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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아직은 찬반론 '팽팽'...은산분리 뜨거운감자


입력 2015.07.15 08:30 수정 2015.07.15 17:51        이충재·김해원 기자

<인터넷 전문은행 금융판 지각변동(중)>

산업자본 규제 완화에 기업 사금고화 우려 제기…일부에선 실효성 의문도

ⓒWISEGEEK

금융당국과 시장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도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획]'인터넷 전문은행' 금융판 지각변동
(상)인터넷 전문은행, 첫 단추 풀었다
(중)아직은 찬반론 '팽팽'...은산분리 등 쟁점은?
(하)인터넷 전문은행에 눈독 들이는 기업들
무엇보다 논란의 핵심은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에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산업자본의 금융권 진입’ 논란이라는 걸림돌을 만난 형국이다.

여기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당초 기대와 달리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과 함께 규모경쟁에 따라 기존 금융회사에 흡수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각에선 성급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이 과거 저축은행 부도 사태와 같은 금융산업 부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은산분리 '뜨거운 감자'…진보 정치권-학계 '아직은 안돼!'

은산분리 논쟁에 학계와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파장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시기상조론’, ‘산업자본 불가론’을 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은산분리 일부 완화와 IT기업 진입장벽을 낮추고 사전규제를 최소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내놓자 포화가 집중됐다.

우선 금융위원회의 방안은 새로운 사업자에게 필요한 최저자본금을 시중은행의 절반인 500억원으로 인하하고, 총자산 5조원 이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지분한도를 기존 4%에서 50%까지 허용(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제외)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는 이르면 연내에 1~2개 사업자에 예비인가를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3일 ‘정부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방안 문제 진단과 개선 방안’ 토론회를 열고 산업자본의 지분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총자산 5조원 이상인 중견그룹에 지분소유가 50%까지 허용되면서 인터넷은행이 기업의 사금고화가 되는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산업자본의 지분을 25%이하로 규제하는 등 대주주 자격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인터넷 전문은행은 외환위기를 불러온 종합금융회사나 최근 부도가 난 저축은행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당시 종금사들에 폭넓은 업무를 허가하면서 부실 투자와 함께 정부가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적은 자본금에 신용카드를 포함한 일반은행의 모든 업무를 할 수 있어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뱅킹과 차별화가 없어 경쟁력과 수익성이 불투명하고 부실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낮은 금리의 가계대출로 가계부채를 증가시키거나 금리 대출로 은행의 탈을 쓴 고리대금업자가 되는 등 정상 생존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IT업계에서는 재벌의 은행업 진출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상황이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전제요건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기준으로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인 61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은행 보유지분 완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즉, 삼성이나 현대차그룹 등 재벌기업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이윤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은행과장은 “인터넷전문은행에 산업자본이 진입을 하지만 재벌은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재벌의 사금고화 이슈는 사전적으로 차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은산분리 원칙은 일반 은행에 대해서는 계속 유지하되, 인터넷 은행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완화해 혁신을 이뤄보자는 뜻”이라며 “은산분리 때문에 인터넷은행 도입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은산분리 규제가 담겨있는 은행법 개정 대신 전자금융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성호 신한금융지주 스마트금융팀 부장은 “기존의 은행법이 아닌 선불충전이 가능한 전자금융법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알리바바처럼 선불충전 기능을 만들고 서로 자금 이체 및 결제 기능을 갖춘다면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이 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연합뉴스

◇'관망하는' 시중은행 "결국 은행에 인수될 가능성도 있다"

시중은행들의 반응은 아직까진 뜨뜻미지근하다. ‘은행’이라는 이름이 걸렸을 뿐,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은행들은 금융과 IT산업 상생이 절실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이는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부작용이나 경쟁력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경우 ‘공’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은행 핀테크 사업부 관계자는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을 비교-경쟁구도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시각부터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은 규모로 경쟁이 진행돼 성공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의 기본이 신뢰인데, 편의만 강조한 인터넷은행이 어떻게든 시작은 하겠지만 결국에는 은행에 인수될 가능성도 있다”며 “일부 은행들은 현재 상황을 관망하면서도 언제 떨어지나 입을 벌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음지에서 양지로' 저축은행…환영하지만 파급효과에는 '갸우뚱'

저축은행업계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은 이미 모바일앱 등을 통해 대출 시장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영업점의 수가 부족했던 면이 있었는데 대출의 경우는 대부분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전문 은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대부분의 거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출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큰 파급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인터넷뱅킹이 도입되던 시기에 인터넷 전문은행을 허가하면서 인터넷은행들이 정착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국내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이 늦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시중은행들의 인터넷 뱅킹이 잘 제공되고 있고 인터넷 뱅킹이 일반화 돼 있어 인터넷 전문은행이 경쟁력을 갖고 자리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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