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외교·통일 행보 ‘대권주자 체급’ 높이려는 문재인
박근혜 정부 통일·외교 정책 평가에 집중, 집권 전제로 대북정책 플랜 제시
'대권주자 문재인’의 보폭이 넓어졌다. 당 대표 취임 후 최대 계파인 친노계 수장으로서의 울타리를 벗어나겠다며 ‘유능한 경제정당’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거는 등 경제 행보에 열을 올린 데 이어, 박근혜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넘기자 외교·통일 분야로 활동 반경을 대폭 넓히는 등 체급 높이기에 나선 것이다.
일단 대정부 공세의 초점부터 통일과 외교 분야에 집중시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정부 전반기 통일·외교·안보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박근혜정부 전반기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듯하다”며 정부의 외교 및 통일 정책에 대해 혹평했다.
문 대표는 이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이명박 정부 때 취해진 5.24 조치에 발목이 잡혀 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가 부활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정부의 통합적 위기관리능력은 미약하고 안보는 불안하다.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잃고 우왕좌왕하면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구상을 통해 밝혔듯, 우리 경제의 영역을 북한과 대륙으로 확장해감으로써 남과 북이 함께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며 박근혜 정부와의 통일정책 부문 차별성에도 힘을 실었다. 대안 없는 비판에 머문다는 여권발 공세를 우선적으로 차단한 셈이다.
앞서 문 대표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지난 16일 야당 대표로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간 경제통합을 강조하는 ‘한반도 신(新) 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이 주도하는 6자 회담 속개와 남북 경제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으로, 새정치연합의 집권을 전제로 다양한 대북정책을 제시한 일종의 공약집이다.
실제 문 대표는 이같은 구상을 발표함과 동시에 당대표회의실 뒷 벽면도 리모델링했다. ‘우리가 살 길은 경제통일입니다’라는 문구 아래 나진과 선봉, 블라디보스톡과 니카타 등의 도시가 표시된 대형 지도를 선보였다.
주변국과의 스킨십에도 나섰다. 문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 이어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차례로 예방하고, 한반도 신 경제구상을 적극 알렸다. 특히 문 대표는 오는 10월 중국 공산당 측의 초청으로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 실크로드 정당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남북화해발전의 비전으로 내가 제시한 신경제지도 구상과 경제통일 구상에서 반드시 필요한 게 중국 측의 협력”이라며 중국의 지지를 요청했다.
이에 추 대사는 “문 대표가 중국을 방문해 공산당 측에 신 경제지도 구상과 경제통일 구상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것이고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 공산당도 문 대표의 이번 방중을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세심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한반도 문제의 많은 부분에 대해 중국과 새정치연합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중국 대사관 측은 새정치연합과 더 많은 의사소통 기회를 갖기를 바라고 있다”며 문 대표를 추켜세웠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남북 관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다다르자 문 대표는 즉시 한반도평화안전보장특별위원회를 구성, 당내 북한통이자 비주류의 좌장격인 박지원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며 속도감 있게 대응했다. 또 이날 열린 첫 회의에 참석해 “박지원 의원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당 안팎을 통틀어 남북 문제의 최적임자”라고 통일 분야에 방점을 찍었다.
문 대표의 이같은 보폭 넓히기를 두고 비노계 측에선 “대표직을 이용해 사적으로 대선 작업을 벌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주류 측 한 의원은 “이래서 전당대회 때부터 문재인이 대표가 되면 안된다고 했던 것”이라며 “당 대표가 대선만 바라보고 움직이는데 당이 제대로 돌아가겠나”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는 문 대표의 최근 행보가 대권주자로서의 체급을 불리는 데 적합한 모양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울러 4.29 재·보궐선거 참패로 리더십의 위기를 겪었던 문 대표가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보선 직후 당 안팎으로 ‘야권 신당’ 바람이 거세게 불며 구체적인 창당 시한까지 거론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총선을 앞두고 신당론에 힘이 빠진 데다 비주류·호남을 대표하는 주승용 최고위원도 지도부에 복귀하면서 문 대표의 리더십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실 관계자는 “신당 만들어서 나간다고 했던 사람들 중에 누구 하나 나간 사람이 있나. 정작 나간 사람은 하나도 없다”며 “안철수도 그렇고 박영선 등등 당연히 대권 준비를 슬슬 하지 않겠나. 그런 면에서 문 대표도 친노 수장 이미지를 벗어나려면 큰 그림을 제시해야한다. 앞으로 그런 작업을 적극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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