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집회 태극기 태운 남 집시법 유죄, 국기모독은...
재판부 “대한민국 모독할 목적 있다고 보기 부족”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우고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7일 서울중앙지법은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자 김 씨(24)에 대해 일반교통방해와 집시법 위반혐의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015년 4월 18일 김 씨는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우고, 다른 집회 참가자 6000여명과 함께 광화문대로를 점거하고 경찰버스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판사는 "김 씨는 당시 집회 참가자들과 공모해 전 차로를 점거하고 차량 교통을 방해했다. 경찰 버스에 걸린 밧줄을 수회 잡아당기고, 수차례에 걸친 해산 명령에 불응하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김 씨는 시위 단순 가담자인 점, 당시 감정이 매우 격양된 상태였던 점, 우발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논란이 됐던 국기모독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판사는 "경찰버스 유리창 사이에 있던 종이 태극기를 빼내 불을 붙인 점 등을 고려하면 김 씨가 태극기를 태울 당시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김 씨가 뉴스에 자신의 모습이 나오자 발각되지 않기 위해 친구에게 자신이 당시 입었던 옷 등을 버려달라고 말한 점 등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앞서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국가를 모욕할 목적이라는 것이 형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고 정치적 의사 및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헌법 105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판사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가 무엇인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지도 않는다”며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 형법 105조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오욕한 자에 대해 5년 이상의 징역, 700만원 이하의 벌금 선고 등을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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