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참'하고 '직언'하고...달라진 문재인 이번에는
문 측 최재성, 당헌당규 들어가며 대표 사퇴 촉구에 정면반박
친노 핵심 한명숙 당적정리 요청하고 측근들 총선불출마 종용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변신’에 나섰다.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비주류를 향해 당헌당규를 들며 ‘끝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정면 대응도 불사하는가 하면, 문 대표의 최측근 인사이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수감된 한명숙 전 총리의 당적정리를 요청하고 자진 탈당까지 유도하는 등 ‘육참(肉斬)’ 의지를 대대적으로 피력했다.
이날 대표 사퇴 요구에 맞서 ‘중진 용퇴’를 들고 나선 건 문 대표 측 주류계로 분류되는 최재성 총무본부장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처하고, 앞서 같은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문 대표 사퇴를 촉구한 당내 3선 이상 중진들을 향해 “중진들이 용퇴 먼저 하면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특히 ‘대표 사퇴 직후 비대위 구성’ 주장과 관련, 대표가 사퇴하면 당헌에 따라 2달 안에 전대를 치러야 하고, 그전까지 최고위원이 득표 순으로 대표직을 승계하되, 원내대표까지 대표직 승계 거부 의사를 밝힌 다음에야 전대를 열 수 있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당헌상 최고위원과 원내대표가 승계를 거부하면 지도부를 사퇴해야 한다. 문 대표 측도 사퇴 요구에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피력했다는 것이 당 관계자 다수의 해석이다.
문 대표 측 관계자도 “본인들이 중재하겠다며 대표를 흔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재신임을 묻지 않게 해놓고는, 이제와서 대표 사퇴하라니 이렇게나 무책임한 사람들이 어딨나”라면서도 “대표도 ‘현역 20% 물갈이 혁신안’을 절대 포기 안할 것”이라며 “대표직을 놓으면 사실상 혁신안도 힘이 빠지게된다. 혁신안 실천에 대표가 자신의 모든 걸 걸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선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노 패권주의’라는 비난에 맞서 파격적인 인적 쇄신도 단행했다. 문 대표는 지난 8일 한 전 총리에게 측근을 보내 "결백을 믿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정치적 거취의 결단을 해주는 게 좋겠다"며 스스로 당적정리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한 전 총리도 문 대표의 요청에 따라 조만간 자진 탈당계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표가 앞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10대 혁신안’을 전면 수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해당 혁신안이 의결되면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한 전 총리는 자연히 당원에서 제명된다. 따라서 문 대표가 먼저 한 전 총리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강력한 혁신 의지를 표명, “자기사람만 챙긴다”는 비주류의 공세와 안 전 대표의 탈당 명분을 동시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여기에 문 대표는 최근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인 김영배 성북구청장, 차성수 금천구청장,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등을 직접 만나 "현역 단체장들의 '사퇴 후 출마'가 당에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먼저 헌신해달라"며 내년 총선 불출마도 못을 박았다. 측근들의 출마로 해당 지역 의원들과의 마찰이 생길 경우 당 통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측근 3인방’으로 불리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윤건영 특보의 총선 출마설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불필요한 오해로 당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세 사람의 불출마 사실을 분명히 알리라”고 지시했다.
달라진 건 ‘주변 정리’뿐이 아니다. 지난 10일에는 문 대표의 사퇴와 혁신 전대 수용을 촉구하며 비공개 당무위원회의에 불참한 이종걸 원내대표, 최재천 전 정책위의장과 정성호 민생본부장을 겨냥해 “당무를 거부하려면 당직을 사퇴하는 게 도리”라며 “당직 사퇴 없이 당무를 거부하면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직언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를 향해선 “전체 의원을 아울러야 하는 원내대표가 특정 계파에 서서 당무를 거부하는 건 문제”라고도 했다.
지난 8일 관훈클럽 토론에선 민중총궐기집회에 참석한 것이 ‘과격 시위 옹호’로 비춰질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대뜸 “정말 이 질문이야말로 이렇게 편파적인 질문을 할 수가 있는건가”고 ‘버럭’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공개석상이나 토론회에서 난처한 질문에도 정공법보다는 다소 두루뭉술한 내용으로 충돌을 피했던 문 대표였던 만큼, 이날 그의 답변은 참석자들을 당황케 했다.
문 대표는 “오히려 2차 시위때 우리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평화를 주도했고 높이 평가 받았다. 1차 시위는 우리 당이 관여하지도 않았다”며 “경찰과 시위대가 폭력적으로 충돌했을 때 마치 우리가 시위대와 함께 한 것처럼 말씀하는데, 사실도 아니고 질문 자체를 걷어달라”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민을 적으로 보니까 국민을 공격하고 시위대를 IS 테러리스트로 표현하는 건데, 지금 질문이 꼭 그런 식이다.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당 관계자는 “대표가 성향상 욕도 못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화가 난다 해도 문을 세게 열고 나가거나 그런게 전부지, 직격으로 쏘지 않던 사람”이라며 최근 당권 싸움으로 ‘대표 흔들기’가 도를 넘은 만큼, 문 대표도 ‘참을 만큼 참았다’는 결심으로 행동 변화를 보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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