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메이저리그 도전하는 후발주자들을 위해서라도 김현수와 박병호의 올 시즌 메이저리그활약은 중요하다. ⓒ 연합뉴스
KBO을 대표하는 두 타자 김현수와 박병호가 나란히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김현수는 지난 24일 볼티모어와 2년 총액 700만 달러(약 82억원정)에 계약했고, 박병호는 이보다 먼저 미네소타와 최대 5년간 18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포지션도 스타일도 다른 두 선수지만 메이저리거가 되기까지 이들이 걸어온 야구인생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끝없는 도전과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바탕으로 자수성가한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김현수는 청소년대표 출신임에도 신인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들로부터 지명을 받지 못해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하는 굴욕을 겪었다. 평탄하지 않았던 첫 프로생활이었지만 2007년부터 서서히 두각을 드러낸 김현수는 오래가지 않아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타자로 성장했다.
박병호 역시 초창기에는 순탄하지 못한 프로생활을 보냈다. 우타 거포 유망주로 LG에 1차 지명을 받으며 출발은 김현수보다 나았지만 주전경쟁은 더 험난했다. 특히 박병호는 2010년까지 주전과 비주전을 넘나들며 만년 유망주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했고, 넥센 이적 후에야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맞으며 국내 최고의 거포로 거듭났다.
국내 야구 전문가들은 김현수와 박병호에 대해 ‘누구보다 멘탈이 강한 선수’라고 평가한다. 순탄하게 엘리트코스만 밟았던 선수들과는 다르게 밑바닥의 아픔도 체험해보고, 비주전의 설움도 겪어봤기에 더 잡초처럼 강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고의 스타가 되기까지 겪었던 험난한 과정들은 두 선수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 강인하게 거듭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이들이 올겨울 나란히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도 우연이나 행운이 아닌 이들이 그동안 쌓아온 야구인생의 노력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두 선수가 메이저리거의 꿈은 이뤘지만 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 꿈의 무대를 향한 1막을 열었다면, 이제부터는 증명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KBO 무대에서는 이룰 것을 다 이룬 김현수와 박병호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에 불과하다.
특히 류현진과 강정호의 성공이 없었다면 지금의 김현수와 박병호도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후발주자들을 위해 이제는 이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능력을 증명해야할 차례다.
손아섭-황재균의 포스팅 무응찰 굴욕에서 보듯이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의 능력을 바라보는 눈높이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 김현수와 박병호는 일단 그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주전 경쟁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이 가운데 김현수가 최근 메이저리그 진출기념 기자회견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생긴다면 실패”라고 선언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선수 입장에서는 실패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사실 민감하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훗날 자신이 했던 말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수가 스스로 메이저리그에서 은퇴까지 고려할 정도로 뼈를 묻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은 그만큼 배수의 진을 치고 도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해석된다.
최근 해외진출 붐을 타고 많은 선수들이 다시 미국이나 일본 등 더 큰 무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성공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KBO 시절의 습관이나 재능만 믿다가 해외무대에서 쓰디쓴 실패를 체험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해외무대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으면서도 정작 국내무대에서는 스타대접을 받거나 높은 연봉으로 보상을 받는 분위기에 대해 일부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김현수나 박병호는 국내 무대에 잔류했더라도 이미 부와 명예가 보장된 선수들이었다. 최근 국내 FA 시장의 분위기가 미국의 세율 문제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잔류하는 것이 금전적으로는 더 이득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돈보다 더 큰 꿈을 위해 도전을 선택했다. 이들이 향후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성적은 앞으로 한국야구와 한국 스타 선수들에 대한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와 명예를 포기하고 미국 무대로 나간 만큼 김현수와 박병호가 한국야구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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