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유대인 학살, 히틀러 아닌 팔레스타인의 사주"
세계 유대인 연합결성 연설, 이스라엘판 '역사 왜곡' 논란 심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레를 사주해 유대인 학살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당시 팔레스타인 지도자 하즈 아민 알 후세이니를 지목해 파문이 일고 있다. 유대인 학살의 책임을 히틀러가 아닌 팔레스타인에 돌렸기 때문이다.
CNN은 21일(현지시각)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열린 세계 유대인 연합결성 연설에서 "히틀러는 유태인을 몰살시키려 하지 않았다. 단지 유럽에서 쫓아내려고 했을 뿐이다. 유태인을 몰살시키라고 히틀러에게 사주한 것은 당시 팔레스타인 지도자 후세이니이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에 따르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후세이니가 히틀러를 만나 "유대인을 유럽에서 쫓아내면 그들은 모두 팔레스타인으로 건너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히틀러는 "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고, 후세이니는 "그들을 태워 죽여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히틀러가 후세이니와 이러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 네타냐후의 근거 없는 주장에 사에브 에라카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과 함께 싸웠다"며 "나치에 대항한 팔레스타인의 노력은 변함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긴장을 완화할 것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장을 펼쳤다"며 "네타냐후의 유감으러운 발언으로 정의와 평화가 간절히 요구되는 이 시점에 양국 간 불신의 골만 깊어졌다"며 분개했다.
이같은 네타냐후 총리의 '황당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전에 베를린을 방문하기 전에도 독일 나치 친위대 대령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재판과정에서 증언한 말을 인용하며 "후세이니가 히틀러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를린에 도착해서도 "히틀러가 홀로코스트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되지만, 동시에 후세이니의 역할도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의 역사관은 바뀌지 않는다"며 "우리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독일의 책임을 지킬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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