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모친 "피 말리는 대결, 엄마로서 너무 힘들었다"
라디오 출연해 아들 경기 지켜본 소감 전해…"다시 두면 비등하지 않을까"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겨뤄 최종 전적 1승 4패로 대국을 마감한 가운데, 이 9단의 모친 박양례 씨가 이번 대회에 나선 아들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박 씨는 16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대회 기간 동안 아들의 대국을 가슴 졸이며 지켜본 어머니로서의 심정을 전했다.
이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아들의 경기를 지켜봤다는 박 씨는 "(아들이) 힘들어 할 때마다 엄마의 마음으로는 참 안타까웠다"며 "이번에 많이 졌지만 잘 했다고 보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박 씨는 이 9단이 지난 9일 열린 1국부터 알파고에 3연패를 당했을 당시 심정에 대해 "3번기까지 졌을 때는 밥이 들어갔겠나"라며 "잘 먹지도 못하고 입술이 부르트게 (경기를) 보았다"고 말해 어머니로서 자식을 향한 애끓는 마음을 짐작케 했다.
실제 그는 3국이 끝난 이후 이 9단과 전화통화를 하고 "3번기 다 졌지만 충격적인 마음을 갖지 말고 또 졌더라도 4, 5번기가 있으니 거기에 대비해 두면 이기는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인공지능은 기계적으로 두는 것이고 이길 확률이 인간으로서는 적다고 하니 너무 충격적인 마음을 갖지 말라"라고 위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박 씨는 "이 대회를 함으로써 세계 어느 곳, 모르는 곳에도 다 세돌이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나"라며 "그것만으로도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우니까 마음을 비우고 잘 하라고 전화했다"고 말했다. 3연패를 당한 이 9단은 이 같은 어머니의 위로에 "그렇게 생각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이후 4국에서 이 9단이 승리한 데 대해 "그 때 기분이야 이루 말할 수 없고, 어느 누구하고도 비할 바가 없다"고 회상했다. 다만 마지막 5국에서 이 9단이 아쉽게 패한 것과 관련해서는 "자기가 흑을 선택해 흑으로써 이겨보겠다 마음먹었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고 너무 미세한 바둑으로 끝났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밖에 박 씨는 일각에서 이 9단과 알파고의 재대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이게 너무나 힘들고 피를 말렸지 않나. 혼자 힘으로써는 너무 힘들 것 같고 엄마 입장으로서도 피를 말리고 손에 땀을 쥐고 봐서 너무 힘들 것 같다"면서도 "아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경험을 얻었겠고 많은 것을 느껴서 (다시) 둔다고 하면 비등하게 나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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