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거 패러디’ 무리뉴, 심판 디스 발언 속내는?
디나모 키예프 원정 무승부 그친 후 독설
성적 부진으로 인한 조급함 드러난 장면
첼시 주제 무리뉴 감독이 디나모 키예프 원정 무승부에 그친 후 또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첼시는 21일(한국시각) 디나모 키예프와의 '2015-16 UEFA 챔피언스리그' G조 3차전 원정 경기에서 0-0 비겼다. 첼시는 이날 에당 아자르와 윌리안이 골대를 맞추는 등 운이 따라주지 않아 득점에 실패했다.
무리뉴 감독은 전반 문전 경합 상황에서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넘어졌음에도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페널티킥을 인정받지 못하며 무득점에 그친 첼시는 현재 G조 1승1무1패를 기록 중이다. FC 포르투, 디나모 키예프에 뒤지며 16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무리뉴 감독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낸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무리뉴 감독의 표현 방식이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하여 "나약하고 순진했다(The referee was weak and naive)"며 주심의 판정을 평가했다.
무리뉴 감독의 화법은 공교롭게도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의 과거 어록을 연상시킨다. 무리뉴와 벵거는 축구계에 널리 알려진 앙숙이다. 벵거 감독은 2015-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첼시전에서 0-2로 패한 후 심판 판정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하며 위와 비슷한 표현을 쓴 바 있다.
벵거 감독은 당시 경기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아스날 수비수 가브리엘의 퇴장을 유도한 첼시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의 비매너 플레이를 지적하며 "첼시가 '순진한' 판정을 내린 주심을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원래 심판 판정에 대한 언급은 징계 대상이지만 벵거 감독은 잉글랜 축구협회(FA)로부터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다.
반면 무리뉴 감독은 지난 4일 사우샘프턴전과의 리그 8라운드에서 패배한 이후 "심판들이 첼시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걸 두려워한다"고 언급했다가 5만 파운드(약 8745만 원)의 벌금과 1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무리뉴 감독은 고의가 아닌 표현상의 실수였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F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정도에 굽힐 무리뉴가 아니었다. 무리뉴 감독이 디나모와의 경기 후 심판판정에 대하여 언급한 것이나 벵거 감독의 발언을 패러디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슷하게 판정에 이의를 제기한 벵거는 처벌하지 않으면서 왜 자신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가란 불만의 표시로 해석할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의 발언이 또다시 문제가 된다면 '나약하다', '순진하다'는 표현을 놓고 형평성에 대해 비꼬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의 디스가 통할지는 의문이다. 아스날전의 경우 FA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오심이었지만, 사우샘프턴이나 디나모전은 상황이 전혀 달랐다.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아무 상관없는 벵거 감독까지 끌어들여가며 조롱하는 무리뉴 감독의 행태가 올 시즌 성적 부진에 빠진 첼시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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