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게 반기문이란 "잃을 것 없는 선택"
북 전문가 "북한 안방서 국제 사회 주목끌며 체제 선전 기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반 총장의 방북설에 대해 “김정은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집권 3년이 지나는 동안 세계 정상급 지도자를 만난 적 없는 김정은이 첫 상대로 ‘세계 대통령’인 반 총장과, 더욱이 북한 땅에서 만난다는 점은 여러모로 북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17일 ‘데일리안’에 “북핵문제나 인권문제, 남북관계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가장 적임자격인 유엔 사무총장을 불러 안방에서 북한의 입장을 항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신변안전에 대한 위험부담 없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 수 있고 체제를 선전할 수 있으니 김정은으로서는 잃을 게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자 정상회담에서의 대우와 처신은 물론 신변안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 방문도 금년 내내 고민해 온 김정은으로서는 ‘세계 대통령’인 반 총장의 방북으로 국제사회에 입장을 전달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홍 실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북중관계 정상화 측면에서 중국에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반 총장과의 만남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한 “김정은의 국내 권력은 이제 안정화됐다고 보고, 국제사회에 국가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부각하고 자신도 명분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하나의 국제 홍보 전략으로 반 총장을 부른 것일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과거에 비해 경제적 상황이 좋아지면서 자신감을 찾은 김정은이 내년 5월 개최 예정인 주요 행사인 ‘제7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국가지도자로서 국제사회에 나서기 위해 반 총장의 방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보에 “김정은이 처음으로 만나는 정상급 지도자가 유엔 사무총장이라면 기본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범세계적 기구인 유엔의 사무총장을 북한에 불러들일 수 있을 정도로 국가지도자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드러내 보이면서 국제무대에 본격 데뷔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박 연구위원은 반 총장과 김정은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김정은 집권 이후 강경일변도였던 북한의 대외정책이 보다 유연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까지는 핵실험을 하겠다거나 미사일실험을 하겠다면서 북한의 대외정책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공격적으로 자극적이었는데, (반 총장의 방북을 기점으로) 분위기를 개선하는 모양새를 보일 수 있다”며 “내용적으로 완전히 변화되지는 않겠지만 (반 총장 방북 이후에는) 협상하자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되면 역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는 쿠르트 발트하임 사무총장(1979년),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1993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방문으로 기록된다. 무엇보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첫 북한 방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현 시점에선 더 말할 것이 없다(no further comment)”며 반 총장의 방북설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가운데 중국 신화 통신은 18일 “반 사무총장이 23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한다"고 보도했지만 유엔 측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공식 부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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