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강석훈도 낙천, 강남벨트 '진박 마케팅' 흔들
'진박' 조윤선 이어 '친박 두뇌' 강석훈도 경선서 패배
전문가 "새누리당 지지 세력 내에서도 빨간불 켜진 것"
새누리당의 텃밭인 강남벨트(강남-송파-서초구)가 심상치 않다. '진박'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서울 서초갑)이 경선에서 패배, 탈락한 가운데 친박계 강석훈 의원(서울 서초을)까지 낙천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21일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16개 지역구의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서초을에서는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이 강석훈 의원을 꺾었다. 서초구는 새누리당의 핵심 지역이다. 이에 '진박 마케팅'이 경선에서부터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민심의 심판을 당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 서초갑에서는 조 전 수석이 친유승민계 이혜훈 전 의원에게 패했다. 경제통이 이 전 의원은 "경제민주화 대선 공약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다 '원조 친박'의 이름표를 떼게 됐다. 친박계는 그간 공공연히 "절대로 살려둬선 안 된다" "공천을 줘서는 안 된다"며 이 전 의원을 벼르고 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강남벨트를 구성하는 나머지 지역구인 송파구에서는 범비박계 후보가 당선됐다. 서울 송파갑에서는 현역 박인숙 의원이 김무성 대표의 측근인 안형환 전 의원을 눌렀다. 친박 후보가 살아남은 지역은 송파을 단 한 곳이다. 지난 15일 '원박'(원조친박) 중 원박인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단수추천으로 공천을 확정받았다.
강남벨트를 제외하고도 '진박 역풍'은 새누리당의 안방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경북 상주 군위 의성 청송에서 친박계 핵심인 재선의 김재원 의원(군위 의성 청송)이 초선 김종태 의원(상주)에게 지는 이변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무특보였던 김재원 의원이 '대통령의 오른팔'을 자임하며 진박 마케팅에 나섰지만 이 역시도 민심을 얻지 못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대구 지역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도전장을 던지며 식당에 모여 대구발전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공동 행동키로 의견을 모았던 '진박 연대'의 성적표도 저조하다.
공천이 확정된 '진박' 인사는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구갑)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대구 중남구) 3명 뿐이다. 그마저도 정 전 장관은 현역인 류성걸 의원이 경선에서 원천 배제 당하면서 단수추천 됐고, 추 전 실장은 현역인 이종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단수 후보로 확정된 것이다. 반면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대구 북구갑)과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대구 서구)는 공천에서 쓴잔을 마셨다.
PK에서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부산을 방문해 '진박 마케팅'에 힘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허남식 전 부산시장은 김척수 부산시 정책고문에 무릎을 꿇었다.
이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지지 세력 내에서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경선의 경우에는 일반 국민의 참여율이 떨어지고 새누리당 지지세력들의 경선의 전화응답을 주로 한다"면서 "진박 후보들이 낙천하는 것은 새누리당 내에서도 반발 기류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초반과는 진박 후보들의 성적표가 나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지금 와서는 분위기가 초반과는 완전히 바뀌었다는 지점이 눈 여겨봐야할 대목"이라며 "당의 텃밭 중의 텃밭에서 김재원 의원, 조윤선 전 수석 등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이 날라갔다면 다른 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유승민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이 더 주저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용산구 재배치설이 돈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5시 마감된 공천 재응모에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관위원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경선결과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신청을 안 했다. 용산구로 안 갈 것 같다"며 "통화를 하진 않았지만 서초의 딸이 된다고 했다가 용산에 가는 게 안 맞다고 생각한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은 '연합뉴스'를 통해 당 최고위의 추천에 대해 "고마운 일이나 서초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당 최고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갖고 조 전 수석을 탈당한 진영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용산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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