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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캅, 불혹에 쓰는 살생부 ‘당한 만큼 돌려준다’


입력 2015.04.12 21:19 수정 2015.04.14 09:09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곤자가 상대 ‘분노의 팔꿈치 공격’ 역전 TKO승

프랭크 미어-로이 넬슨 등 리벤지 상대 지목

미르코 크로캅이 가브리엘 곤자가를 상대로 8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41·크로아티아)이 복수혈전에 성공했다.

크로캅은 12일(한국시간) 폴란드 크라쿠프 타우론 아레나서 열린 'UFN 64'에서 가브리엘 ‘나파오’ 곤자가(36·브라질)와 숙명의 2차전을 펼쳤다.

곤자가는 2007년 ‘UFC 70’에서 크로캅에게 하이킥 악몽을 안겨준 당사자로 크로캅 추락의 직접적 단초를 제공해준 상대다. 이번 경기 역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집념에 불타는 크로캅은 3라운드에 기적 같은 역전 TKO승을 만들어내며 그를 응원하는 팬들을 감격케 했다.

그야말로 투혼의 승리였다. 크로캅은 전체적인 밸런스보다는 특정한 장점을 내세워 생존한 케이스다. 오랜 시간을 MMA무대에서 뛰어왔어도 그의 그래플링은 거의 늘지 않았으며 맷집-체력 또한 좋은 편이 아니다. 전형적 반쪽 타격가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왼쪽공격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단순한 패턴에도 불구하고 크로캅이 한때 세계 최강의 타격가로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건 활발한 스텝과 스피드, 그리고 반사 신경이 큰 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유형의 선수는 노화도 빨리 온다.

운동능력에 의지하다보니 조금만 나이를 먹어도 육체능력에서 월등한 젊은 선수들을 감당해내기 쉽지 않다. 크로캅은 1차전 당시 자신보다 월등히 크고 힘까지 좋은데다 그래플링 능력까지 출중한 곤자가에게 그라운드-스탠딩 모든 영역에서 일방적으로 당하며 세월의 무상함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하물며 현재의 크로캅은 어지간한 선수 같으면 진즉 은퇴했을 나이다. 몸놀림이 무뎌진 그는 예전처럼 스텝과 스피드를 살려 매서운 아웃파이팅을 펼치는 게 불가능해졌다. 유일한 무기마저도 시간 앞에서 봉인된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로캅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적어도 1~2라운드만 놓고 봤을 때 크로캅은 승산이 없어보였다. 곤자가는 모든 육체능력에서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신중하기까지 했다. 혹시 모를 카운터를 경계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크로캅은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수차례 테이크다운까지 허용하며 일방적으로 몰리기를 거듭했다.

곤자가의 팔꿈치에 왼쪽 눈썹 부위가 찢어져 피를 흘러내리자 혹시나 하는 기적을 바랬던 크로캅 팬들마저 절망 섞인 탄식을 내뱉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리벤지를 향한 크로캅의 투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했다. 1차전 당시 가장 큰 패인은 팔꿈치 공격이었다. 크로캅은 프라이드 시절 상대에게 깔리면 양팔을 붙잡고 버티는 손목컨트롤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고는 했다. 하지만 크게 간과한 게 있었으니 UFC에는 엘보우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곤자가는 어설프게 손목을 잡고 늘어지는 크로캅을 비웃기라도 하듯 거칠게 팔꿈치 공격을 쏟아 부었고 결정적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크로캅은 이를 잊지 않았다. 곤자가에게 테이크다운을 허용한 후 포지션을 빼앗겼지만 손목을 잡기보다는 머리를 붙잡고 최대한 몸을 밀착시키는 전략으로 결정적 한방을 피하는데 성공했다.

크로캅의 팔꿈치 분석은 수비에서 그치지 않았다. 3라운드에서 곤자가의 관자놀이 부근에 팔꿈치 공격을 명중시켰고 이어 짧고 정확한 어퍼컷을 올려쳤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충격을 받은 곤자가는 스르르 무너져 내렸고 크로캅은 과감하게 탑 포지션을 점령한 채 그라운드에서 승부를 걸었다.

예전의 크로캅은 자신이 탑 포지션을 점령하게 되면 주먹으로 파운딩을 내려쳤지만 이날은 달랐다. 전략적으로 준비해온 듯한 팔꿈치 공격을 내리 퍼부었고 정타가 연속해서 들어가자 곤자가의 얼굴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결국 곤자가는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고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크로캅은 프라이드 시절 '리얼 동킹콩' 케빈 랜들맨과의 리벤지 매치에서 자신의 특기인 스탠딩 타격이 아닌 초크공격을 통해 복수를 성공시킨 바 있다. 이날의 팔꿈치 공격 역시 아무도 예상치 못한 깜짝 패턴의 승리였다.

크로캅은 UFC에 복귀하면서 프랭크 미어, 로이 넬슨 등 과거 자신을 이겼던 상대들과의 연이은 리벤지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곤자가와의 경기 전까지만 해도 단순한 노장의 호기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과로 보여준 이상 다음경기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다시금 ‘살생부(殺生簿)’를 써가고 있는 노장 파이터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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