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정현, 톱랭커 진입 위한 숙제 2가지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09.06 10:12  수정 2015.09.07 08:22

US오픈 랭킹 5위 바브링카와 3세트 모두 접전

체력과 서브에 대한 약점, 보완책 마련 시급

정현은 이번 US오픈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 연합뉴스

한국 테니스 희망봉 정현(19·삼성증권 후원)이 선보였던 US오픈 테니스 스탄 바브링카와의 3세트 타이브레이크 사투의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정현은 이번 US 오픈에서 2라운드 만에 탈락했지만 참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우선 자신이 올 한해 목표로 삼고 있던 메이저대회 1승을 달성했다.

정현은 지난 2일(한국시간) US오픈 남자단식 1회전에서 호주의 제임스 덕워스(95위)를 상대로 3-0(6-3 6-1 6-2) 완승을 거뒀다.

지난 2008년 5월 세계랭킹 52위에 올라 있던 이형택(39)이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세계랭킹 62위 요나스 비요크만(스웨덴)을 3-0 꺾은 이후 무려 7년 3개월 만에 한국 선수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거둔 승리였다.

물론 정현의 세계랭킹(69위)보다 26계단 아래에 있는 선수를 상대로 거둔 승리지만 테니스 경기에서 30-40계단의 랭킹 차이는 경기 당일 컨디션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평가절하 될 수 없는 승리였다.

하지만 정현이 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은 2회전 패배에서였다.

정현의 2회전 상대는 지난해 호주오픈과 올해 프랑스오픈 우승자로 ATP 세계랭킹 5위에 올라 있는 스탄 바브링카였다. 대부분 사람들이 바브링카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고, 경기결과 역시 3-0 스코어가 나왔지만 경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현은 바브링카를 상대로 단 한 세트도 빼앗지 못했지만 3개 세트 모두 타이 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졌고, 총 18게임을 따내는 선전을 펼쳤다. 이날 경기 시간은 무려 3시간 2분이 소요됐다. 3세트 경기 치고는 엄청나게 긴 경기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세계 69위의 10대 선수를 상대로 예상치 못한 접전을 벌여야 했던 바브링카는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현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바브링카는 “정말 좋은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경기가 매우 힘들었다”며 “정현과 경기한 것도 처음이고 그의 플레이를 직접 본 것도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정현의 움직임이 매우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어떠한 공을 치더라도 그는 어떻게 해서든 받으려고 했고 매 번 경기의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다”며 “특히 베이스라인에서의 플레이가 매우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바브링카는 또 “정현이 앞으로 어떠한 연습을 통해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가 투어에서 어떠한 성적을 거두는 지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며 “2~3년 안에 우리는 정현이 지금보다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번 대회에서 정현이 인상적인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는 분명히 있었지만 이처럼 강한 임팩트를 남길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다.

물론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와 같은 저명한 매체가 이번 US오픈에서 주목해야 할 5명의 선수 명단에 정현을 포함시키기는 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10대 선수’라는 기준과 범위 내에서였다. 결국 대회 전체를 통틀어 화제를 몰고 올 만한 선수는 아니라는 뜻이다.

어쨌든 정현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10명의 10대 선수들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고, 대회 초반 세계 테니스계 전체를 놀라게 한 경기를 펼치면서 자신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정현이 투어 프로 선수로서 세계 톱랭커를 노릴 만한 단계에 오를 수 있는 동력을 갖춰야 한다. 가장 시급한 두 가지 문제는 역시 세계적인 톱랭커들과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는 서브와 체력이다.

외국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서브의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왔던 문제다. 서브의 획기적인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정현이 동양인 최초로 ATP 세계랭킹 10위 안에 진입한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또 한 가지. 체력의 문제 역시 연중 세계를 돌며 투어를 소화해야 하는 선수에게는 필수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할 덕목이다. 정현은 바브링카와의 경기 도중, 다리에 쥐가 나면서 고전했다. 만약 이날 경기가 접전으로 흘러갔다면 과연 5세트를 모두 온전히 뛸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세계 톱랭커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한국 선수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ATP 정규 투어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이형택도 은퇴 이후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체력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형택의 은퇴 이후 한동안 사라졌던 한국 테니스의 얼굴 자리에 정현이 확실한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세계 톱랭커의 자리를 정조준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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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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