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강남병’ 손익계산서, 여는 'I'-야는 '三'
게리맨더링 치열…대치동·개포동 분배, 경계 기준 양재천 ‘이견’
4·13 총선에서 분구가 확정된 강남구를 놓고 여야의 밥그릇 싸움이 치열하다. ‘정치적 해석’에 따라 자당에 유리한 선거구 분할을 주장하고 있다. 어떤 동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여당의 대표적 서울 텃밭 주인이 두 사람이 될 수 있다. 25일 정오 국회에 제출될 선거구 획정안이 주목되는 이유다.
24일 ‘데일리안’이 입수한 여야의 강남 분구 내부심사안에 따르면 두 안이 명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료는 23일 여야의 선거구 획정 합의 전 작성됐다.
여당안은 강남갑에 신사동·논현1동·논현2동·압구정동·청담동·삼성1동·삼성2동·역삼1동을, 강남을에는 역삼2동·도곡1동·도곡2동·개포1동·개포2동·개포4동을 배분했다. 분구 지역인 일명 강남병에는 대치1동·대치2동·대치4동·세곡동·일원본동·일원1동·일원2동·수서동을 넣었다.
반면 야당안은 강남갑에 신사동·논현1동·논현2동·압구정동·청담동·역삼1동·역삼2동(여당안에서 -삼성1·2동, +역삼2동)을, 강남을에는 삼성1동·삼성2동·도곡1동·도곡2동·대치1동·대치2동·대치4동(-개포1·2·4동 역삼2동, +삼성1·2동 대치1·2·4동)을 배분했다. 강남병에는 개포1동·개포2동·세곡동·일원본동·일원1동·일원2동·수서동(-대치1·2·4동, +개포1·2·4동)
국회가 합의한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선거구 별 인구 상한선은 최소 14만 명, 최대 28만 명이며, 인구 산정 기준은 2015년 10월 31일이다. 여당안과 야당안 모두 이 기준을 충족하지만, 야당안이 인구수 측면에서 균형적이라는 평가다. 여당안은 강남갑·을·병 각각 20만7648명, 16만6975명, 20만2959명이다. 야당안은 각각 19만7310명, 18만9921명, 19만351명이다.
주목할 점은 선거구 경계조정이다. 여당은 강남을 ‘T’자 모양으로 나누자는 주장이다. 강남 위쪽을 갑 지역구로, 아래 지역은 좌우로 나눠 을·병 지역구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한강에 인접한 곳부터 순차대로 나누면서 을과 병의 경계를 양재천으로 삼자고 주장한다. 이 경우 ‘三’자 모양이 된다.
대치동과 개포동을 어느 지역구에 넣느냐도 특이점이다. 여당은 대치동을 강남병에, 야당은 강남을에 배치했다. 개포동에 대해서는 여당은 강남을에, 야당은 강남병에 배치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두 안이 소득 수준의 차이에 따라 분배를 달리했다고 분석한다. 여당안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균형적으로 동(洞)을 배치한 반면 야당은 강남구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동을 강남병에 넣었다는 평가다.
통상 고소득 계층보다 중저소득 계층이 진보 정당을 지지한다는 정설이 있는 만큼 야당이 강남병에서 첫 깃발을 꽂을 가능성을 키웠다고 분석된다. ‘판자촌’이라 불리는 개포동은 현재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여당은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논현1동·역삼1동·개포4동·대치4동·세곡동·일원1동·일원2동·수서동이 1000표 차이로 격전을 벌였기 때문에 이 지역들을 골고루 배치, 강남 세 석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24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개포동은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인구 변동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때문에 야당안은 2020년 총선에서 또 다시 선거구를 재획정 해야 하는 근시안적인 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부자 동네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곳으로 나눠 지역 갈등을 조장하게끔 선거구를 나눴다”며 “이들의 박탈감을 불러일으켜 야당에 표를 주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야당 상황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여야 모두 인구 구성이라든가 소득 구성에서 자당이 유리한 쪽으로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며 “강남의 남부벨트가 상대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곳이 많아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도가 높을 것이다. 이 때문에 야당안대로 분구된다면 강남병에서 야당이 깃대를 꽂는 상징성이 있을 듯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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