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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풍문' 같은 작품 또 만나기 힘들 듯"(인터뷰)


입력 2015.06.17 09:59 수정 2015.06.17 10:08        부수정 기자

대한민국 최상류층 한정호 역 맡아 인기

"추억 많아…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드라마"

최근 종영한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대한민국 최상류층 한정호 역을 맡은 유준상. ⓒ 나무엑터스

유준상은 드라마, 영화, 뮤지컬, 음반, 그림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얼굴을 내민다. 어느 하나도 '허투루' 하는 법은 없다. '진심'을 다해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한다는 얘기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최상류층 집안의 한정호는 유준상이라는 옷을 입고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생했다.

지난 12일 서울 신사동의 모처에서는 그가 최근 발매한 여행 프로젝트 앨범 '인 제주(in Jeju)'의 노래가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바쁜 일정 탓에 드라마 종영 후 1주일 뒤에야 기자들과 만난 유준상은 "노래 정말 좋죠?"라며 특유의 보조개 미소를 지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 세습을 꿈꾸는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 의식을 꼬집어 호평받았다. 무엇보다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선악' 구도에서 벗어나 갑의 허위 허식, 그리고 을의 욕망도 신랄하게 풍자해 공감을 얻었다.

유준상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행복했고, 촬영장에 올 때마다 가슴 벅찼다. 마지막에 집을 떠나는 장면을 찍을 때 많이 울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갑'의 중심에 있는 한정호는 모든 걸 누리고 못할 게 없는 상위 1% 남자다. 겉으론 점잖은 척하지만 알고 보면 온갖 부정·편법·비리로 뭉쳤다.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그는 아들 한인상(이준)이 고등학생 신분으로 덜컥 아빠가 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어떻게 해서든 권위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정호와 그의 아내 최연희(유호정)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폭소를 유발했다.

유준상은 한정호를 표현하기 위해 발음, 단어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가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대본이 나오면 단어의 단음과 장음부터 찾아봤어요. 완벽한 사람에 대한 표현을 조금 틀리거나 다르게 하면 이걸 잡아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안판석 감독님이 말씀하셨거든요. 시간 날 때마다 책, 신문을 읽으면서 공부했습니다."

최근 종영한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대한민국 최상류층 한정호 역을 맡은 유준상. ⓒ 나무엑터스

정성주 작가에 대해선 "문학 작품을 쓰는 작가"라고 치켜세웠다. "후반부에 대본이 늦어져서 한꺼번에 많은 대사를 외워햐 했는데 모든 배우가 기적처럼 해냈죠. 정 작가님의 주옥같은 대사를 읊는 것 자체가 행복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비리를 저지른 한정호가 추잡한 권력자에게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꾸짖는 말이다. "나쁜 짓을 일삼는 한정호조차도 혀를 끌끌 차는 게 통쾌했지요. 이런 대사가 나오게 된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됐어요. '풍문' 같은 작품에 또 출연할 수 있을까 싶어요."

안판석 감독과의 작업은 "순간순간 소중했다"고 떠올렸다. "대본이 나오면 안 감독님이 관련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촬영할 때는 배우의 뒷모습까지 잡아서 카메라에 담아주시는 분이세요. 요즘 드라마 현장에는 A팀, B팀이 돌아가는데 '풍문'은 한 팀이 모든 일정을 다 해냈어요. 안 감독님 덕분입니다."

부부로 만난 유호정과의 찰떡궁합은 단연 화제였다. 유준상은 유호정을 '호정 언니'라고 부른다고. "실제 부부처럼 호흡이 좋았어요. 호정 씨를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했죠. 호정 씨가 여행 간다면서 절 떠나는 장면에선 눈물이 나서 혼났어요. 다음 대사 못할 정도로 '흑흑' 거렸죠(웃음)."

연희의 친구이자 옛 연인 지영라(백지연)와의 데이트신은 기존 불륜신과는 다르게 코믹하게 그려져 신선했다는 평을 받았다. 시청자의 반응과는 다르게 유준상은 "욕을 많이 먹어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촬영장에선 호정 씨가 말을 안 걸고, 집에선 아내(홍은희)가 '왜 그랬냐'며 지적했어요. 불륜 소재는 한정호가 시청자에게 '한정호 같은 사람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장치였어요. 사실 한정호는 부모가 만들어 놓은 틀에서만 자라서 연애는 서툴러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연애도 해보고, 자기 나이에 겪는 것들을 경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진 셈이죠. 이런 경험 없이 부와 명예만 쌓은 최상위층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을 꼬집기도 한 것 같고요."

영라 역의 백지연에 대해선 "연기를 처음 하는 학생 같았다"며 "해맑은 학구파의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칭찬했다.

최근 종영한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대한민국 최상류층 한정호 역을 맡은 유준상. ⓒ 나무엑터스

몇 달 동안 '갑'으로 살다 보니 현장에서도 '갑질'을 했단다. "저도 몰래 뒷짐을 지기도 했고, 다들 저한테 고개를 숙였죠. 하하. 어느 순간 극에 몰입해서 인사를 안 받아 준 적도 있고요."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리에 섰지만 외롭고 쓸쓸한 마음은 커져만 갔다. "공허했어요. 모든 걸 가진 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갑질'하는 상황이 왜 만들어졌을까를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불륜에 이어 한정호가 붕괴되기 시작하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내가 한정호인가?'라는 생각이 온몸을 짓눌렀다. "아침에 촬영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어찌할 바라를 모르겠더라고요. 당시 누구한테 털어놓지도 못하고 한없이 걷기만 했어요. 한정호가 주는 중압감이 상당했습니다."

극 후반부에는 한정호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난다. 아들 인상조차도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가보겠다"며 사랑을 택한다. 한정호도, 연기하는 유준상도 혼란스러웠다.

"한정호가 싫어졌던 순간이었죠. 한정호는 무너지면 안 되는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김 비서가 떠날 때 '제일 바보 같은 놈을 보냈는데 내 마음이 왜 허전하지'라는 대사에서 울컥했어요."

휘청거리던 유준상을 잡아준 사람은 안 감독이다. 촬영을 중단한 안 감독은 유준상에게 "네가 정호를 연기해야만 시청자들이 알고 느낀다"고 했다. 이후 유준상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한정호가 좋은 보수가 돼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며 "보수와 진보가 어울린다면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갑'과 '을'이 서로 인사도 안 하는 장면이 웃겼어요. '왜 이래야만 할까?'라는 생각에 촬영장에서 '우리끼리는 하나가 됩시다'라고 했습니다. 드라마가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어요.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을까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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