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세웅 "박근혜 그 여자, 참 나쁜 여인으로 기록될 것" 파문
<현장>한국사 국정화 반대집회서 시종일관 막말
청소년행동 "박정희 생일잔치는 집안에서 하지"
17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외치는 시위에서 함세웅 신부가 박근혜 대통령을 ‘나쁜 여인’으로 지칭하면서 비난하고 나섰다.
함세웅 신부는 이날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470여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주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범국민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시종일관 ‘그 여자’라고 지칭하며 “후에 오늘의 역사가 기록될 때 단 한 줄로 ‘박근혜 그 여자, 참 나쁜 여인이었어’ 이렇게 기록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함세웅 신부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으로 국보법 철폐, 제주해군기지 반대 등 사회적 갈등이 있을 때마다 등장했던 인물이다.
이날 함 신부는 고대 철학자들의 책에 자주 등장하는 ‘잔칫상’, ‘대화’, ‘정원’을 역사교과서의 ‘다양성’에 비유하며 “잔칫상에도 여러 음식이 있고, 대화도 여러 주제로 하는 것이고, 정원에도 한 꽃만이 아닌 여러 꽃이 있다”며 “이 세상에는 다양성이 있어야 아름답고 완전한 것이다. 따라서 역사에서도 다양성이 있어야 하고 이 다양성을 종합하는 것이 아름다운 완성을 이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함 신부는 정부와 여당을 겨냥해 “이 바보 같은 사람들은 한 시각에 꽂혀 한 주제만 얘기하는 정신병자들로, 오늘 우리가 모인 이 모임은 저 부족한 정신병자들을 치료하는 치유의 모임”이라며 “나는 개인적으로 성경 읽고 기도할 때 진심으로 저 병자들 좀 치유해달라고 매일 하나님께 강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정부와 여당이 현재 발행된 검인정교과서의 좌편향성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좌편향의 원조 대표자는 박정희”라고 소리쳤다.
이에 대해 함 신부는 “박정희가 1972년 10월 유신정변을 일으키기 5일 전에 김종필이 북한에 ‘5일 후 이런 일(유신정변) 일으킬 것’이라고 말하면서 북한과 무관하게 남한을 위해 하는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미리 알려준 것을 미국이 듣고 기록을 남겼다”며 “미국 비밀문서가 해제됐을 때 이 내용들이 전부 공개됐는데, 어떻게 북한에는 5일 전에 미리 알려주고 우리한테는 하루 전에 알려줬느냐는 것”이라고 소리 높여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신은 당시 우리 측과 북한이 서로 짜고서 북한은 1인 독재 계승, 우리는 박정희 영구집권을 위해 하는 연극이었다”며 “이런 내용들을 역사책에 기록해야 할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함 신부를 비롯한 단체 구성원들은 이 같은 발언을 이어나가다 청계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촛불문화(시위)를 벌였다.
촛불시위는 오후 7시께 시작돼 밤까지 이어졌다. 해당 단체들은 “나라꼴이 개판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라!”고 구호를 외치며 연설을 이어나갔다.
단체 구성원들은 “박근혜 정권은 단 한번의 국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국정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국정화를 추진하기 위해 종북, 좌편향, 빨갱이 등 색깔공세를 계속하며 우리 국민들과 학생들을 능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들은 “교육과 헌법 민주주의 가치 그 어느 것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헌법재판소도 학생들의 사고력이 획일화, 정형화 될 것을 우려해 국정화 보다는 다양하고 비판적인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숙이 가능한 검인정 교과서를, 나아가 자유발행제가 헌법의 가치에 부합된다고 판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세계 여러 민주주의 국가는 이미 검인정을 넘어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 추세”라고 강조했다.
앞서 청소년들 역시 아직 나오지도 않은 국정화 교과서를 “친일 독재 미화, 박정희 미화 교과서”라고 비판하며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경기상업고에 재학 중인 임재원(2학년) 학생은 종로구 안국역 앞에서 진행된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 행동(청소년행동)의 ‘국정화 반대 운동’에서 “박근혜 정부는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학교를 자신들의 정치적 사상 육성소로 만들려는 계획이냐”며 “우리는 북한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임재원 군은 “박근혜 대통령이 친일의 뿌리인 자신의 아버지 독재를 미화시키기 위해 국정화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며 “자신들의 잘못된 점을 왜 후세인 우리에게 옳다고 강요하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독재는 잘못된 것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임 군은 “보수진영에서 김구, 안중근, 노무현, 김대중 이 분들을 테러리스트, 조국근대화반대자, 종북세력, 공산주의자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런 악질적인 말을 써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그들을 깎아내리고 있다. 국정화 교과서가 나오면 그들은 모두 빨갱이가 돼버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아란 학생은 “정부가 내년부터 국정화 교과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 때는 박정희 대통령이 태어난 지 딱 100년째 되는 해”라며 “생일잔치는 집안에서 간소하게 하지 이렇게 크게 벌려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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