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개정하려는 체육계의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르면, 선수가 금지약물 징계처분을 받을 경우 징계 만료일로부터 3년이 경과해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연말 이사회에서 이 규정의 존속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을 손질하거나 없앨 경우, 박태환의 2016 리우올림픽 진출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태환은 현재 정상적인 선수 신분이 아니다. 금지약물 투약혐의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징계는 내년 3월에 끝난다.
여기에 국내 규정인 '3년 징계 규정'을 더할 경우 2019년 3월이 지나야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그때쯤이면 박태환의 나이가 서른이 되는데 사실상 수영 선수로는 전성기가 지나도 한창 지났을 나이다.
박태환을 위해 규정을 손보자는 주장은 여기서 나온다. 근거는 간단하다. 박태환이 내년 8월 열리는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가 '마린보이'로 불리며 국내 수영의 위상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마지막 자존심 회복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태환도 꾸준히 이런 의견을 펼치고 있으며 지난 21일 일본 도쿄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등 개인 기량유지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박태환을 둘러싼 약물 파동은 치열한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박태환과 병원장 김 모 씨의 의견이 엇갈리는 등 아직 법적 절차가 남아 있다.
그래서 더욱 체육계에서 3년 징계 규정에 대한 운을 띄우는 게 성급하다. 병원장의 혐의가 없다고 드러난다면 선수 하나를 위해 날치기로 규정 손질을 하려 했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이다. 설령 박태환의 억울함이 완벽히 인정되더라도 도덕적인 가치와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에서 잡음을 일으킬 소지가 분명하다.
이미 엄격한 규정을 적용받은 수영 선수 김지현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지현은 지난해 5월 감기약을 먹었다가 금지약물인 클렌부테롤이 검출돼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2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고의성이 없으며 의사의 실수로 드러났음에도 징계는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수영 선수 생활을 잠시 접고 군대를 택했다. 뒤늦게 박태환을 위해 규정을 손질한다면 김지현에게 적용한 엄격함은 우스운 꼴이 되고 만다. 혹시나 김지현을 위해 이제 와서 징계 수위를 낮춘다 하더라도 수영 선수라는 특수한 환경에서의 물리적인 시간과 그에 따른 기량 저하까지 완벽히 보상할 수는 없다.
이 정도면 올림픽 출전의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박태환이 꼭 올림픽에 서야 하는 이유 말이다. 저마다의 논리가 있겠지만 결국은 국위선양과 메달이라는 성적지상주의에서 모든 게 출발한다.
끝내 박태환이 규정까지 바꾸면서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땄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그가 모든 명예를 회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국민과 팬들은 그렇게 수준 낮지 않다. 과거처럼 메달 하나에 맹목적인 찬사를 보내지 않는다. 국위선양을 내세우고 스포츠 스타를 전쟁터에서 막 이기고 돌아온 영웅으로 숭배하던 시대는 지났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체육계와 미디어가 종합 순위를 홍보할 때 국민과 팬들은 안현수가 러시아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에 주목했다. 대회 막바지에는 비정상적인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치면서도 웃으며 "후련하다"고 할 수 있었던 김연아의 피겨 인생 전반에 걸친 땀에 주목했다.
금메달로 나라 밖에서의 위상을 끌어올리겠다는 건 일부 체육계 인사들과 말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의 핑계거리이자 구시대적 서사 논리다.
박태환을 위해서는 환호와 맹목적인 추종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금메달과 국위선양에서 발화되는 이런 논리는 스포츠를 아편이자 '3S'였던 시절로 되돌리는 행위다. 넓게 봤을 때 박태환이라는 개인 인격을 위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지금 상황에선 박태환을 위한 규정 손질을 고심할 게 아니라 무엇이 진실이고 원칙이며 지켜내야 할 가치인지 따져볼 때다. 올림픽 출전과 메달 획득이 상식과 약물 복용금지라는 절대성 앞에 서서는 안 된다. 메달로 모든 걸 가리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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