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박희태엔 유감 표하던 문재인, 김무성에게는...
"결코 도움 되지 않는다"더니 이번엔 원론적 이야기만
“이렇게 하는 게 돌아가신 분(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확히 6년 전인 2009년 5월 25일 봉하마을에서다.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위원회 및 상임집행위원장이었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때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들에게 물병을 던지며 방문 자체를 제지하자 이같이 한탄했다.
결국 한나라당 지도부는 조문조차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으나 문 대표와 당시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현 충남도지사)은 봉하마을 입구에서 박 대표 등을 만나 “큰 결례다. 분향소까지 모셔야 하는데 상황이 어렵다”고 정중히 유감을 표했다. 박 대표도 “이해한다”며 “당을 대표해서 대신 조의를 표한다”고 했다.
그리고 6년 후인 2015년 5월 봉화마을. 고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는 추도사에서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것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 기밀문서를 뜯어서 읊어댔다”며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달아 종북몰이 해대다가 아무 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다”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김 대표에게 물통을 던진 것은 여전했고 이번엔 당내 이른바 ‘비노계’를 향해서도 던졌다.
하지만 문 대표는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면서도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추도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권 교체를 하지 못한 것도 통탄스러운데 다시 노무현 이름을 앞에 두고 분열하고 갈등하는 모습들이 부끄럽다”며 “아직도 저희는 노 전 대통령이 영면하도록 해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분열과 갈등의 언어가 사라지도록 제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
건호씨 추도사에 대한 우려도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력행사에도 일언반구하지 않았다.
상황을 비교하자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직후인 2009년 빈소는 감정으로 따지자면 ‘최악’이다. 그럼에도 문 대표는 입장을 달리하는 한나라당을 향해서 정중히 예의를 표했다. 하지만 6년이나 지난 지금, 상대 당 대표에 대한 예의는 물론이고 당내 다른 계파들과의 감정싸움에 조율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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