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국민의당 시한폭탄 '숙의배심원제' 언제 폭발?


입력 2016.03.09 09:52 수정 2016.03.22 17:39        전형민 기자

'숙의배심원제' 두고 공천 예비후보간 불만 팽배

제도적 문제점 상쇄시킬 '여론조사' 비율이 중요

국민의당이 당 공천신청자 면접을 진행하는 가운데 '텃밭' 광주에서 시행하기로 결정한 '숙의배심원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사진은 당 선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천정배 공동대표.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민의당이 당 공천신청자 면접을 진행하는 가운데 '텃밭' 광주에서 시행하기로 결정한 '숙의배심원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숙의배심원제란 공천자를 선정하는 경선의 방식 중 하나로 당원, 전문가, 지역에서 덕망 있는 인원으로 일정수의 배심원단을 꾸려 배심원단의 투표로 공천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배심원단은 공천 후보들의 토론이나 연설을 듣고 배심원 간 토론(숙의)를 거쳐 투표한다. 국민의당은 '숙의배심원제'를 혁신적인 당 공천 방식으로 설정하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숙의배심원제' 자체에 대한 불완전성과 외압의 개입이 용이한 제도적 특성으로 인해 정작 공천을 위해 경선을 뛰어야할 주자들 사이엔 불만이 팽배해있다. 그들은 '숙의배심원제'의 문제점으로 크게 △배심원 선정 △배심원 규모 △배심원 할당 지역 범위 △숙의 단계 외압 개입 등 4가지를 지적했다.

특히 많이 지적되는 부분은 배심원의 선정과 관련한 제도의 헛점이다. 한 국민의당 광주지역 현역 의원은 "배심원을 당원, 전문가, 지역에서 덕망 있는 인원으로 한다고 했는데 전문가나 덕망 있는 분의 기준이 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선정의 기준이 애매모호하니까 자기사람을 많이 심어넣으면 무조건 공천 받는 것"이라며 "이걸 당에서 혁신이라고 내세우는게 굉장히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선진국 같은 경우는 이 제도에서 핵심이 배심원이기 때문에 배심원의 선정에만 몇 달씩을 소모해 신중하게 작업하는 형편인데 우리는 지금 한달 남짓 한 선거기간동안 해치우겠다는 것 아니냐"며 배심원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밝혔다.

정치전문가들은 숙의배심원제에서 배심원의 규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배심원이 많아야 300명 수준 아니겠냐"며 "이 300명이 전체 민의를 얼마나 대변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고 각각 선거구별로 공정성을 갖춘 몇 백명의 배심원을 구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숙의배심원제' 두고 공천 예비후보간 불만 팽배
제도적 문제점 상쇄시킬 '여론조사' 비율이 중요


당 내외에서 활발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이 숙의배심원제를 고집하는 것에는 천정배 대표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광주지역 현역 의원의 보좌진은 "광주·호남에 대해 천 대표가 사실상 총책으로서 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천 대표는 현역 의원들을 잘라내고 싶어한다"고 귀뜸했다. 천 대표가 꾸준히 주장해온 '뉴DJ론'을 핑계삼아 현역 의원들을 물갈이 하고 자신이 발굴한 '뉴DJ'들을 공천시켜 추후 당내 일정 지분을 확보하려는 계획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공천과 관련해서 인지도가 월등한 현역이 여론조사에서 뭘로 돌려도 유리한 상황에서 숙의배심원제가 배심원 선정의 투명성만 확보된다면 참 좋은 제도"라면서도 "하지만 의도 자체가 현역 물갈이에 초점을 맞춘 만큼 최악의 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광주지역 현역 의원 보좌진은 "현역 의원들은 그래서 처음 당헌당규를 만들 때부터 당헌당규에 숙의배심원제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헌당규를 만들던 창당준비 기간부터 문제가 돼왔지만 천 대표가 끝까지 밀어부쳤다는 주장이다. 그는 "배심원들 중에 바람 잡을 목소리 큰 사람 몇 명만 잘 끼워넣어도 현장 분위기를 좌지우지 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이 같은 당내외의 문제제기에 대해 천 대표 측은 '천 대표와 숙의배심원제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보와 통화한 천정배 의원실 관계자는 "숙의배심원제를 선택하고 말고는 공관위가 결정할 문제이고 천 대표와는 관련이 없다"며 "숙의배심원제는 천 대표가 주창한 제도가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계속 사용되어온 제도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제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천 대표는 당장 7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제5차 선거대책위원회 모두발언에서도 모두발언을 했던 7명 중 유일하게 '숙의배심원제'를 거론하는 등 숙의배심원제도에 대한 고집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당의 공천이 다른 어느 당보다도, 다른 어느 때보다도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숙의선인단, 숙의배심원제 등 혁신적인 공천 방식을 채택했다"면서 "이 나라를 책임질 수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대거 발탁해 무능하고 무기력한 한국 정치를 확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숙의배심원제를 이용한 물갈이로 한국 정치를 바꿔야한다'는 말로 들릴 수도 있다.

결국 관건은 공천 시행세칙에서 결정지어질 숙의배심원제와 여론조사의 비율이다. 정연정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는 지난달 29일 당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숙의선거인단, 배심원제, 여론조사 모두 지역구 상황에 따라 적용될 수 있고 그 적용 결정은 공관위에서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당이 혁신이라며 킬러콘텐츠로 자랑하던 '숙의배심원제'가 '시한폭탄'이 되어 안그래도 혼란스러운 당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가는 물론 유권자들도 국민의당의 선택을 눈여겨 보고 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전형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