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택근]‘허리 휘는’ 농사일, 퇴행성 척추관협착증 발병 높여

질환 정도 따른 다양한 척추관협착증 치료, 최근엔 내시경으로도

‘입동’이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한 해 농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이맘때가 되어서야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두 다리 쭉 뻗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기다.

최근 농업 분야가 상당 부분 기계화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농부들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야 하는 것이 바로 농사이며, 장시간 허리를 숙이고 앉아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쑤시고 아픈 목, 허리 등 척추 부위를 충분히 쉬게 해주어야 한다. 만일 휴식과 운동만으로도 회복되지 않을 경우, 내년 농사를 위한 준비 차원에서라도 통증 부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농업 종사자 대부분이 고령층, 퇴행성 ‘척추관협착증’ 주의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이 고령층이며, 퇴행성 척추 질환 발병 위험이 다른 직종에 비해 높은 편에 속한다. 그 중 농촌 어르신들에게 자주 발병되는 질환으로 ‘척추관협착증’을 꼽을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의 신경이 내려가는 둥근 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이 압박을 받아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노화로 인해 척추 후관절이 커지고 주변 인대가 두꺼워져 척추관을 압박하게 된다.

농한기를 맞아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목 허리 등 척추 부위에 대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정택근 척추외과 전문의

특히 장시간 몸을 구부려 앉는 작업이 많은 농촌 어르신들의 경우 혈관이 조여져 허리 근육으로 가는 혈액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점차 척추 주변 근육이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척추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척추관협착증이 보다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척추관협착증은 엉덩이나 항문 쪽으로 쥐어짜는 것 같은 묵직한 통증, 신경 압박으로 인해 다리 감각장애와 근력 저하가 주된 증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척추 부위의 근육과 혈관, 인대가 추운 날씨로 인해 수축하여 신경을 누르고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통증이 더욱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심한 경우 평소에는 가끔 저리던 다리가 겨울에는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는 환자들도 종종 보게 된다.

환자 상태에 따른 다양한 치료법 선택…최근 내시경으로도 치료 가능

척추관협착증은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와 적극적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로 나뉠 수 있다. 치료법이 다양한 만큼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이 선행 되어야 한다.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를 보존적 치료만 시행 한다면 비용, 시간 낭비임과 동시에 질환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보존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수술을 권한다면 그 또한 과잉진료가 될 수 있어 치료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질환 초기에는 약물 및 물리치료, 통증주사치료 등 통증관리와 허리 주변 근육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치료를 시행한다. 하지만 이러한 보존적 치료를 지속적으로 시행해도 효과가 없을 경우에는 수술적 방법을 고려하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해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하는 방법이 새롭게 적용되고 있다. 젓가락 굵기의 가느다란 내시경 관을 척추 인접 피부로 삽입하여 신경 압박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전신마취는 필요 없어 고령자도 부담 없이 시행할 수 있으면서도 병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내시경을 이용한 척추관협착증 치료는 가느다란 내시경 속에서 섬세한 감압술을 진행해야 하는 등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척추 내시경과 관련한 많은 연구와 치료 경험을 가진 숙련된 의료진이 시행해야 한다.

글/ 정택근 척추외과 전문의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