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실책 아닌 실책…그래서 야구는 잔인하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10.08 10:07  수정 2015.10.08 10:09

김성현 연장 11회 결정적 실책으로 경기 종료

후반기 공수 전반에 걸친 활약으로 5위 일등공신

김성현의 실책은 수비 위치상 잡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 연합뉴스

연장 11회 2사 만루. 빗맞은 플라이가 내야 높이 떴다. 모두가 이닝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타구는 SK 유격수 김성현의 글러브에 맞고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경기가 종료됐다.

SK가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넥센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서 연장 11회 김성현의 뼈아픈 실책으로 말미암아 4-5 역전패했다.

이로써 사상 첫 시행된 와일드카드를 거머쥐었던 5위 SK는 단 1경기 만에 이번 가을 잔치에서 퇴장했다. 반면, 짜릿한 역전승을 일군 넥센은 오는 10일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김성현의 실책은 두고두고 남을 아쉬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김성현만을 탓할 수도 없다.

넥센은 연장 11회말 극적인 동점을 이룬데 이어 다시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대타 윤석민이었다. SK 투수 박정배는 부상으로 경기 감각이 떨어진 윤석민을 공략하기 위해 내야 땅볼 유도를 택했다. 따라서 SK 내야수들 모두 뒤로 물러나있었다.

실제로 박정배의 마지막 투구는 윤석민의 몸쪽으로 깔렸다. 잘 공략해봐야 파울 또는 내야 땅볼이 될 공이었다. 하지만 타구는 의외로 높게 떠올랐다. 이를 잡기 위해 SK 내야수들이 일제히 달려왔고, 가장 먼저 도달한 김성현이 글러브를 내밀었지만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위치상 2루수 나주환이 잡았어야 했지만 그 또한 1루 주자와 동선이 겹쳤다.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었다.

NC의 김경문 감독은 야구에 대해 “잔인한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김 감독은 NC를 맡기 전, 두산 지휘봉을 잡았던 7년 반 동안 무려 6차례나 팀을 가을잔치로 이끌었다. 다만 우승 경험은 없었다. 세 차례 준우승이 그가 이룬 최고 성적이었다. 그래서 패자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2위를 확정 지은 직후 “2위로 마치면 다음 시즌 준비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1년 내내 잘 하다가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이때 '야구가 잔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2006년 SK에 입단한 김성현은 노력형 선수의 표본으로 불린다. 데뷔 초반 파워는 고사하고 타격 센스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발이 아주 빠른 것도 아니며 수비력이 걸출하다는 평가도 없었다.

인고의 시간을 거친 그는 비로소 지난해 주전 자리를 찜했다. 수비력은 아직까지 불안한 면이 있지만 리그 최상급의 어깨를 보유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타격면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게다가 5위 싸움이 한창인 후반기 막판, 김성현은 정의윤과 함께 SK 타선을 이끌었다. 전반기 타율 0.249 2홈런 16타점에 그쳤던 그가 후반기 타율 0.345 6홈런 32타점을 기록한 것이 그 증거다.

SK의 패인을 굳이 찾자면 매 이닝 숱한 득점 찬스에서 빈타에 그쳤던 타선 쪽으로 돌릴 수 있다. 이날 SK는 넥센보다 4개나 더 많은 12개를 안타를 뽑아냈고 사사구도 7개나 얻어냈다. 무려 7명이 투입된 투수진도 넥센의 살인타선을 맞아 5실점(4자책)으로 선방했다. 하지만 득점 찬스에서의 ‘딱 한 방’이 모자랐다.

이날 넥센과 SK가 치른 와일드카드 1차전 기록지에는 김성현 11회 실책이 선명하게 적혀있다. 결승타의 주인공은 없었다. 김성현의 실책이 결승 득점을 내준 것으로 무미건조하게 남을 뿐이었다. 그래서 야구는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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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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