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새 수목드라마 '어셈블리'는 큰 물음으로 시작한다. 드라마는 용접공 출신 국회의원 진상필(정재영)이 '진상남'에서 카리스마 '진심남'으로 탈바꿈해가는 유쾌한 성장을 담아낸다. 국회의 세세한 이면과 '정치하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한국 정치의 단면을 그릴 예정이라고 제작진은 전했다.
'왕의 얼굴'의 황인혁 PD와 KBS1 '정도전'을 집필한 정현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국회 보좌관 10년 경력의 정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녹여냈을지 관심이 쏠린다.
9일 서울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응진 KBS TV 본부장은 "정치인의 희로애락을 경쾌하게 그려내고, 시청자들이 찾고자 하는 정치의 희망을 보여줄 것"이라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정치 드라마"라고 자신했다.
황 PD는 "정치인의 모습, 정치판에 새롭게 들어간 인물들, 그리고 일반인들의 삶을 적절하게 그려낼 것"이라며 "시청자들이 정치에 대해 알고, 관심을 두게 되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안방극장에 선보인 정치 드라마는 대부분 실패했다. 부담으로 작용할 법하다. "정치 드라마가 낯선 건 사실이에요.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 풍자도 다루겠지만 정치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주인공 진상필과 그를 둘러싼 보좌관, 여당·야당 의원 등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을 이루는 최적의 수단인 '정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황 PD)
데뷔 20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정재영이 조선소 해고노동자에서 국회의원이 된 진상필 역을 맡아 거칠고 투박한 매력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재영 송윤아 주연의 정치 드라마 '어셈블리' 포스터 ⓒ KBS
정재영은 "그간 드라마 출연 제의가 안 들어왔다. '어셈블리'의 경우 주위 사람들의 권유도 있었고, 제작진·동료 배우들이 좋아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상필은 단순하고, 정의감 넘치는 인물입니다. 무엇보다 보통 사람인 게 가장 매력적이지요. 사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아 대본을 받고 떠오른 정치인은 없어요. 뉴스를 보며 공부하고 있고, 드라마를 통해 정치를 배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MBC '마마'로 안방극장에 화려하게 복귀한 송윤아는 초보 국회의원 진상필을 돕는 국회의원 보좌관 최인경 역을 맡아 완벽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허당'인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송윤아는 "이 나이에 '어셈블리'라는 드라마를 하게 돼 감사하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정치에 무지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저와 달리 최인경은 정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연기하기가 어려워요. 그래도 배우니까 캐릭터를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좌관의 고충을 제대로 보여줄 거예요."
장현성은 집권 국민당의 재선 의원이자 당내 최대계파인 친청파(친청와대파)를 이끄는 백도현 역을, 박영규는 당권 장악을 노리는 '원조 보수' 박춘섭 역을 각각 맡았다.
장현성은 "'어셈블리'는 국회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는 아니다"고 강조한 뒤 "정 작가가 균형 잡힌 시선으로 국회를 다룬 작품"이라고 확신했다. "제가 20대 때부터 누군가 정치 얘기를 하면 다들 부정적으로 봤어요. 정치가 대중에게 나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게 안타까웠죠. '어셈블리'는 정치가 가진 여러 얼굴 중 긍정적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박영규 역시 정 작가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정 작가가 정치를 현실감 있게 표현했습니다. 정치인과 국민이 소통하는 모습이 제대로 그려진다면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정치의 참된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이 됐으면 해요. 아울러 시청자들이 정치에 대해 공부하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봐줬으면 좋겠고요."
옥택연은 경찰공무원을 시험을 준비하는 열혈 고시생 김규환을, 김서형은 국민당 대변인이자 백도현의 최측근 홍찬미를 각각 연기한다.
최진호와 길혜연은 야당 의원으로 분하며 성지루와 윤복인은 진상필 의원실 소속 7급 수행비서 변성기, 9급 수행비서 오애리 역을 각각 맡았다.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국민당 재선의원 백도현은 "정치, 처음엔 다 거절하지만 끝까지 거절하지 못한다. 그게 인간이 권력과 사귀는 방법이야"라고 했다.
그러자 진상필은 "정치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이 비정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죽어야지"라고 맞섰다. 드라마가 정치와 권력의 속살을 까발리는 동시에 희망의 정치를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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