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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7 월드컵 최진철 감독, 2002세대 성공신화 이을까


입력 2015.10.23 10:46 수정 2015.10.23 15:02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U-17 월드컵 16강 진출로 리더십 재조명

최종 잉글랜드전 비기기만 해도 조 1위

U-17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기니를 연이어 격파하며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최진철 감독. ⓒ 연합뉴스

한국 17세 이하(U-17) 대표팀이 칠레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최진철(44) 감독의 리더십도 재조명받고 있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U-17 대표팀은 브라질과 기니를 연달아 1-0으로 제압하고 조 1위에 올라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FIFA 주관 국제 대회 본선에서 한국대표팀이 1,2차전을 모두 연승한 것은 각 연령대별 대표팀 통틀어 처음이다.

최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이 배출한 스타플레이어이자 명수비수다. 하지만 그의 축구인생은 엘리트코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대표팀에서도 늦깎이로 두각을 나타낸 최 감독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어 홍명보, 김태영과 함께 '철의 스리백'을 형성하며 4강 신화에 크게 기여했다.

부동의 캡틴이었던 홍명보, 파이터 이미지가 뚜렷하던 김태영에 비해 최진철은 상대적으로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우직하고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조용히 자신에게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해내는 유형의 선수였다.

최 감독의 이러한 스타일은 지도자 생활에서도 이어졌다.

2006 독일월드컵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접은 최 감독은 강원FC 코치를 거쳐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로 활약해왔다. 성인대표팀에 비하면 관심이 떨어지지만 한국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소년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황금세대'를 만들어내려는 장기 프로젝트의 중추에 최 감독이 있었다.

최진철 감독은 지난해 16세 이하 대표팀 감독에 선임돼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칠레 17세 월드컵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지난달 브라질, 크로아티아, 나이지리아가 참가한 수원컵 17세 이하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서 2무1패로 저조한 성적에 그치며 우려를 자아냈다. 당시 브라질에는 0-2로 완패하기도 했다.

당시 여론은 4강 진출을 내걸었던 최진철호의 목표가 허무맹랑하다는 의구심이 많았고, 최 감독의 전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특히 최 감독이 가장 비판을 받았던 부분 중 하나는 유망주 이승우에 대한 활용법이었다. 청소년대표팀 최고의 스타이자 한국축구의 미래로 꼽히는 이승우는 어린 나이지만 벌써부터 일거수일투족이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인기스타였다.

하지만 최진철 감독은 이승우 한 명에게 쏠리는 관심보다 전체적인 팀의 균형과 원칙을 중시했다. 일부의 섣부른 지적과 조급증에도 최진철 감독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최 감독 뚝심에 한국은 이번 대회 돌풍의 팀으로 불리며 연일 놀라운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수원컵에서 완패했던 브라질을 그물수비로 제압하는 장면에서는 역시 명수비수 출신다운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분위기에 따라 흔들리기 쉬운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며 경기 내내 안정된 팀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니전처럼 순간적인 상황판단과 대처 능력도 훌륭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 에이스 이승우를 대신해 교체 투입한 막내 오세훈이 깜짝 결승골을 터뜨린 것은 최 감독의 탁월한 안목을 돋보이게 했다. 16강 진출조차 비관적으로 바라보던 여론을 단숨에 반전시키며 최 감독은 묵묵히 자신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성과로서 입증하고 있다.

이미 2002 월드컵 출신 멤버들 중에는 최용수, 황선홍 감독 등 상당수가 이미 지도자로 전향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4강에 오를 경우 그는 선수와 감독으로서 FIFA 주관대회에서 모두 4강 신화를 일궈내는 최초의 한국인이 될 수도 있다. 2002세대가 배출한 또 한 명의 스타 지도자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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