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메시' 지소연, 발 죽이고 가슴으로 살렸다
현란한 돌파와 끓는 득점본능 자제하고 승리에 초점
자신을 내려놓고 팀에 헌신..경기 후 최우수선수 선정
여자축구 16강 진출을 부른 스페인전에서 골은 없었지만 자신을 내리고 팀을 살린 ‘지메시’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은 명실상부 에이스였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각) 캐나다 오타와 랜스다운 스타디움서 열린 ‘2015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선제골을 얻어맞고도 후반 조소현과 김수연 역전골로 스페인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스페인전 승리로 두 번째 출전한 월드컵 무대에서 첫 승과 16강 진출을 이뤘다. 브라질에 0-2로 패하고 ‘1승 제물’ 코스타리카를 넘지 못해 16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했던 한국 여자축구의 대반전이었다.
이러한 대반전에는 지소연의 보이지 않는 발이 작용했다. 경기 후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한국인 최초로 여자월드컵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것만 보더라도 지소연의 공헌도를 알 수 있다.
잉글랜드에서 활약 중인 지소연은 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히며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겸손으로 자신을 죽이고 팀을 먼저 생각하며 헌신한다.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한 2015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한 대표팀 '주포' 지소연은 A매치에서도 78경기 39골로 역대 여자대표팀 선수 최다골 기록을 보유,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를 알고 있는 외신들도 여자월드컵 개막 전부터 “지소연이 묶이면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소연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나도 23명 가운데 1명으로 팀을 이루고 있는 23명 모두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말해왔다. 조별리그에서 그 말대로 했다.
특히, 스페인전 조소현 동점골에서 지소연의 이타적인 움직임이 묻어난다. 지소연이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을 잡은 뒤 무리하게 돌파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쇄도하는 강유미(24·KSPO)에게 빠르게 패스를 연결했다. 강유미는 이를 오른쪽 크로스로 연결했고, 조소현은 헤딩골로 마침표를 찍었다.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열어주고 밀어주며 이름값을 해냈다. 나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지소연은 욕심을 낼 만도 하지만 공격진에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임무로 생각하고 헌신했다. 현란한 돌파와 끓는 욕심을 자제하면서 그렇게 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는 지소연의 꿈은 물론 세계 최고의 선수다.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팀이 먼저 살아야 한다는 것을 더 잘 알고 있다. 자신을 최대한 내려놓고 동료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열어줬다. 발을 죽이고 가슴으로 팀을 살린 것이다. 골과 어시스트가 없었음에도 경기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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