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정국 끝나니 '들썩' "문재인으로 총선 안돼!"
호남의원들 모여 "문재인 결단 내려라" 충청권 의원들도 조만간 회동 예정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당 차원에서 대부분의 행사와 일정을 뒤로하는 등 조문 정국에 집중했지만, 서거 닷새째 국회 영결식이 마무리 되면서 당내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갈등이 점차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동철·박지원·유성엽·박해자·황주홍 의원 등 광주와 전남·북을 지역구로 둔 23명의 의원들은 26일 오전 여의도 모처에서 만나 문재인 대표에 대한 규탄과 호남민심 복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호남 지역 인사지만 범친노계로 평가되는 강기정·김성주 의원,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춘석 의원도 참석했다.
모임을 주도한 주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문·안·박’연대를 제안하고, 대표에게 쓴 소리 하는 사람은 마치 다 공천받으려는 목적인 것으로 폄하·매도한 것에 대해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며 “그로부터 일주일이 다 돼가는데 아직까지 잘못됐다는 말이 한마디도 없다”며 문 대표를 성토했다.
당내 비노계 인사 모임인 민집모(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 소속 유성엽 의원도 “문 대표가 결단은 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여러가 미봉책만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총선 참패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뒤 “당무감사원이 의원들에 대한 평가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건 당원과 의원들의 뜻을 전혀 무시하는 마이웨이 행보다. 이렇게 해서 당의 단합과 통합을 가져올 수 있겠나”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모임에선 ‘호남 홀대’와 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현역 20% 물갈이’ 등이 주로 거론되며 문 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호남계 대표격인 박지원 의원은 "‘문·안·박’에 호남은 없고 이제는 '립서비스'마저도 사라졌다. 이것 이상 호남이 어떻게 더 죽느냐"며 "통합, 단결해서 정권교체의 길로 가자고 호소했고 이것이 제가 지금까지 당에 남아있는 이유인데, 내 귀에 들리는 것은 문 대표로는 안된다, 어떤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민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민심과 명분이 갖춰졌다"며 탈당도 불사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충청권 의원들도 ‘살 길’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당초 본회의가 예정됐던 26일 모여 당 위기 상황과 충청권 맞춤 총선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고려해 일단 내주로 모임을 연기했다. 다만 이른 시일 내 회동을 갖고 문·안·박 연대를 비롯한 당 지도체제 문제와 총선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충청을 지역구로 둔 다선 의원은 “지금 지역에서는 문재인을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구차스럽다’는 분위기다. 아주 심각하다”며 “대표의 리더십이 이미 상당 부분 붕괴됐기 때문에 총선도 아주 망가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제대로 된 사람을 영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지금까지 충청 인사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다른 데 붙은 세력으로 있었지 않나”라며 “하지만 당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지역을 내세우자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적극적으로 좀 나서서 필요한 역할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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