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성장동력 확보 잇단 실패…최태원 부재 절감
SK네트웍스,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서 고배
최 회장 수감 이후 ADT캡스, STX에너지, KT렌탈 등 잇달아 기회 놓쳐
SK그룹 산하 계열사들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사업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시며 최태원 회장 부재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0일 관세청이 발표한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HDC신라면세점(현대산업개발, 호텔신라)과 한화갤러리아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SK네트웍스는 ‘10조 황금알’로 불리는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연초부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소비재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며 15년만에 주어진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운영권 획득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후 5월 초 서울 동대문 쇼핑몰 타운에 위치한 ‘케레스타(구 거평크페야)’를 시내면세점 입지로 확정하고, 동대문 지역 패션·관광·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00억~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총 55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안을 내놨다.
SK네트웍스가 정한 입지가 주차공간이 부족해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곧바로 사설주차장과 임차계약을 맺고 대형버스 200대의 주차가능 공간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시며 모두 물거품이 됐다. 소비재 사업 확대는커녕 기존 운영하던 워커힐 면세점의 입지 축소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앞서 SK네트웍스는 올 초 렌터카 1위 업체인 KT렌탈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으나 입찰액에서 롯게그룹에 밀려 고배를 마셨었다.
SK네트웍스는 전통적인 상사부문 비중이 점차 축소되는데다, SK에너지와 일선 주유소 사이에서 유통 마진을 남기는 기형적 구조의 에너지 유통사업(E&C부문)이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신성장 사업 육성이 무엇보다 시급한 형편이지만, 뛰어드는 족족 실패만 맛보고 있는 것이다.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3년에는 SK텔레콤이 ADT캡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고, SK E&S는 STX에너지(현 GS E&R) 인수를 철회했다. 지난해도 SK에너지의 호주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UP) 지분 인수 계획이 무산됐다.
2012년 2월 하이닉스를 인수해 그룹의 든든한 현금창출원을 확보한 이후 굵직한 M&A나 사업권 확보 경쟁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낸 사례가 전무하다.
공교롭게도 하이닉스 인수는 최태원 회장 수감(2013년 1월) 전 이뤄진 일이고, 그 이후의 잇단 실패는 최 회장의 수감 이후 벌어진 일들이다. 기업 성장동력 확보에 오너의 존재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입찰일수록 투자금액이나 전략 측면에서 상식을 넘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전문경영인은 상식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오너가 없다면 한계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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