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마당 세대' "시장 경제 의존하며 자랐다"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북한 장마당 세 세대 학술토론
박석길 "장마당 세대, 정부를 장애로 여겨"
북한의 새로운 세대라 일컬어지는 '장마당 세대'가 국가사회주의 경제가 아니라 시장 경제에 의존하며 자랐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가 23일 연구소 정산홀에서 개최한 '북한 장마당 세 세대, 그들은 누구이며 변화의 동력이 될 것인가?'라는 국제학술토론회에 참가한 박석길 LINK(미국 대북인권단체) 정책연구국장은 주제발표에서 "장마당 세대의 사회화 과정에서 정부가 통제 못하는 부분과 영향력이 생겼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마당 세대란 현재 18~35세의 젊은 청년들로 1990년대 후반 대기근 때 성장기를 거치고, 2000년대 시장화가 시작된 후 청년기를 보낸 이들이다. 김정일 체제에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시장화 흐름에 뛰어들어야 했던 세대로 북한 전체인구의 약 25%를 차지한다.
박 국장은 특히 "사실상의 자본주의로 인해 '장마당 세대'라는 새로운 세대가 태어났고, 이들은 과시적 소비활동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정부의 규제와 간섭 때문에 장마당 세대는 정부를 장애로 여기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국장은 또 "많은 장마당 세대 사람들은 1990년대의 극심한 경제 고난기 동안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을 받지 못했고 북한의 전통적인 선전과 문화가 이들에게 완전히 내재화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마당 세대는 어린 나이부터 살아남으려고 정부체계와 규제에 반하고 불순종해 왔다"며 이는 장마당 세대에게는 이른 나이부터 습관적으로 보편화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대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북한 사회의 청년 세대를 장마당이라는 비공식 시장에서의 역할을 중심으로 살펴보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윤 소장은 "지금까지는 대개 북한 정권과 그 특유의 정치권력에 초점을 맞추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북한사회와 문화를 이해해 왔다"며 "이번 회의를 통해 북한 청년 세대에 대한 총체적이면서도 경험적인 연구의 부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회의가 시장과 사회주의 사이에서 갈림길에 서 있는 북한 체제 변화의 단초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북한사회를 균형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릭 피시 아시아 소사이어티 컨텐츠 제작자는 개혁·개방기 중국 청년들의 역할을 분석하는 발표에서 "중국 청년들과 유사하게 북한 청년들도 물질적 부를 축적하면서 사회주의적 도덕 양식 자체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고, 이는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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