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 집착’ 메이웨더, 물 건너간 명예로운 은퇴
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베르토 상대 은퇴경기
무패 챔피언 은퇴 위해 강자와 대결 피했다는 비난 직면
금세기 최고의 복서라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가 13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안드레 베르토(32·미국)를 상대로 은퇴경기를 치른다.
메이웨더가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면 복싱 역사상 유일하게 무패 전적으로 은퇴한 헤비급 챔피언 로키 마르시아노가 보유 중인 49전 49승 무패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메이웨더가 지난 5월 3일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와의 세기의 대결에서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올해 9월 은퇴경기를 치르겠다고 공표한 이후 복싱 팬들은 두 선수의 재대결을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파퀴아오가 아니라면 메이웨더의 은퇴경기 상대가 누가 될 지에 대해 큰 궁금증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지난달 5일 메이웨더가 측이 은퇴경기 상대로 베르토와 맞붙는다고 발표하자 미디어와 복싱 팬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메이웨더가 무패 챔피언으로서 은퇴하는데 집착한 나머지 강자와의 대결을 피하고 ‘겉보기 등급’만 준수한 상대를 골랐다는 것이다.
메이웨더의 은퇴경기 상대로 ‘간택’된 베르토는 프로통산 전적 33전 30승(23KO) 3패로 현재 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 잠정 챔피언이다. 전적과 타이틀은 그럴 듯하지만 그의 기량이나 위상은 메이웨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특히 베르토는 복싱 전문지 ‘더링’ 랭킹에서 현재 웰터급 10위 안에 드는 선수와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프로통산 전적에서 기록한 3패가 최근 지난 4년 사이 치른 6차례의 경기에 몰려 있다.
일각에서는 메이웨더가 은퇴경기 상대로 베르토를 고른 것에 대해 ‘어른이 어린 아이의 손목을 비틀겠다고 달려드는 형국’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의식했는지 종합격투기 여제 론다 로우지도 메이웨더에게 복싱룰이 아닌 종합 격투기 룰로 싸우면 자신이 메이웨더를 이길 수 있다고 도발하기도 했다.
문제는 로우지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메이웨더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할 수 있지만 옆에서 지켜 보는 미디어나 팬들 입장에서는 결코 빈말로 받아들여지지 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메이웨더가 파퀴아오와의 경기에서 그야말로 역사에 남을 졸전을 펼친 끝에 판정승을 거뒀고, 은퇴경기 상대마저 자신의 위상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선수를 고른 반면 로우지가 옥타곤에서 보여준 강인함은 적어도 용맹성이라는 면에서만 놓고 볼 때 메이웨더보다 오히려 낫다는 이야기를 나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예상대로 싸늘하다. 이는 티켓 판매 상황과 중계시청권(Pay-Per-View) 가격 책정 상황에서 곧바로 확인이 된다.
파퀴아오와의 경기의 경우 액면가 기준으로 가장 비싼 티켓 가격이 7500달러, 가장 싼 티켓은 1500달러였지만 이번 경기는 가장 비싼 티켓이 1500달러고 가장 싼 티켓은 ‘달랑’ 125달러다. 그나마 현재까지 약 2000매 정도의 티켓이 팔리지 않은 상태다.
중계시청권(Pay-Per-View) 가격 역시 파퀴아오전 때는 99.95 달러였지만 이번 경기의 가격은 74.95 달러로 책정됐다. 판매량 역시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웨더의 은퇴경기에 이와 같은 싸늘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일단 지난 파퀴아오의 경기에서 세기의 졸전을 펼친 끝에 판정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프로복서로서의 이미지는 강인한 챔피언하고는 거리가 더욱 더 멀어졌다. 그냥 ‘글러브 낀 주먹으로 하는 펜싱의 귀재’ 정도의 이미지가 굳어졌을 뿐이다.
따라서 메이웨더가 파퀴아오와 재대결을 펼치지 않는 이상 메이웨더가 은퇴경기로 누구와 싸우든 대중들은 별로 궁금할 것이 없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차치하고 대중들이 메이웨더의 49번째 경기에 관심이 시들하다 못해 싸늘한 가장 큰 이유는 이번 경기가 진짜 은퇴경기가 아닐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 메이웨더가 과거 여러 차례 은퇴를 번복한 전력이 있고, 파퀴아오와의 재대결 가능성 또한 상당하기 때문에 물밑접촉이 마무리 되면 언제든 링에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매체에서는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대결 직후 곧바로 양측이 2차전에 관한 협상에 돌입했다고 전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양측이 오는 11월 재대결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만약 이번 베르토와의 경기를 끝으로 현역 은퇴를 확정짓는다 하더라도 메이웨더는 로키 마르시아노의 무패 은퇴 기록에 집착한 나머지 복서로서의 명예와 자존심을 팔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메이웨더에게 있어 명예로운 은퇴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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