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아이돌 최적화 뮤지컬로 승부수 '인 더 하이츠'
'싱잉인더레인' 흥행·작품성 실패로 절치부심
아이돌 장점 극대화시킨 작품으로 반전 노려
이번엔 아이돌 최적화 뮤지컬로 승부수를 던졌다.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 C&C이 첫 제작 작품 '싱잉인더레인'의 실패 이후 1년여 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제62회 토니상 어워즈 4개 부문(최우수 뮤지컬상 포함)을 석권하고 2009년 그래미어워즈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거머쥔 브로드웨이 뮤지컬 '인 더 하이츠'다. 뛰어난 뮤지컬임에도 인종주의나 언어 등의 문제로 그간 한국에서 공연되지 못했지만 SM이 큰 결단을 내렸다.
SM은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 샤이니 멤버 온유와 키, 소녀시대 멤버 써니와 제시카 등을 뮤지컬에 출연시키며 기회를 엿보다 지난해 '싱잉인더레인'을 통해 본격적인 제작에도 나섰지만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 혹평을 면치 못했다.
무엇보다 뮤지컬 시장을 지나치게 쉽게 본 게 화근이었다. 한국 뮤지컬 시장도 산업화·대중화의 길로 접어든지 어느덧 15년을 훌쩍 넘은 만큼, 많은 노하우가 쌓였다. 그만큼 대중들의 눈높이도 높아졌고, 한국 뮤지컬의 세계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은 그런 점에서 대중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무대와 연출, 배우들의 연기 모두 기본기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절치부심 끝에 '인 더 하이츠'를 선택한 건 국내 어느 제작사보다 이 작품을 가장 잘 소화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 덕분이다. 특히 랩, 힙합, 스트릿 댄스 등 그 동안 뮤지컬 장르에서 좀처럼 시도되지 않았던 새롭고도 실험적인 도전에 세계적인 아이돌 스타들을 보유한 SM만한 회사를 찾기도 쉽지 않다.
SM은 여기에 기존 한국 뮤지컬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전폭적으로 받아들였다. 뮤지컬계 미다스 손으로 손꼽히는 이지나 연출과 원미솔 음악감독과 손을 잡은 건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지나 연출에게도 물론 이 작품은 큰 도전이기도 하다. 19일 남산창작센터에서 열린 연습공개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지나 연출은 "그동안 이 작품에 아이돌이 출연하면 안 된다 싶으면 단호하게 거절해왔다"면서 "하지만 이 작품은 아이돌이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랩이라는 또 다른 장르를 전공한 아이돌들이 와서 잘 해주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지나 연출은 또 "온갖 장르가 모여 있는 게 젊은 세대 문화"라며 "가요계 뮤지컬계 공연계가 서로 협조하면서 발전하고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의의가 있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원미솔 음악감독 또한 "메인 장르는 라틴 힙합이고 최적화된 배우들과 함께 좋아하는 장르를 재밌게 연습하고 있다. 라틴과 힙합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자유스러움과 열정 슬픔 한을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는 게 라틴의 열정과 힙합의 자유스러움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캐스팅은 화려함 그 자체다. 하이츠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언젠가 고향에 돌아갈 것을 꿈꾸는 청년 우스나비 역에는 배우 겸 힙합 가수 양동근, 뮤지컬 배우 정원영, 샤이니의 키, 인피니트의 랩퍼 장동우가 캐스팅됐다.
오랜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양동근은 "신인 배우의 마음으로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며 "군에 있을 때 '마인'이라는 뮤지컬을 해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경험이 없다면 포기했을 만큼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콜택시 회사에서 일하며 니나와 사랑에 빠지는 베니 역에는 뮤지컬 배우 서경수와 인피니트 메인 보컬 김성규, 대세돌 엑소의 첸이 낙점됐다. 김성규는 '광화문연가' '뱀파이어'에 이어 벌써 세 번째 뮤지컬 무대에 오르며, 첸은 이번 공연을 통해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다.
첸은 "큰 도전이기 때문에 고르거나 따지지 않고 하게 된 것 같다.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앞서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으로 무대에 올랐던 백현을 언급하며 "많은 조언을 받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하이츠 밖의 세상을 동경하며 모든 남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미용사 바네사 역에는 뮤지컬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여배우 오소연과 가수와 뮤지컬 배우를 오가며 맹활약 중인 제이민이 캐스팅됐다.
또 하이츠의 자랑이라 할 만큼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교에 입학하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학교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니나 역은 뮤지컬배우 김보경과 에프엑스 루나가 맡는다.
특히 루나는 '금발이 너무해' '코요테 어글리' '하이스쿨 뮤지컬' 등 다수의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최근 '복면가왕'을 통해 "아이돌의 틀을 깼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루나는 "'복면가왕'을 통해서 많이 알아봐주셨다. 부담도 있지만 자신감도 얻게 됐다"며 "리나 역할의 노래들이 어려운데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보러 오는 분들이 이 작품에 대한 기대와 저의 노래 많이 기대하고 오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SM C&C가 '인 더 하이츠'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한국 뮤지컬의 세계화를 이끄는 제작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 더 하이츠'는 다음달 4일부터 11월 2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