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보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면 높은 지연이자를 물게 된다. 다만 정당한 사유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보험사들의 '꼼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보험회사가 정당한 사유없이 보험약관에서 정한 사고보험금 지급기일을 초과하면 지연이자를 보험계약대출 이율 외에 최고 8%까지 추가 지급토록 한다고 12일 밝혔다.
현재는 보험회사가 보험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기일을 초과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보험계약대출이율’을 적용한 이자만을 지급하고 있다. 보험계약대출이율은 지연기간에 대해 보험료 적립금을 담보로 보험계약자가 대출받는 경우 적용하는 이율로 통상 4~5% 수준이다.
보험사가 정당한 사유없이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는 경우, 별도로 지연이자를 부과하고 있지는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사고보험금 지연지급 건수는 101만건으로 전체 사고보험 건수(4167만4000건)의 2.4%로, 지연지급 보험금은 3.6조원(10.3%) 수준이다.
이처럼 보험사의 사고보험금 지연지급 비율이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자 금융당국이 앞으로 지급기간 별로 보험계약 대출이율에 가산이자를 붙이기로 칼을 빼든 것이다.
조운근 금감원 보험상품감독장은 "보험사고의 본질적 특성과 일부 보험회사의 부당한 업무처리 행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험사고의 원인이 사망, 상해, 장해, 화재, 폭발, 충돌, 멸실, 도난 등으로 다양하고, 손해액 평가방법이 복잡해 조사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개선 방안에 따르면 지급기일의 다음날부터 30일이내에는 현행과 동일하지만 31일이후부터 60일이내에는 현행 보험계약 대출이율에 가산이자 4%를 붙여 이자를 지급해야한다. 또한 지급기일 61일이후부터 90일이내에는 가산이자가 6%로 증가하고, 91일이 지나가면 8% 가산이자를 지급토록 했다.
다만 재판 및 분쟁조정 절차 진행, 수사기관의 조사, 해외에서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한 조사, 제3자의 의견에 따르기로 한 경우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사유 종료일부터 지연이자를 적용한다.
이에 대해 정당한 사유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개선방안 안에서는 감독기관이나 기준에 대한 명시가 없고, 사례 위주로 제시돼있어 보험사들이 악용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조 국장은 "조사기관을 임의적으로 정하면 기관마다 다른 특성이 있어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었다"며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는 경우는 검사한 후 조치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놨다.
이에 따라 '정당한 사유없이'라는 조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는 경우 따를 구체적인 조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도개선 사항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개정(표준약관 개정) 예고를 거쳐,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 후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조 국장은 "정당한 사유없이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는 경우 보험회사의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보험회사 스스로 보험금을 신속히 지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 지연시 높은 지연이자가 적용돼 보험회사의 부당한 보험금 지급에 따른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손실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금감원이 추진 중인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의 일환으로, 보험소비자의 권익보호와 신속한 보험금 지급 관행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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