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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좌초설보다 더 무서운 사드에 얽힌 루머들


입력 2016.01.26 17:32 수정 2017.10.16 10:30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우리 모두가 루머와 확증편향의 희생자

미군의 사드 '배치'이지 사드 '구매' 아니야

2016년 1월 6일 북한이 수소폭탄의 개발에 성공하였다고 선언함으로써 북한의 핵위협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북한은 이미 1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2020년까지는 최대 100배까지 제조할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의 보고서도 있다. 이에 대하여 국제사회가 제재한다고 하고 있으나 그 효력에 대해서는 대부분은 회의적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 국정연설에서 북한이라는 단어 자체를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하고, 중국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는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나서서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주인이 보리를 직접 벤다고 할 때 보리밭에 집짓고 살던 종달새가 도망간다고 하지 않는가?

일부에서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그 방안 중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주한미군의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요격미사일을 배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원인 이석현 국회부의장조차 2016년 1월 14일 실효성도 의문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보다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민구 국방장관도 1월 25일 MBC ‘이브닝 뉴스’에 출연하여 사드는 국방과 안보의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점과, “우리의 능력이 제한되기 때문에 군사적으로는 충분히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한국은 PAC-2라는 요격미사일을 이용한 한 번의 요격기회밖에 없어서 불안한 상황이다. 이것도 원래 항공기 방어용이라서 미사일 요격능력은 제한된다. 금년부터 PAC-3로 개량하지만, 개량을 위하여 미국에 보내는 동안 가용한 PAC-2 숫자도 줄어들 것이다. 주한미군이 PAC-3 2개 대대를 보유하고 있다지만, 사정거리가 짧아서 자신의 기지를 지킬 수 있을 뿐이다.

2014년 3월 북한은 1300km의 사거리를 가지면서 핵무기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은 노동미사일의 발사각도를 높여 고(高)탄도(lofted trajectory)로 비행시킴으로써 650km의 표적을 맞추는 시험발사를 한 적이 있다. 이렇게 할 경우 PAC-3 요격미사일로는 높은 고도에서 마하 7 정도의 고속으로 급강하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스커드 미사일에 대비해서는 PAC-3를 다수 보유해야 하지만, 노동미사일을 통한 공격에 대해서는 150km 정도의 고도에서 먼저 요격하는 상층방어(upper-tier defense)용 사드가 필요하다. 이것이 스캐퍼로티(Kurtis Scaparrotti) 사령관이 본국에 사드 배치를 요구한 근본적인 이유이다.

그러나 아직도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나 인사들은 사드 배치에 관한 기존의 입장을 변화시키지 않고 있다. 이전에 나왔던 중국 대륙간탄도탄(ICBM) 요격과 탐지, 비용문제는 거론하지 않는 대신에 사드를 배치해봐야 효용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석현 부의장의 발언은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한민구 장관의 발언은 “군불때기”라고 격하시키고 있다. 과연 이들은 북한 핵무기로부터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안전하게 만들 남 모르는 비밀의 방도를 갖고 있는 것일까? 한민구 장관의 말처럼 한국의 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미군의 사드가 배치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상식인데도, 왜 이러한 비판이 지속되고 있을까?

비록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지만, 우리 스스로 냉정하게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 간 균형외교를 시험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온갖 국제정치적 이론과 안목을 사용하여 저울질하고 있는 사드에 관한 논란이 충분히 근거가 있거나 내가 충분히 연구한 결과인가? 반정부든 반미든 간에 어떤 이념적 동기를 가진 한 두사람의 글이 그러한 성향을 가진 언론에 의하여 확산되고, 그것에 따라 나도 반대의견을 내거나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를 덧붙여서 나의 주장처럼 화려하게 과시하는 것은 아닐까? 만에 하나 북한에서 조종하는 루머에 우리가 조정당해온 것은 아닐까?

루머에 쉽게 선동되는 사회

최근 우리 사회가 루머에 선동되어 왔다는 사실을 입증한 재판결과가 있었다. 2016년 1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6부(이흥권 부장판사)가 신상철 씨에게 명예훼손에 대한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신 씨가 제기한 천안함 좌초설은 근거가 없고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 공격 때문에 침몰하였다는 판결이었다. 신 씨는 “천안함은 과실로 모래톱에 좌초했다가 후진해 빠져나와 항해 중 미 군함 등과의 충돌로 침몰했고...정부가 천안함 침몰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아 고의로 구조를 지연하고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증거를 인멸했다”는 주장을 했고, 이것이 유죄로 판명된 것이다. 신 씨는 당시 민군합동조사단의 민간위원이라서 그의 주장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상당한 기간 동안 한국 사회를 혼란하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한국 사회가 루머로 인하여 혼란을 겪은 사례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2008년 9월 8일 연예인 정선희의 남편인 안재환이 자살하자 이것이 최진실의 사채와 관련되어 있다는 루머가 유포되었고, 결국 최진실은 2008년 10월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가수 타블로의 경우에는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했다는 학력이 진실이 아니라는 루머가 2009년 12월부터 유포되기 시작하여 “타진요”(타블로의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네이버 카페가 개설되어 20만명의 회원이 가입하는 등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였고, 스탠퍼드 대학의 설명에도 루머가 진정되지 않아 결국 22명의 누리꾼이 고소당하기까지 하였다. 2008년의 광우병 괴담은 이명박 정권의 존립 자체를 흔들 정도로 그 위력이 컸다. 과연 우리 모두는 이와 같은 루머에서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인가?

사드 반대의 논리들은 “모두” 루머

그러면 루머의 시각에서 사드에 관한 지금까지의 반대 주장을 살펴보자.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논리로 먼저 등장한 것은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중국이 미국을 향하여 발사하는 ICBM을 요격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중국의 핵 억제태세가 무력화되기 때문에 중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미국과 중국 간에 무력충돌까지도 발생할 수 있고, 그러면 한국은 그 사이에서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즉 “중국은 미국의 한국 내 MD 배치를 동북아의 화약고인 한반도에 미국이 위험한 인화물질을 갖다놓는 것으로 여긴다....미국 주도의 MD는 중국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주장이다. 『싸드(THAAD』라는 소설에서도 “싸드는 전쟁의 연계선입니다. 중국은 한국부터 공격합니다. 바로 그 싸드를 없애려고 말입니다”라는 말이 등장한다.

사드가 사용하고 있는 X-밴드 레이더의 위험성도 강조되었고, 지금까지도 상당한 설득력으로 지속되고 있다. “사드와 한 묶음으로 움직이는 X-밴드 레이더는 유효 탐지 반경이 1000km에 달해 오산공군기지에 배치되면 중국 동부의 군사 활동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중국의 국방 전문가는 ‘주한미군이 1000㎞ 이상 감시할 수 있는 사드 레이더 방향을 중국 쪽으로 틀면 핵심 전력인 베이징 군구(軍區)와 선양 군구가 미군의 손바닥에 들어간다’고 밝혔다”는 기사도 보도된 바 있다. 어떤 인터넷 신문에서는 X-밴드 레이더의 탐지반경을 4000~5000㎞로 제시하면서, 중국 군사시설의 대부분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보도하기도 하였다.

사드의 배치를 반대하는 중요한 또 하나의 논리는 사드 배치에 따른 비용이다. “사드는 2조원짜리 '고고도 머니게임'”이라는 말이 회자되었고, “사드 포대당 비용은 2조 원이고, 수백 명에 이르는 운용 인력에 장비 수송과 유지·관리까지 고려하면 총비용이 4조∼6조 원에 달한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북핵에 대비하는 ‘긴급소요’ 항목으로 상정해 방위비 분담금에 비용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로 인하여 미군의 사드 배치라는 원래의 사안이 한국의 사드 구매와 혼동되었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조차 2015년 4월 1일 의원총회를 열어서 사드의 “도입” 문제를 논의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국방부 대변인이 “(사드가)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것이므로 미국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미군이 여러 장비를 (한국에) 들여와도 우리는 돈을 주지 않는다. 우리가 사드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는 설명을 하는 내용을 보도하는 기사의 경우에도 그 제목은 “사드, 공짜는 없어… 주한미군용 배치해도 비용 청구할 듯”이었다. 어떤 신문에서는 “한미 간에는 보통 얘기를 먼저 꺼내는 쪽이 비용을 부담토록 돼 있어 우리 측은 먼저 사드 배치 얘기를 꺼내지 않고 미측의 공식 요청이 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과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된 평택, 부산, 원주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사드 배치에 관한 쟁점의 진실

그 동안의 상당한 부분이 드러났듯이 사드가 미국을 공격하는 중국의 ICBM을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드는 해외 배치된 미군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미 육군이 개발한 무기로서 “종말단계”(terminal phase) 즉 자신을 공격해오는 상대의 탄도미사일은 요격할 수 있지만 다른 목표를 향하여 비행해 나가는 탄도미사일을 중간에서 요격할 수는 없다. 사드의 사거리는 200km이고, 고도는 150km 정도에 불과한데, 중국이 미국을 향하여 발사한 ICBM의 고도는 대부분 1,000km 이상이기 때문에 사드 요격미사일의 사거리를 초과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중국의 ICBM은 모두 내륙에 배치되어 있는 데, 이것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상공을 경유하지 한국 상공을 경유하지 않는다.

사드에 부착되어 사용되는 X-Band 레이더의 경우에도 1000km 정도의 범위를 담당하지만, 통상적인 운용범위는 600여 ㎞이다. 이것은 상대방 미사일의 발사 여부를 탐지하는 용도가 아니라 인공위성 등으로부터 발사정보를 받아 ‘추적’하는 용도이고, 탐지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설령 전환했다고 하더라도 지구곡률(地球曲率)로 인하여 1000km 거리에서는 60km 이상, 1800km 거리일 경우 190km 이상에 있는 표적만 파악할 수 있다.

인공위성으로 탐지하는 것에 비해 훨씬 느릴 수밖에 없다. 특히 레이더는 영상이 아니라 점으로 나타난 물체의 정보를 해석하여 파악하는 것이라서 일반인들이 상상하듯이 CCTV 처럼 주변의 다른 군사활동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14년 11월 21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플라자 호텔에서의 토론회에서 중국 북경대학의 후아한 교수는 나름대로 충분한 조사를 실시한 후 “사드 자체는 중국의 억제태세에 위협이 아니다”(THAAD per se is not a threat to China’s deterrence)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사드에 관한 논란에서 국민정서를 자극한 것은 그에 관한 비용인데, 이것 또한 진실이 아니다. 미군이 자신의 보호를 위하여 한반도에 배치하는 무기의 비용을 한국이 지불한다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말이 되지 않고, 한국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지금까지 그러한 전례가 없다.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하여 미군은 현재 PAC-3 2개 대대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있지만, 그 비용을 한국에게 요구한 적이 없고, 한국도 지불한 적이 없다. 북한의 핵억제를 위하여 B-52나 핵잠수함이 전개되었을 때 한국에 비용을 요청한 적이 없다. 현재 미군이 한반도에 배치하겠다고 하는 사드 포대는 이미 미군이 구입하여 텍사스나 괌에 배치해둔 것을 한반도로 재배치하는 것으로서, 비용은 이미 지불된 상태이다.

일부에서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아니라 한국의 사드 “도입”이나 “구매”로 혼동하고 있지만, 이번 사안은 분명히 2011년 셔면(James D. Thurman)부터 시작하여 현 스캐퍼로티(Curtis Scaparatti) 한미연합사령관까지 주한미군 보호 차원에서 본국에 구매해놓은 사드 중 1개 포대를 한반도에 배치해주도록 건의함으로써 비롯된 것이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관리들도 한국이 주권국가라면서 미국의 사드 배치를 허용하지 말라고 요구하였지, 한국에게 사드 도입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사드 도입이나 구매를 언급한 적이 없고,『2014년 국방백서』에 공개되어 있는 한국군 탄도미사일 방어의 체계도에도 사드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그에 해당하는 장거리 요격미사일은 2020년대 중반까지 자체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사드 배치로 인하여 한국의 방위비분담이라도 증대될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현재 한국이 미국에 지불하는 방위비분담은 2014년 4월에 타결된 것으로, 2014년에는 9,200억원을 지불하고,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전전년도 물가상승률을 적용하여 증대시키기로 되어 있다. 2019년부터는 새로 조건을 협상하여 정하도록 되어 있듯이 5년 단위로 협상한다.

한 때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하면 미국의 방위비분담이 증대될 것이라는 루머가 제기되었지만, 그의 연기가 결정된 2010년이나 2014년을 전후하여 방위비분담이 증대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한미 간에 어떤 특별한 사건으로 인하여 방위비분담금이 증대 및 감소된 사례가 없다. 방위비분담은 대체적으로 주한미군 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40%, 미군 및 한미연합 군사시설 건설비 40%, 수송 등의 군수비용 20% 등으로 대부분 지출항목이 이미 정해져있고, 국회를 통과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임의로 어떤 장비의 도입비나 운영비로 전용하여 사용할 수가 없다.

루머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확증편향

루머는 그 특성상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인 해악을 끼치지만, 루머로 전파된 내용이 실제적인 믿음으로 지속되는 것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효과 덕분이다. 확증편향은 한번 듣거나 믿은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으로서, 처음 들은 내용에 일치하거나 이전에 믿는 바와 모순되지 않는 것만 믿으려고 한다. 이것은 모든 인간에게 존재하고, 부지불식 간에 기능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어렵고, 따라서 그만큼 더욱 위험하다.

확증편향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우리 모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가 진실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인간은 진위와 상관없이 어떤 가설을 빈번하게 들으면 신념화하게 되고, 어떤 가설을 일단 수용해버린 상태에서는 아주 설득력있는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그것을 진실로 보려하며, 가설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가설에 대한 신뢰가 더욱 강해지고,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다.

사드는 하나의 무기라서 요격이나 탐지거리 등의 성능이 정해져 있어 오해의 소지가 크지 않다. 무기의 제원이 시각이나 입장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에서 기존의 루머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확증편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수소폭탄까지 개발하여 너무나 엄중한 안보상황이 조성되었음에도 아직도 사드에 관한 음모론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확증편향 이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논점이 계속적으로 추가 또는 변화해온 것은 확증편향의 명백한 증세이다. 처음에는 사드가 중국의 ICBM을 요격하기 때문에 배치를 불허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레이더가 중국의 모든 군사활동을 탐지할 수 있다는 새로운 문제점을 제기하였고, 이것도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대규모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였으며, 이것도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방위비분담이 증대될 것이라는 추측까지 제기하였다.

이러한 것들 모두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이번에는 최초에 제기한 의혹과 배치되는 내용임에도 사드의 성능이 미흡하여 배치해도 효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의 핵심 반대 논리가 되고 있다. 즉 “사드 생산 주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실험 성공률이 100%에 육박한다고 자랑하지만, 그 면면을 보면 '글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실전에 가까운 상태에선 한 번도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다”등의 의혹 제기이다.

주요 일간지에서도 미국의 보고서를 참고하거나 전직관리들과의 인터뷰를 근거로 사드의 성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드는 1980년대 후반에 개발이 시작되어 1990년대 초반에 시범사업으로 시작하였다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사업으로 채택되어 제작단계에 들어가서 30년 이상 경과된 사업이고, 2005년부터 11번의 요격시험을 포함한 13번의 시험에서 모두 성공하였다고 한다.

군대에서 어떤 무기체계의 개발을 요구할 때 “요구작전성능”(ROC: 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을 제시하는 데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전력화 단계로 진입할 수가 없고, 그 요구작전성능은 한번 정해지면 누구도 쉽게 수정할 수 없다. 정확한 성능 자체는 비밀이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미군이 이미 5개 포대를 전력화(戰力化)하고, 아랍에미리트에서도 1개 포대 이상을 구매하였으며, 일본도 구매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것은 사드의 성능이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고 봐야 한다.

이 기회에 한가지 확증편향에 추가할 것은 북한이 일부 언론이나 학자들이 ‘미사일방어’라는 평범한 단어를 ‘MD'로 바꿔서 말하거나 ‘MD'라는 약어를 괄호로 표시하는 양태이다. ’MD'라는 용어는 2000년대 초 부시행정부의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잠시 사용한 후 현재는 세계의 어느 국가나 학자들도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다.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과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은 방어개념이 워낙 달라서 BMD(Ballistic Missile Defense)라고 하는 것이 맞다. 미국의 관리나 미군이 BMD라고 한 것을 굳이 ‘MD'로 바꿔 부르는 것을 보면서 확증편향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수소폭탄 실험까지 공개하자 야당도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섰지만, 일부 국민들은 여전히 그러한 야당을 비판할 정도로 사드에 대하여 부정적이고, 이로 인하여 한미 양국 정부의 누구도 이 사안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확증편향의 위력이 얼마나 큰 가를 알 수 있다. 탄도미사일 방어와 순항미사일 방어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전 세계가 BMD라는 약어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실수에 대한 솔직한 인정이 바로 용기

이제 우리는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지금까지 한국에서 전개된 논란은 루머와 확증편향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정이나 재발방지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폭침을 둘러싼 루머에서 교훈을 얻어서 시정 노력을 경주했더라면 사드 배치를 둘러싼 이번의 논란이 이와 같이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언론, 국민 모두가 반성의 차원에서 루머와 확증편향의 악영향을 인정하고, 보완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군대는 국가의 안위에 중대한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고, 국민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당국자가 즉각적으로 답변하여야할 것이다. 언론은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한 후 기사화함으로써 루머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지식인들은 관련 사항을 심층깊게 연구하여 적시에 발표함으로써 요구되는 해답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수소폭탄까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현 상황은 주한미군의 사드는 말할 필요도 없고, 핵무기까지 배치할 것을 요청해야할 엄중한 상황이다. 이제 야당도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인식할 정도로 오해가 해소되거나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이 기회에 한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제와 주한미군의 그것과의 협력체제를 공고히 함으로써 상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중복을 최소화함으로써 투자의 효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이 사드를 운영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사드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고, 한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장·중거리 대공미사일에 대해서도 서로 협력하여 기술을 공유하거나 비용을 분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족

중국에 관한 내용도 하고 싶은 말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을 삼키고자 한다. 그들이 대수롭지 않게 던진 말에 우리가 이렇게 놀아나는 것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조롱하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중국의 입장에 좌우되어서는 곤란하다. 우리 선조들이 ‘자주’를 위하여 수천년 동안 싸워온 상대는 중국이었다. 북한의 수소폭탄 개발에는 무심하면서 방어적인 목적인 사드에 대하여 개입하는 것을 보면 수천년 동안 못해온 숙제를 북한을 통하여 도모하려고 하는가라는 의심까지 드는 것은 기우일까?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hrpark5502@hanmail.net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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