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 시간은 그가 쌓아 올린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금지약물 복용 사태에 휩싸인 박태환(26)을 보면 안타깝다.
수영 불모지인 국내에서 나온 시대적 자랑이 어이없게도 기본적인 것을 놓쳐 진실 공방에 힘을 쏟고 있다. 박태환이 병원장과 "알고 맞았다"와 "모르고 맞았다"로 진실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 시간은 그가 쌓아 올린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다.
그래서 더 '어떻게 박태환 정도의 선수가 기본적인 약물 상식을 몰랐을까'하는 의구심이 대중 사이에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3번째 공판에서도 박태환과 병원장의 의견은 팽팽히 갈렸다. 이날도 박태환과 병원장 모두 사건의 시작점인 '네비도' 주사 투약을 인정했다. 그러나 금지약물인지 모르고 맞았다는 박태환과 사전에 위험성을 알렸다는 병원장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렸다.
하지만 박태환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커지고 있다.
네비도 주사에 있는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 줄 몰랐다는 게 박태환의 주장인데 이를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중·고등학교 운동선수들과 일반인 중 운동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까지도 남성호르몬이 운동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박태환은 이와 관련해 "창피한 일일 수도 있는데 모르고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지점에서 의구심이 샘솟고 있다. '어떻게 10년 넘게 국제대회를 출전한 박태환이 기초 상식으로 치부되는 남성호르몬의 금지약물 여부를 몰랐을까 하는가'가 핵심이다.
실제 박태환은 이날 재판에서 "10년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건 그만큼 조심했다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그렇게 긴 시간을 조심했는데 어째서 기초 중의 기초인 남성호르몬이 금지약물인지 몰랐는지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이다.
물론 이런 부분을 놓고 그의 에이전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태환의 에이전시인 '팀지엠피(Team GMP)'는 그의 아버지가 대표를 맡고 있다. 매형이 본부장으로서 업무를 지휘하고 누나가 홍보와 마케팅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의 가족회사 개념이다.
때문에 진짜로 박태환이 남성호르몬의 문제 여부를 몰랐다고 한다면 선수 관리를 해야 하는 에이전시의 전문성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과거 대한수영연맹과 박태환 측 사이의 불협화음까지 되새김질 되며 에이전시가 전문성 없이 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태환이 쌓아 올린 성과에 비하면 지극히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는 균열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그 과정에서 진술이 엇갈리고 없었던 진료기록부가 나오고 하는 것들은 사실 지켜보는 이들의 입장에선 부수적이다.
박태환으로서는 사건의 진위를 밝히는 것과 더불어 어떻게 조속히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가장 좋은 것은 진심을 통한 대중과의 꾸준한 소통일지도 모른다. 진짜 결백하다면 진심이 먼저 통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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