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미사일 도발 시점, 북 기념일 보면 안다?
1, 2, 3, 4차 핵실험 및 미사일 도발 북한 기념일과 연관
4월 15일 김일성 생일 '태양절' 앞두고 5차 핵실험 가능성 있어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연일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이 실제 도발을 감행한다면 그 예상 시점은 4월 15일 김일성 생일, 이른바 '태양절'이라 일컬어지는 북한의 최대 기념일 전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 북한의 대형 도발(핵실험-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점이 북한의 주요 정치적 기념일을 전후해 전개됐던 점에 미뤄 이번 도발 역시 가까운 시일 내 예정된 북한의 기념일을 기점으로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5월 초 36년 만에 7차 당대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만큼, 당대회가 열리기 전 위세를 과시하기 위한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과거에도 주요 정치적 기념일을 전후해 대형 도발을 감행해왔다. 2005년 핵보유 선언 이후 북한의 대형 도발 패턴을 살펴보면, 지난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은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직전에 이뤄졌다.
노동당 창건일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인 태양절·광명성절 다음으로 꼽히는 북한의 최대 기념일이다. 광복 직후인 1945년 10월 10일 조선노동당의 모태인 조선공산당의 서북 5도 당책임자 및 열성자대회가 열렸던 날을 기념하기 위해 1949년부터 북한의 국가명절로 지정됐다.
이후 북한은 2009년 4월 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을 열흘 앞두고 장거리 미사일 '은하 2호'를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하고, 약 한달 뒤 2009년 5월 25일에는 2차 핵실험을 실시해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였다.
북한에서 태양절은 명실 공히 최대 명절이다. 1912년 4월 15일 김일성의 출생을 기념하기 위한 날로 각종 전시회와 결의대회,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등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며 명절 중에서도 가장 성대하게 치르고 있다.
북한은 2012년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도 태양절 직전인 4월 13일에 발사했고, 이어 같은 해 말 헌법절(12월 27일)을 앞두고서는 '은하 3-2호'를 쏘아 올리기(12월 12일)도 했다. 헌법절은 태양절이나 노동당 창건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지만, 우리식 사회주의와 유일영도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무엇보다 은하 3-2호의 발사는 당시 집권 1년차를 맞은 김정은의 29번째 생일(1월 8일)을 한달여 앞두고서 진행되기도 했다.
2013년 2월 12일에 벌어진 3차 핵실험도 북한의 기념일과 연계돼 있다. 북한은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과 함께 민족 최대 명절로 기념하는 김정일의 생일, 이른바 광명성절(2월 16일)을 나흘 앞둔 날 3차 핵실험을 단행하며 핵 능력을 과시했다. 북한은 김정일의 별칭인 '광명성'을 따 그의 출생일을 광명성절이라고 이름 붙이고 태양절과 마찬가지로 각종 전시회 등 행사를 열고 김정일 찬양 분위기를 고취시키고 있다.
또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올해 1월 6일 김정은의 생일(1월 8일) 직전에 전격적으로 실시됐다. BBC 등 외신들은 이번 4차 핵실험이 아버지 김정일의 뒤를 이어 집권 5년차를 맞는 "김정은의 생일맞이 축포"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은 김정은의 생일을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처럼 공식적인 명절로 지정해 기념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후계자로서 북한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김정은의 생일도 북한 내에서는 주요 기념일과 마찬가지로 여겨질 수 있고, 머지않아 공식 명절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 사이의 지배적 견해다.
이러한 북한의 대형도발 패턴에 따라 당장 앞두고 있는 태양절을 기점으로 해 5차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차 핵실험 예상 시점과 관련, 21일 '데일리안'에 "태양절이라고 불리는 김일성 생일 기념일 전에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김정은이 5차 핵실험을 빨리 하라고 지시했으니 아마 하게 된다면 4월 15일 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김일성의 생일은 김정일의 생일과 함께 북한의 2대 명절로 불리는데, 북한이 이를 경축하는 의미에서 또 자신들이 이야기하는 핵무기 다중화·소형화·경량화가 완성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그 시점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보에 "만약 5차 핵실험을 하게 된다면 시기적으로 4월 태양절보다는 7차 당대회를 앞두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7차 당대회 때 무언가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 북한은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결국 당대회에서 핵·미사일 능력을 성과로 보여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5월 초를 전후해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이 이미 5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판단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5차 핵실험은 지금 당장에라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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