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는 9일(이하 한국시간) 플로리다 오토 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5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해 0-5로 뒤진 2회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로써 박병호의 이번 시범경기에서의 성적은 5경기 출장, 타율 0.231(13타수 3안타) 2홈런 6타점을 기록하게 됐다.
박병호의 홈런은 첫 타석에서부터 나왔다. 그는 팀이 0-5로 크게 뒤진 2회초 1사 후 타석에 들어서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기록했다.
벌써 시범경기 2경기 연속 홈런이다. 앞서 박병호는 지난 7일 탬파베이와의 시범경기에서 만루홈런을 작렬, 진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특히 이번 홈런에 대한 의미가 상당하다. 박병호에게 홈런을 내준 투수가 메이저리그 13년차 베테랑인 개빈 플로이드이기 때문이다. 플로이드는 지난 2001년 필라델피아로부터 1라운드 전체 4순위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였고,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인 2008년 17승을 거두며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빅리그 통산 72승을 거둔 투수에게 홈런을 빼앗았다는 점은 박병호의 레벨이 이미 메이저리그에 위치해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지금의 타격감을 정규시즌에서도 이어간다면 마쓰이 히데키가 보유 중인 아시아 선수 메이저리그 1년 차 최다 홈런(16개) 기록은 어렵지 않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가 최소 20홈런 이상 기록한다면 지난해 강정호 이상의 의미를 남길 수 있다. 바로 아직까지도 편견이 이어지고 있는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파워가 그것이다. 물론 아직 시범경기 중이라 섣부른 판단일 수 있으나 박병호가 보여주고 있는 파워는 기대감을 갖기 충분하다.
지난 2003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마쓰이는 첫해 163경기에 나와 타율 0.287 106타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기대했던 홈런이 16개에 불과했다. 그가 직전 시즌 요미우리서 50홈런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성적표였다. 그만큼 파워에 한해 아시아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기만 했다.
박병호는 지난 시즌 넥센에서 53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가 미네소타에 입단한 뒤 미국 현지에서 바라보는 기대성적은 20홈런 남짓이다. 미네소타 구단 역시 박병호가 20홈런 이상만 기록해도 대성공이라는 입장이다. 마쓰이가 그나마 자신의 힘을 과시했을 뿐, 대부분 아시아 선수들의 파워 수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박병호라면 다를 수 있다. LG 트윈스에서 긴 침묵의 시간을 보냈던 박병호는 2011년 넥센 유니폼을 입은 뒤 기적에 가까운 기량향상을 이뤄왔다. 특히 홈런 등 파워 수치는 매년 증가했고, 이와 함께 타격 기술도 발전해 자신의 약점을 지워나가고 있다. 절정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박병호의 시즌 개막이 기다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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