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가 박구영의 신들린 3점포에 힘입어 창원 LG를 86-79로 꺾었다. ⓒ 연합뉴스
흔히 플레이오프 같이 큰 경기에서는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는 게 프로스포츠의 오랜 격언 중 하나다.
집중력이 높아지는 단기전에서는 기존에 잘하는 주전급들 외에도 어려울 때 팀에 힘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플러스알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구영(31·울산 모비스)은 22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2014-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3점슛 5개 포함 17득점을 기록하며 모비스의 86-79 승리를 이끌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활약이었다.
사실 박구영의 올해 정규시즌 활약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46경기에서 주로 식스맨으로 활약하며 평균 19분 9초 출전해 3.74 득점에 그쳤다.
박구영은 모비스가 챔프전 2연패를 차지했던 2012-13시즌과 2013-14시즌부터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이며 팀 내 입지를 위협받고 있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의 치밀한 움직임을 강조하는 유재학 감독의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시즌 중반 이후에는 송창용, 전준범 등에게 밀려 출전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들어 박구영이 점점 살아나고 있다. 1차전에서 24분가량 뛰며 2점에 그쳤던 박구영은 2차전에서는 비록 팀은 패했지만 무려 38분을 출장하며 3점슛 3개 포함 11점을 터뜨렸다.
출전시간이 늘어나며 자신감도 되찾았다. 슛 감각을 인정받아 3차전에서도 31분 59초를 소화했다. 박구영이 3차전에서 터뜨린 17점은 지난 2일 전자랜드전에서 기록한 자신의 올 시즌 한 경기 최다득점 타이기록이다.
모비스는 2차전에서 LG에 의외의 일격을 당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이 퇴출된 상황에서도 크리스 메시와 국내 선수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LG의 저력에 당했다. 더구나 3차전은 전국에서 가장 열광적인 농구응원 열기로 유명한 창원에서 치르게 됐다. 정규리그 우승팀 모비스로서도 부담스러운 상황.
그러나 창원의 농구 열기는 오히려 박구영에겐 긍정적인 자극이 됐다. 만원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 찬 원정 경기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평소보다 실책이 많았던 주전 선수들에 비해 박구영은 마치 홈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평소보다 더 신바람 나는 플레이를 펼쳤다.
3점슛도 11개나 시도할 만큼 공격에서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모습이 두드러졌다. 이날 팀이 시도한 3점슛(23-7)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를 박구영이 혼자서 책임졌다. 박구영의 3점은 모비스가 초반부터 흐름을 가져오며 점수 차를 크게 벌릴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모비스는 주전 의존도가 높은 팀이다. 양동근, 라틀리프, 문태영, 함지훈 등 주전 4인방이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부진할 때 활로를 뚫어줄 또 다른 해결사가 필요하다. 정규시즌까지 거의 존재감이 없었던 박구영은 플레이오프 들어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LG로서는 기존 주전들 외에도 박구영의 3점슛을 막아야 한다는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게 됐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