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며 잊혀 진 공격수가 되는 듯했던 지동원이 컵대회와 유로파리그에서 연달아 골 맛을 보며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지동원은 지난주 DFB포칼서 아우크스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마침내 고대하던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이어 6일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L조 4차전 알크마르와 경기에서는 시즌 2호골을 터뜨리며 팀의 4-1 완승을 이끌었다. 지동원의 유럽클럽대항전 첫 골이었다.
앞서 지동원은 지난 시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아우크스부르크를 오가면서 활약했지만 무득점이라는 초라한 기록으로 시즌을 마쳤다. 도르트문트에서는 아예 1군 무대에서 한 경기도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또한 임대시절부터 익숙한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비교적 충분한 출전시간과 여러 포지션에서 기회를 얻었으나 좀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 시즌 초반에는 주전 경쟁에서도 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렇게 지동원은 유럽파 중에서도 거의 잊혀 진 선수가 돼가는 듯했다.
반전의 계기는 A대표팀 복귀에서부터 비롯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무대에서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던 지동원을 대표팀에 깜짝 발탁하며 기회를 줬다. 당시만 해도 소속팀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던 지동원의 발탁에 대해 의아하다는 시선이 많을 때였다.
하지만 지동원은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에서 짜릿한 헤딩골로 오랜만의 득점포를 가동하며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A매치에서 무려 4년만의 득점이자 소속팀을 포함한 각종 공식 경기를 모두 합쳐도 무려 1년 9개월의 무득점 부진을 끊어낸 한 방이었다. 특히 지동원은 이날 팀이 기록한 3골에 모두 관여하며 A대표팀 승선 이후 자신의 역대급 경기를 펼쳐보였다.
공교롭게도 지동원은 A대표팀에서의 활약 이후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기량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자메이카전에서 얻은 자신감이 지동원의 심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동원의 부활은 대표팀에도 긍정적인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전방과 2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지동원이라는 카드를 살려냄으로써 대표팀의 공격진에 무게를 더했다. 지동원은 오는 12일과 17일 미얀마 및 라오스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앞둔 대표팀 명단에도 다시 발탁하며 슈틸리케 감독의 신임을 확인했다.
지동원은 유럽파 선수들의 활용방식에 대한 슈틸리케 감독의 기준을 보여준다. 그동안 유럽파라는 이유만으로 경기에 제대로 뛰지 못하거나 활약이 부진한 선수들을 대표팀에 무조건 발탁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지난 브라질월드컵이 대표적인 예였고, 역시 유럽파로서 경기력을 좋지 않았던 지동원도 이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능력이 검증된 선수라면 일시적으로 소속팀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대표팀에서 경기감각과 자신감을 찾아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요구하는 대표팀 승선의 기준을 충족했을 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결국 지동원의 부활은 원칙과 융통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은 슈틸리케 감독의 빛나는 안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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