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 불공평 보험료...비싼차에 더 부과해야"
13일 중소기업중앙회서 보험연구원 주최로 세미나 진행
"보험료 공평화하고 추정수리비 폐지, 대체부품은 활성화해야"
과도한 고가 차량 관련 자동차 보험료를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고가차량의 보험료 부담을 확대하고, 보험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오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보험연구원 주최로 열린 '고가차량 관련 자동차보험 합리화방안 정책 세미나'에서는 주제발표와 함께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안정적인 사고발생률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3년부터 물적 손해 보험금 금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자동차보험회사 영업 적자가 확대됐다. 이 기간동안 외산차 등록대수 증가율이 14.2%를 기록하며 외산차의 수리비와 렌트비 증가율은 연평균 13.1%, 20.4%를 기록했다. 국산차의 3.7%, 6.5%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이날 세미나에서는 고가 차량의 과도한 보험료에 대한 합리화 방안으로 저가차와 고가차의 수리비 부담 불공평을 해소하기 위해 표준약관을 수정하고 추정 수리비 제도 폐지, 경미사고 수리기준 규정과 대체부품 활성화 등이 제시됐다.
지난해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모았던 이른바 '벤틀리 사건'과 같이 고가차와의 사고에서 고가차 수리비를 보험료가 모두 충당하지 못해 경제적 파산에 이르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싼 차 모는 운전자에 보험료 더 부과해야"
이날 발표자로 나선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가차량이 초래하는 고가 수리비가 저가 차량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저가차 운전자가 부담해야하는 비용을 고가차 운전자가 부담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요율체계는 고가차량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고가 수리비 할증요율을 반영하고 차종별 수리비가 평균 수리비의 120%를 초과한 경우 초과비율에 따라 차등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가차와 고가차가 사고가 났을 경우 과실 정도가 같다고 가정해도 고가차의 수리비 등이 저가차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현실을 지적하며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실제 지난 2013년 3월 서울 여의도에서 람보르기니가 EF소나타 택시 후미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과실 비율은 람보르기니가 90%, 택시가 10%였지만 택시 운전자는 수리비로 7200만원을 내야했다. 수리비 7억2000만원의 10%를 부담한 것이다. 이와 반면 람보르기니 운전자는 택시 수리비로 190만원의 90%인 171만원만을 보상했다.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도 "보험요율산정 방식의 다양화 모색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위험요소, 자동차모델등급제, 지역등급제 등을 적용하고 건수제를 보완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보험료 고액화의 세부적 원인으로는 렌트비가 지적됐다. 전 위원은 "불합리한 현행 표준약관 규정으로 수리비보다 렌트비가 비싼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표준 약관 규정에는 차량수리 기간동안 피해 차량과 동종 차량을 렌트하도록 돼있지만 이 약관이 과다한 대차료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노후 차량에게는 초과 이득까지 발생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전 위원은 "독일과 영국, 일본 등의 약관을 살펴보면 동일한 사용가치와 신의칙에 의한 손해억제 의무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강계욱 보험개발원 상무는 "렌트비는 또한 대다수 계약자 인상 요인도 되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렌트비를 지급하는 주된 이유는 자동차 운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동일한 차량이 아니더라도 배기량, 연식 비슷한 차량을 렌트해도 문제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도 "현행 렌트 규정은 비효율적"이라며 "사회적으로 보험의 전반적 원리에 초점을 맞췄을 때 같은 차량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보험 사기 유발하는 추정수리비는 폐지하고 대체부품 활성화해야"
추정 수리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 위원은 "추정 수리비 제도는 수리비 과다 청구, 실손보상 원칙 위배, 동일 부위 이중보상, 보험사기 악용 가능성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추정 수리비는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9%나 증가했는데 이중 외산차의 경우가 19.2%를 기록했다. 반면 국산차의 추정 수리비 증가율은 6.4%다.
추정 수리비 제도는 실제 수리한 항목이 아니더라도 청구가 가능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보험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차손해 추정 수리비가 폐지되면 실제 수리한 경우에만 수리비가 지급된다. 이렇게되면 허위 견적서를 통한 과도한 보험금 청구나, 같은 사고에 대해 수리비를 이중 청구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강 상무는 "외산차 추정수리비를 높게 청구하는 것은 차가 고액인 점을 악용하는 보험 사기인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료가 증가되는 등의 문제로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에 보험사기는 다른 금융범죄보다도 치명적이라 사회적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추정수리비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토론자 정승현 국토교통부 자동차보험팀장은 "외제차 수리 등의 지적은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나온 바 있고 경미사고 수리기준이나 추정수리비 제도 문제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협의해 공통 과정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는 경미사고 수리기준을 세우고, 대체부품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전 위원은 "경미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부품교체를 함으로써 과도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도 보험사기에 악용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8월 부산에서 외제 승용차 뒷부분을 부딪혀 조그만 흠집을 남긴 운전자에게 수리비, 렌트비 명목으로 5000여만원이 청구된 바 있다. 이처럼 경미사고임에도 과도한 수리비가 청구되는 문제에 따라 경미사고 수리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강 상무는 "경미사고 수리기준 성공여부는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는지"라며 "수리기준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의지 뿐만 아니라 실효성 위해 구속력 있는 규범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미사고 수리기준과 함께 대체부품 활성화로 수리비를 절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1월 대체부품 품질 인증제가 시행됐으나 디자인보호법 문제로 외산차 부품 활성화는 벽에 막힌 상태다. 또한 자동차 부품 시장의 독점적 공급 구조도 대체부품 사용 활성화를 막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대체부품 활성화에는 산업 구조적인 현실적 문제가 있다"며 "완성차 업계에 종속된 상황에서 대체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몇개나 될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태국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장도 "대체 부품 활성화에는 산업 구조 등 인프라 구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국토부도 노력하고 있고 손해보험협회와 내부적인 검토를 하고 있지만 아직 제도 정착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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