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서울패션위크, 대기업들 놀이터?


입력 2015.10.20 11:43 수정 2016.01.20 21:01        김영진 기자

코오롱·두산 등 대기업 패션쇼 저녁 8시 황금시간대 배정...개인 디자이너 상대적 소외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이 지난 2일 서울 신당동 유어스빌딩에서 2016S/S 헤라서울패션위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패션위크
신진 디자이너들의 발굴 및 글로벌 역량을 갖춘 국내 디자이너들을 해외에 알리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는 서울패션위크가 대기업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로 15년째를 맞는 서울패션위크가 해외에 인지도를 높여가면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서울패션위크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들 대기업들은 거액의 참가비를 서울패션위크에 지불하면서 원하는 장소와 시간대를 선택해 상대적으로 개인 디자이너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2016S/S 서울패션위크가 서울시 주최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패션위크는 올해 처음으로 정구호 디자이너를 총감독으로 영입했고 15년 역사상 처음으로 타이틀 스폰서 체제를 도입해 아모레퍼시픽을 스폰서로 확보했다. 이번 시즌 서울패션위크의 공식 명칭 역시 '2016S/S 헤라서울패션위크'로 변경됐다.

이번 시즌 기간 동안 60여개의 패션쇼가 진행된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이나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주말이나 저녁시간대는 대기업 소속 디자이너들의 쇼가 대부분 잡혔다.

이는 주최 측에서 대기업들에 한해 따로 책정한 참가비를 받았기 때문에 그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것이다.

지난 16일 저녁 8시에는 신원그룹 소속의 정영두 디자이너의 '반하트 디 알바자'의 쇼가 진행됐다. 또 주말인 17일 저녁 8시에도 코오롱인더스트리 소속 김재현 디자이너의 '럭키슈에뜨'가 DDP 야외무대에서 진행됐고, 18일 같은 시간에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과 배달의민족, 디자이너 계한희가 협업한 '배민의류' 쇼가 열렸다.

19일 저녁 8시에도 코오롱인더스트리 소속 이보현 디자이너의 '슈퍼콤마비', 20일에는 엠티콜렉션의 '메트로시티' 등 기업 소속 디자이너들의 쇼가 황금 시간대인 저녁 8시에 진행됐다.

비록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한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SK네트웍스에서 지난 5월 인수한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도 지난 16일 저녁 8시 서울 을지로 세운청계상가에서 패션쇼를 가졌다. 그동안 서울패션위크에 꾸준히 참여했던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는 세운청계상가에서 쇼를 해보고 싶어 이번에는 서울패션위크 대신 이 장소를 선택한 것이다. 이는 대기업의 자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쇼였다.

서울패션위크가 대기업들에게 이 같은 '특혜'를 제공한 것은 대기업들이 협찬 명목으로 많은 금액의 참가비를 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통상 1000석 규모는 1000만원, 700석 규모는 700만원의 참가비를 받는다.

하지만 대기업 소속 디자이너들은 이번 행사에서 보통 3500만원의 참가비를 냈으며 야외에서 진행했던 코오롱의 '럭키슈에뜨'는 이보다 많은 5000만원의 참가비를 냈다. '럭키슈에뜨'는 행사 이후에도 밤늦도록 DDP에서 애프터파티를 진행해 주위를 소란스럽게 했다.

특히 두산과 배달의민족이 협업한 '배민의류'는 억단위의 협찬비를 주최 측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패션위크에 '헤라'타이틀을 단 아모레퍼시픽은 이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냈다.

이에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대기업들 소속 브랜드들은 패션쇼가 끝나고 파티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저녁 시간대로 몰아줬다"며 "배민의류는 야외부스를 운영하고 매일 발간하는 소식지에 광고도 진행해 이보다 많은 금액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패션위크가 대기업들에게는 이처럼 배려를 하지만 개인 디자이너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개인 디자이너들은 날짜나 시간도 정할 수 없다.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패션위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이어들이기 때문에 바이어의 동선이나 시간에 맞춰야 해서 일반 개인 디자이너들의 날짜나 시간은 임의로 정했다"고 답했다.

이에 패션업계 관계자는 "개인 디자이너들은 자비로 진행하는 패션쇼보다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비용이나 홍보면에서 좋다고 판단해 참여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대기업 소속 디자이너들은 셀럽 초청이나 유명 모델들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 디자이너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영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