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혹사와 파워히터 많은 MLB서 피홈런 늘어날 듯
좌우 셋업맨과 부동의 마무리 존재로 부담은 줄어
오승환 세인트루이스 생활, 피홈런 우려↑ 심리적 압박↓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미국 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12일(한국시각) 오승환의 입단식을 열고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2년 총액 1100만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이로써 오승환은 이상훈, 구대성, 임창용에 이어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든 거친 역대 4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오승환의 계약조건은 KBO리그 출신 불펜투수로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최정상급 마무리로 군림한 오승환의 기량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승환은 올해로 한신과의 2년 계약이 만료되면서 메이저리그행을 타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해외 원정도박 사건이 불거면서 검찰로부터 벌금형 처분을 받았고, 한신과의 재계약과 국내 복귀가 모두 어려워지면서 선수 생활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실상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일한 돌파구였던 오승환은 다행히도 좋은 조건에 세인트루이스 에 입단하며 기사회생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하며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곱지 않은 국내 팬들의 여론을 돌리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오승환이 감당해야할 숙제다.
한국과 일본에서 부동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며 ‘끝판대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마무리보다 계투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세인트루이스에는 이미 트레버 로젠탈이라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마무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로젠탈은 메이저리그 통산 96세이브를 기록했다. 1990년생으로 아직 26세에 불과한 젊은 투수지만 풀타임 마무리로 처음 자리 잡은 2014년 45세이브·평균자책점 3.20, 지난해 48세이브·평균자책점 2.12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오승환은 로젠탈의 앞에서 승리를 지키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줘야한다.
셋업맨은 좌완 케빈 시그리스트와 세스 매네스가 분담하고 있다. 시그리스트는 지난 시즌 7승 1패 28홀드 6세이브, 매네스는 4승 2패 20홀드 3세이브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오승환은 이들과 함께 경쟁하거나 아니면 한 박자 빠른 6-7회에 등판해 승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의 전매특허인 ‘돌직구’는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난공불락으로 통했다. 시속 150km 안팎의 구속보다 묵직한 구질로 타자들과의 파워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포크볼 등 변화구 구종과 제구력도 갖춘 오승환이지만 역시 직구가 통해야 효율적인 승부가 가능하다.
미국은 한국이나 일본보다 파워를 갖춘 선수들이 월등하게 많다. 일본무대에서 두 시즌 동안 한국 시절보다 잦은 등판과 많은 투구수로 혹사 당했다는 우려도 있어 피홈런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대로 종종 마무리와 셋업맨의 역할까지 병행하며 연투도 잦았던 한신 시절보다는 혼자 뒷문을 책임져야한다는 압박은 덜게 됐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2.82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3위에 올랐다. 팀 62세이브는 전체 1위였다. 홀드가 85개로 전체 11위에 그치며 대조를 이뤘다. 중간 계투진의 깊이가 다소 부족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CBS스포츠’는 "오승환이 시그리스트, 매네스, 브록스톤 등과 함께 카디널스의 불펜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승환이 허리진에서 60~70이닝 이상 안정적으로 소화해주면 세인트루이스의 불펜 운용에 큰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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