을 달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또 한 번 과시했다. 시즌 9연패를 당한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건 1999-00시즌 부산 기아(현 모비스) 이후 15년 만이다. 여기에 플레이오프에서 4강까지 진출한 것은 역대 최초다. 올 시즌 전자랜드의 돌풍이 감동적인 것은 이처럼 우여곡절 많았던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전자랜드의 돌풍과 함께 외국인 선수이자 주장인 리카르도 포웰과의 끈끈한 인연도 다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포웰은 명실상부한 이번 업셋 시리즈의 최대 수훈갑이었다. 6강 PO 3경기에서 평균 21.0점 7.3리바운드 4.7어시스트로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고, 특히 4쿼터와 연장전 등 승부처마다 신들린 클러치타임을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포웰은 2008년 처음 전자랜드를 통해 KBL에 데뷔했고, 2012년 복귀한 이후 3년 연속 재계약하는 등 KBL 선수생활 내내 전자랜드에서만 활약해온 선수다.
포웰은 올 시즌을 끝나면 전자랜드를 떠나야 한다. 외국인선수 규정이 바뀌면서 KBL은 기존 선수들과의 재계약을 모두 불허하고 강제로 드래프트를 통한 새 판 짜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포웰은 전자랜드의 승리를 이끈 이후 KBL의 규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전자랜드 구단 와 팀 동료들, 인천 팬들에 대한 포웰의 깊은 애정은 웬만한 국내 선수들보다 더 깊다.
올 시즌 전자랜드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가능했던 것은 유도훈 감독과 포웰, 그리고 전자랜드 선수단이 수년간 동고동락하며 함께 만들어온 끈끈한 팀워크와 조직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웰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음 시즌 팀을 떠나게 되면 수년간 전자랜드가 공들여온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진정으로 농구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 팬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은 단지 눈에 보이는 화려한 플레이가 전부가 아니다. 수많은 선수와 팬이 함께 부대끼며 그 안에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스토리'다. KBL 수뇌부가 전자랜드의 선전을 보면서 많은 것을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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