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나락 디스플레이업계, 패널가 하락 언제까지
패널가격 유지 총력...8세대 이후 LCD 투자도 신중 검토
하반기 들어 디스플레이업계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패널 가격 하락으로 향후 수익성유지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우위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업체들은 하반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패널 가격을 유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차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투자에 대한 검토도 병행하고 있다.
IT·모바일용 패널 수요가 여전히 약한데다 TV용 패널 수요는 그동안 축적된 재고 우려로 인해 매월 수요 감소 폭이 점점 증가하면서 가격 하락세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오히려 패널 출하량을 늘리면서 공급과잉을 심화시키고 있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출하량이 증가해도 큰 내수 시장에서 모두 소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 공급과잉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에릭 치우 위츠뷰 수석연구원은 “현재 패널업체들의 주 목표는 높은 출하량을 유지하며 시장 점유율을 지켜내는 것”이라며 “하지만 단기간 내 패널 생산량을 조정할 계획이 없는데다 중국에서 새로운 물량(캐파)이 마련돼 공급과잉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8세대 이후 액정표시장치(LCD) 투자에 대한 고민도 깊다. 8세대는 2200mm(가로)×2500mm(세로) 크기의 기판이 사용되는데 기판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생산 가능한 LCD패널 양이 늘어나면서 생산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8세대 LCD에서는 중국업체들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생산능력을 크게 늘려 경쟁우위를 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중국 8세대 LCD 패널 생산능력은 우리의 86% 수준이 될 전망으로 내년에는 이를 120%로 높이며 국내업체들을 추월할 전망이다.
게다가 8세대 이후 투자에서는 중국이 한 발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최근 비오이(BOE)는 오는 2017년까지 총 400억위안(약 7조원)을 투입, 중국 허페이에 10.5세대(3370mm×2940mm) LCD 공장을 건설한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10.5세대는 현존하는 LCD 기판 규격 중 가장 큰 규모로 그동안 국내 업체들의 전유물이었던 선행투자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목표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8세대 이후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고민이 깊어 확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동안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기판 크기를 키우는 차세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대규모 물량으로 시장을 점유해 나가기 어려워 졌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중국의 물량 공세가 만만치 않아 가격 경쟁력 확보가 예전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상대적으로 내수 시장도 작아 공급과잉 발생시 물량을 자체적으로 소화하기도 어려워 투자에 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처럼 경쟁사에 비해 차세대 투자를 먼저 단행해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투명·곡면 디스플레이 등 신 기술을 통해 격차를 벌리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디스플레이 기술 진입 장벽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다 경쟁업체의 차세대 LCD 투자를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데 업체들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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