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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단' 잽만 날리다 주저앉은 희대의 괴물


입력 2016.03.01 07:19 수정 2016.03.01 07:31        이한철 기자

호기심·긴장감 유지하며 빠른 전개 '흥미진진'

진부한 무수단 등장 배경, 강력한 한 방 부족

이지아의 스크린 데뷔작 '무수단'은 최정예 특임대가 벌이는 24시간의 사투를 담은 작품이다. ⓒ 골든타이드픽처스

타이슨의 핵펀치를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이웨더의 지능적인 수비 복싱에도 매력을 느낀다면 나름 흥미진진하다.

3일 개봉하는 영화 '무수단'은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원인불명의 사고 이후 그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최정예 특임대가 벌이는 24시간의 사투를 담은 작품이다. 특임대 팀장 조진호 대위(김민준 분)와 부팀장이자 생화학 주특기 장교 신유화 중위(이지아 분)는 사건에 실체에 다가설수록 옥죄여오는 죽음의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작품은 일반의 출입이 통제된 미지의 장소 비무장지대가 주는 미스터리한 느낌과 최정예 특임대에게 닥친 의문의 사건들을 빠른 전개를 통해 밀도 있게 그린다.

특히 특임대 대원들이 비무장지대 수색 중 마주치는 늪지대와 폐벙커는 당장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만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전해준다. 무엇보다 최전방 부대 하사로 복무했던 구모 감독의 경험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극의 리얼리티를 더했다.

구모 감독은 지난 26일 언론시사회에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물안개 낀 숲의 풍경 등도 실제 비무장지대에서 직접 본 모습을 담은 장면이다"며 "평화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공존하는 비무장지대의 특성을 제대 후에 꼭 한 번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비무장지대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공간이 주는 섬뜩함까지 선사하며 2016년 첫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본분은 어느 정도 해낸다. 87분이란 짧은 시간, 지루할 틈 없는 리듬감, 거친 질감 속에 담긴 배우들의 심리 연기도 볼만하다.

'무수단'은 출입이 통제된 미지의 장소 비무장지대가 주는 미스터리한 느낌과 최정예 특임대에게 닥친 의문의 사건들을 그린다. ⓒ 골든타이드픽처스

하지만 정작 무수단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자 칼끝이 무뎌지기 시작한다. 잽과 스트레이트는 수준급이었지만, 체중이 실린 훅과 어퍼컷은 끝내 나오지 않는다.

특히 작품 내내 상상력으로만 존재하다 잠깐 등장하는 무수단의 형체나 탄생 배경은 지나치게 상투적이고 진부하다. 이는 작품이 오히려 절정부에 이르러 오히려 작품의 긴장감을 떨어뜨린 요인이 된다.

결국 관람 포인트를 무수단 등장에 두느냐, 아니면 '전쟁에 따른 심리적 공포'에 두느냐에 따라 관객들의 반응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점을 의식한 탓인지 구모 감독은 무수단에 대한 언급 대신 "남북한 사회에서의 언제든지 발발할 수 있는 전쟁, 생화학전에 관한 부분을 연출하고 싶어서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드라마 '태왕사신기' '아테나 : 전쟁의 여신'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등을 통해서 많은 팬들을 사로잡은 이지아는 생화학전과 미생물학 관련 병과를 최고 성적으로 수료한 특임대의 브레인 신유화 중위로 분해 강렬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강도 높은 액션 연기뿐만 아니라 섬세한 심리 연기까지 선보이며 비교적 무난한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이지아 외에도 개성 강한 배우들이 스크린을 채운다. 김민준은 빈틈없는 작전 지휘 능력을 지닌 특전단 에이스 조대위를 맡아 강력한 카리스마 연기를 선보인다. 여기에 최근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 도지한, 김동영, 박유환, 오종혁 역시 남성스러운 매력을 뽐낸다.

'무수단이' 2004년 '알포인트' 2007년 'GP506' 이후 군대 스릴러물의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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