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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권 관련 예산 전액 삭감한 기재부의 '만행'


입력 2015.11.06 09:22 수정 2015.11.06 09:22        하윤아 기자

통일부 2016년 예산에 '북인권 개선 기반구축' 추진비 1억원 책정

기재부 "북한인권법 제정된 후에 구체적으로 논의하자" 전액 삭감

통일부가 2016년 예산안에 북한인권과 관련한 직접사업 예산을 최초로 책정했지만, 기재부의 예산안 심사 도중 전액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통일부가 2016년 예산안에 북한인권과 관련한 직접사업 예산을 최초로 책정했지만, 기재부의 예산안 심사 도중 전액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통일부가 올해 최초로 북한인권과 관련한 직접 사업에 예산을 책정했지만, 기재부의 예산안 심사 도중 전액이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기재부 측은 관련 법령인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후 예산 배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가 북한인권법 제정에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를 좀 더 지켜본 뒤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면 이에 따라 구체적인 사업비를 책정하자는 것이다.

통일부가 지난 9월 발행한 '201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설명서'에 따르면 통일부는 당초 올해 예산안에 '북한인권 개선 기반구축' 사업을 포함, 기재부에 1억원의 예산을 신청했다. 이는 통일부의 신규 사업으로, 북한인권과 관련한 직접 사업에 처음으로 예산을 배정한 것이다.

통일부는 앞서 기재부 측에 해당 사업 예산을 책정한 이유와 관련, △북한인권 민간협력 강화 △국제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 △민간활동 활성화 지원 등의 항목으로 나눠 설명했다.

통일부는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져 민관 간의 효율적이고 유기적인 협력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북한인권 민간협력 강화' 측면에서의 사업 추진 근거를 밝혔다. 이에 통일부는 북한인권 정책 평가와 개발을 위한 민관협의체 운영 예산 4000만원을 산출했다.

또한 '국제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 측면에서 워싱턴 북한인권 실무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와의 연대활동을 사업 추진의 근거로 제시하고, 북한인권 국제회의 참석을 위한 예산 2000만원을 책정했다.

이밖에 통일부는 민간단체의 북한인권 관련 활동 지원금으로 4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북한인권 관련 공모 사업을 운영함으로써 민간 차원의 북한인권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게 통일부 측 설명이다.

통일부는 이처럼 사업 추진 세부내역을 밝히면서 국제사회와 민간단체,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해 인권 문제에 대한 대응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북한인권 개선 노력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북한인권 문제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아울러 국제사회-민간단체-정부가 각각 역할을 분담해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사업의 타당성을 밝혔다. 특히 통일부 측은 해당 사업이 북한인권 정책 수립과 북한인권법 제정 등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발판을 마련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러한 사업은) 꼭 법령이 있어야만 가능한 사업은 아니다"면서 "북한인권 개선과 관련해서는 별도 사업 예산이 없고 소위 말해 기본 경비에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인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진행해보자는 취지에서 예산을 책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사업 예산을 반영해달라고 기재부 측에 요구해왔는데 법이 늘 애매하게 걸려있던 부분이 있고, 올해 같은 경우는 과거 10년과 달리 여야 통합안도 발의됐고 지난 9월에는 여야 일부 절충안도 마련된 상황이어서 법 제정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입장은 법이 제정되기 전에 소규모라도 예산을 확보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기재부 측은 해당 사업 내용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의 내용과 상당부분 연결돼 있어 법적 근거가 확보된 뒤, 전체적인 사업의 윤곽을 그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북한인권법안과 여러 가지로 연계가 돼 있다"며 "그런데 지금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 간 합의가 안 되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 (예산안에) 넣을 수가 없어 법안이 통과되고 나서 구체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통일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법이 제정된 이후 본래의 방향과 다르게 북한인권 사업이 추진되면 추가적인 예산을 배정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특히 신규 사업은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집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단순히 예산문제가 아니라 사업을 누구에게 어떻게 어떤 형식으로 집행해야 효과적인지 논의가 충분히 돼야 하고 이 논의가 선결돼야 사업의 우선순위도 파악할 수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관계 법령에 따른 근거가 마련된 뒤에 사업을 명확하게 추진하는 게 좋다"고 삭감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북한인권법은 2005년 당시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이 최초로 발의한 이후 올해로 10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19대 국회에는 현재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김영우 의원 대표발의)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북한인권증진법'(심재권 의원 대표발의)이 각각 담당 상임위에 상정된 상태다. 최근에는 여야 간 합의에 진척이 이뤄졌으나 역사교과서 문제 등 현안에 밀려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을 통합해 대표발의한 김영우 의원은 5일 본보에 "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5년에 통과된 북한인권법이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10년간 북한주민이 아닌 북한정권을 의식한 야당의 반대로 정체돼 있다"며 "갑갑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북한인권법은) 외통위 양당간사 합의를 통해 많은 부분 합의를 이뤘고 현재 양당대표 간 합의만 남아있었으나, 최근 야당의 보이콧으로 국회가 마비된 상황"이라며 "이번 국회에서 통과 못시키면 또 언제 가능할지 모르는 만큼 야당의 전향적인 입장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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