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공관위의 내분, 또 다시 이한구의 승리?
구성부터 끊임없이 잡음내던 공관위…갈등 일단락됐지만 해석은 분분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너무 독단적이라며 '비박계'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이 공관위 참석을 보이콧하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성 당시부터 계파 간 갈등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예견된 내분이다.
홍 부총장은 11일 오전 'TBS 라디오'에 나와 이 위원장을 향해 "당 대표에 관한 사항까지도 공관위원장이라는 이름으로 독선적으로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너무 독단적이고 자기 임의적인 이야기를 함부로 쏟아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황 총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대표에 관한 사항까지도 공관위원장이라는 이름으로 독선적으로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공관위 회의에도 불참했고 이 위원장은 이들이 없는 상황에서 3차 공천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3차 경선지역 35곳과 단수추천지역 27곳을 발표하고 나서 "두 분(황진하·홍문표)이 참석 안 해도 심사는 계속 한다"며 "결론을 안 낼지는 몰라도 심의는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 총장, 홍 부총장을 상대로 회의 참석을 여러 차례 권유했으나 이들이 참석을 거부했다. 두 사람은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 뿐"이라며 "고위 당직을 맡은 두 사람이 선거 준비를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을 통해 서로를 향해 볼멘소리를 내놓던 이 위원장과 홍 부총장은 이날 오후 공관위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당사에서 만나 설전을 펼쳤다. 이 위원장은 홍 부총장을 향해 "홍 의원은 아침에는 회의 안 나오고 인터뷰만 하시더라. 바깥에 대고 자꾸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니면 안 된다. 좀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홍 부총장은 "이야기를 안에서 하던 밖에서 하던 해야지"라며 "그걸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면 되나. 들어주실 건 들어주셔야지"라고 응수했다. 이미 감정이 상한 채 이들은 회의장으로 들어갔고 진행한 면접에 대한 심사를 이어갔다. 그러나 회의장 내부에서는 서로를 향한 설전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시작부터 삐그덕 댔던 공관위
공관위는 지난달 4일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한구 의원을 위원장으로, 황 총장을 부위원장으로, 홍 부총장과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 김회선 의원 그리고 외부인사 4명을 공관위원으로 결정,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이 의원은 당초 친박계가 밀던 카드였다. 그러나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에선 이 의원이 과거 상향식 공천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해 온 점을 들어 반대해왔다.
여러 의견 속 이 의원이 위원장으로 오르면서 김 대표가 상당 부분 양보를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비박계 사이에선 상향식 공천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발생했다. 이 의원은 위원장이 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상향식 공천제라고 해서 국민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주장하며 김 대표와의 마찰을 예고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는 공관위는 공천 '관리'의 역할만 할 뿐 그 이상의 심사나 활동은 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팽팽히 맞서던 양 측은 2월 17일 결국 폭발했다. 사태의 발단은 16일 이 위원장이 △우선·단수추천지역제 적용 지역구를 17개 광역 시·도별로 1~3개씩 지정하고 △경선 후보들끼리 합의가 안 되면 100% 여론조사로만 경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전략공천'의 부활로 해석됐고 김 대표는 "선거를 안 하는 한 있어도 (이 위원장의 주장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격노했다. 김 대표는 "공관위를 해체해야 한다"라고 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공천관리 업무에 당 대표가 개입하면 안 된다고 당헌에도 그렇게 돼 있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공천위 차원의 합의가 없었는데 이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발표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며 갈등이 증폭됐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황 총장과 홍 부총장, 박 2부총장, 김 의원은 17일 오후 이한구 의원실을 찾아 논의했다. 이후 이 위원장은 "앞으로는 공천위 회의 결과를 발표할 때 충분히 논의한 뒤에 발표하겠다"고 물러섰다. 표면적으로는 이들이 서로 악수를 하고 웃으며 마무리 해 갈등이 봉합되는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공관위원들 간 이야기가 모두 달라 일각에선 공관위 내 대변인을 선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후 새누리당은 공천 신청을 받고 공관위가 면접 심사를 진행하며 큰 탈 없이 흘러갔다. 김 대표도 예외 없이 면접을 보도록 한 탓에 김 대표와 이 위원장 간 껄끄러운 자리가 연출될 거라 우려했지만 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6일 '후보자' 김무성은 '면접관' 이한구와 당사 면접장에서 만났고 김 대표는 "인사합시다. 차렷, 경례"라며 공관위원들에게 예를 갖췄다.
그러나 10일 김 대표 지역구(부산 영도)에 대한 경선 발표 보류 논란으로 황 총장과 홍 부총장이 공관위 보이콧을 선언하며 앞선 갈등의 봉합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음을 확인케했다.
또 화해한 이한구-황진하, 이번에도? 이번에는?
11일 오후 2시부터 돌입한 회의 결과 공관위원들은 놓았던 손을 다시 한 번 맞잡고 잠깐 멈췄던 공관위를 정상화시키기로 했다. 4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모습을 드러낸 이 위원장은 "그동안 공관위 운영과 관련해 갈등으로 비춰진 부분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소통으로 공관위 구성원 모두가 합리적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김 대표 지역구 경선 발표)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기로 했다. 또 빠른 공천결정을 바라는 전국 예비후보자들의 여망에 부흥할 수 있도록 공관위 심사 속도를 더 빠르게 하기로 했다"며 "지도와 편달을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황 총장은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만나 "서로 오해하고 갈등을 빚었던 요소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이젠 그렇게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오갔다"며 "이제 정상적으로 토의하고 진행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회의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정확히 파악은 안 되지만 공관위는 지난 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선거를 앞두고 계속해서 당이 분란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서로 한 발짝 씩 물러나 우선 갈등을 봉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계 사정에 밝은 한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에 "김 대표를 포함해 그 주변에 있는 인사들의 입장에는 지금 시간이 없다. 황 총장과 홍 부총장이 계속 정면승부로 갔다면 새누리당은 공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것을 전제로 협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 때문에 당연히 김 대표를 포함해 그 외의 것까지 담보하는 무언가를 얻었기에 공관위 갈등이 봉합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놨다. 이 위원장의 강경한 성격상 어떤 거래가 있었다기보다는 비박계 공천위원들이 자신들이 빠진 채로 계속해서 회의가 진행될 경우 본인들에게 마이너스로 작용이 될 것에 대한 우려에 고개를 숙였을 거라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본보에 "이 위원장 입장에선 비박계 공천위원들이 보이콧 하더라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식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결과 역시 친박의 승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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