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닥잡힌 새누리 공관위, 김무성 타협이냐 완패냐
경선 여론조사·이한구 공관위원장 등 번번이 친박에 양보
전문가 "최경환 비대위 체제 막으며 대표직 유지하려면..."
공천관리위원회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마지막 회생 카드가 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이한구 의원을 공관위원장으로 잠정 확정해 이르면 오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관위 구성안을 의결할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역 물갈이'와 '전략공천'을 주장해온 친박계 이 의원을 위원장으로 수용했다는 것은 이미 계파 갈등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김 대표가 더 이상 설 곳이 없어지는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당 지도부는 지난 1일 최고위 비공개회의 때 공관위 구성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고위원들은 이 의원의 위원장 선임 쪽으로 상당부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공관위원장 추대 여부에 대해 "그렇게들 생각해달라"고 답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대부분 결정이 됐다.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으며, 김 대표도 "이 의원으로 좁혀진 건 맞다"고 대답했다.
그간 친박계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이인제 최고위원 등은 이 의원이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공관위원장으로서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있고 당내 대표적인 전략공천론자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선임을 밀어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에서 우선 추천지역 선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당헌을 적극 활용해 외부 인사 영입을 추진하겠다는 친박계로서는 적합한 인사인 것이다. 더구나 이 의원이 대구 출신 4선 의원이라는 점에서 그를 통해 TK(대구·경북) 요충지에 '진박'으로의 물갈이를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전략공천 불가론'을 외친 김 대표가 이 의원의 위원장 선임에 대해 의견을 모으기까지는 진통이 있었다. 당시 비박계가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지내 계파색이 엷고 호남 출신이라는 강점을 가진 김황식 전 총리를 공관위원장으로 추대한다는 설이 돌았지만 친박계의 '이한구 공세'에 밀려 이내 잠잠해지고 말았다. 대신 김 대표는 지난주 최고위에서 '이한구 카드'를 받는 대신 공관위원 임명권을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이마저도 친박계가 다수인 최고위에서 불발됐다.
결국 김 대표와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공관위원 인선을 두고 절충점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절충안에 따르면 서청원·이인제·김태호·이정현·김을동·안대희 최고위원과 당연직 최고위원인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각각 1명의 공관위원을 추천하되, 김 대표는 2명의 공관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당연직 공관위원으로 참여한다. 총 14명의 공관위원이 꾸려지는 것이다.
그러나 추천자와 당연직 공관위원의 면면을 들여다 봤을 때 김 대표는 '이한구 카드'를 받아들이고는 친박계로부터 확실한 패를 얻지 못한 듯하다.
친박계로는 서청원·이인제·김태호·김을동·이정현 최고위원과 '신박' 원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의 핵심 측근인 박 사무부총장, 위원장 이한구 의원 등 8명이다. 안대희 최고위원과 김정훈 정책위의장, 황진하 사무총장,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 등은 중립 성향이거나 비박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여기에다 김 대표의 추천 인사 2인을 더한다 하더라도 6명이다. 이는 공관위 심사 시 과반을 넘은 친박계의 입김에 김 대표가 또 다시 맥을 못 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특히 최고위원들이 공관위원을 추천할 경우 20대 총선에 출마하는 현역 의원은 추천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신 불출마 의원들 중에서 추천하거나 외부 인사들을 추천하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은 김태호 최고위원과 이한구 의원을 제외하면 강창희·김회선·이종진·손인춘 의원 등 4명이다. 과반이 넘는 위원이 외부인사로 채워지는 것이다. 이는 '공천혁명' '국민이 곧 공천기준'이라는 의미를 내포할 수도 있지만 '정당 민주주의의 퇴보'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그간 자신의 아픈 부분인 '공천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참아왔다. 2014년 7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워 당권을 잡은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여야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공천제를 청와대가 비판하자 "당 대표에 대한 모욕은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경고하는 강수를 뒀다.
또 지난해 12월 친박계의 반발로 그동안 주장해오던 오픈프라이머리를 포기한 뒤 복안으로 국민 참여비율을 당헌 당규에 적시된 50%보다 최대한 많이 반영하자고 했으나 친박계의 공세에 밀려 기본 경선 룰은 당헌 당규대로 하되,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국민 참여비율을 높이기로 양보했다. 당시 김 대표는 '대표가 많이 양보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당 대표가 양보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은 일 아닌가"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번 '이한구 공관위원장 선임'이 그의 세 번째 양보다. 이러한 김 대표의 사정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처음부터 친박계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김 대표가 나름 버티기를 해온 국면이자 적당한 선에서 절충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대표가 공천위원 선임의 전권을 달라고 했는데 그것을 진짜 다 가질 생각으로 그렇게 얘기 했겠나"라며 "공천위원장도 이한구 의원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고 위원 선임도 100%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는 본인 입지가 굉장히 좁아져 있다고 봐야된다"라며 "사실은 여차 하면 김무성 대표 체제를 아예 갈아치우는 것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 간단히 얘기해서 최경환 비대위 체제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막으면서 김 대표 본인은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이 최악의 경우를 막자는 것도 고려를 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한구 의원이 친박계라고는 하나 사실은 친박계 내에서 자기 목소리가 강한 인물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무조건 충성하는 인물로는 보기 어렵다"며 "김 대표의 계산 속에 이한구 의원의 그러한 성향도 색깔이 완전히 친박인 최경환 의원에게 위원장 자리를 주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고 생각할 것이고, 친박계 중에서는 그나마 용납이 되는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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