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도박 스캔들’로 물의를 일으킨 윤성환과 안지만을 품었다.
현재 삼성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2차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뒤숭숭한 분위기이지만 윤성환과 안지만도 구단의 부름을 받고 이곳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미 검찰로부터 법적 처벌을 받은 뒤 KBO 징계가 내려진 임창용, 오승환과 달리 윤성환과 안지만은 아직까지 무죄다. 경찰의 수사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속이 타는 것은 삼성 구단도 마찬가지다.
앞서 삼성은 불법해외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3명의 선수에 대해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들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외였다. 대가는 혹독했다. 선발-중간-마무리서 리그 톱클래스 기량을 선보였던 이들이 빠지자 전력은 물론 분위기까지 침체되며 삼성의 통합 5연패는 물 건너가고 말았다.
물론 이들에 대한 야구팬들의 비난 수위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모범을 보이고 품위를 지켜야할 야구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일에 연루된 것 자체만으로도 ‘유죄’라는 것이 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게다가 아무런 해명이나 사과 한 마디 없는 이들의 자세에 ‘괘씸죄’까지 추가된 모습이다.
경찰의 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들의 이름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KBO와 삼성 구단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 이들을 처벌한 마땅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삼성 구단의 경우 이들이 처벌이나 징계를 받을 경우, 전력을 꾸리는데 있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에 수사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윤성환과 안지만이 대체 불가능할 토종 투수임에 이견을 제시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윤성환은 지난해 17승으로 다승 부문 3위를 차지했다. 37홀드의 안지만도 이 부문 타이틀을 지닌 특급 불펜 자원이다. 이들의 무시무시한 점은 지난 몇 년간을 살펴봐도 이만한 투수가 없었다는데 있다.
지난 3년 및 5년간 토종 투수 WAR 순위. ⓒ 데일리안 스포츠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 3년간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도) 부문 1위를 차지한 토종 투수는 놀랍게도 윤성환이었다. 윤성환은 지난 3년간 42승 23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 14.24의 WAR를 찍어냈다. 외국인 투수까지 포함하면 밴헤켄(16.51)-해커(14.67)에 이은 전체 3위다.
8.45WAR의 안지만 역시 불펜 투수 중에서는 손승락(8.49)에 이어 2위에 올랐고, 토종 투수 중에서는 8위, 전체 순위에서는 15위에 랭크됐다.
범위를 5년으로 넓혀도 윤성환과 안지만은 최상위권을 고수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WAR 순위는 윤성환(21.08)이 여전히 1위이며, 안지만(15.26)의 이름은 3위까지 치솟는다. 가장 꾸준하면서 특급 활약을 펼친 투수라는 결론이 나온다.
무엇보다 놀라운 선수는 윤성환이다. 2004년 삼성에 입단해 뒤늦게 빛을 본 윤성환은 2008년 10승을 따내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누적 WAR는 그야말로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지난 8년간 WAR 1위는 고작 5년간 30.12를 쌓은 류현진(현 LA 다저스)이며, 김광현(29.96), 윤석민(29.61), 윤성환(29.50)이 뒤를 잇는다. WAR 수치만 놓고 본다면 김광현, 윤석민, 윤성환의 활약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같은 기간 92승을 쓸어 담은 윤성환은 94승의 김광현 뒤를 이으며, 소화 이닝(1169이닝)도 송승준(1239이닝)에 이은 2위다.
경찰의 수사가 흐지부지되거나 무혐의로 나오더라도 이들이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인 야구, 그 중에서도 심리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투수 포지션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활약한 바가 너무도 크기에 삼성이 갖는 불안감도, 팬들의 배신감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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