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바보 라로쉬, 한국이었다면?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03.22 17:28  수정 2016.03.22 17:29

14세 아들 클럽하우스 동반 제한에 은퇴 결심

따뜻한 아버지지만 이기적인 직장인 비판도

애덤 라로쉬 ⓒ 게티이미지

지난 주 아들의 라커룸 출입 문제로 은퇴 결정을 내린 메이저리거 애덤 라로쉬(37·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사연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포함 미국 야구계에서도 전례가 드문 사건이다.

당초 사건의 초점은 ‘아들바보’ 라로쉬의 뜨거운 가족애와 시카고 구단의 박정한 태도가 부각됐다. 가족을 중시한 라로시는 항상 아들을 클럽하우스에 데리고 다녔고, 구단과 계약을 맺을 당시에도 이 조건을 약속받기도 했다.

그런데 라로쉬의 성적 부진이 이어지자 구단 측은 라로쉬의 잦은 동반 출입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결국 말을 바꿔 라로시 아들의 라커룸 출입을 막으려다가 반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아들이 받을 상처에 고심하던 라로시는 결국 은퇴라는 강수를 택했다.

이에 반발해 좌완 에이스 크리스 세일 등 라로시 편에 선 일부 선수들이 켄 윌리엄스 사장에게 항의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론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히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구단의 정당한 권유를 거부하고 자기 가족만 챙긴 라로쉬의 태도가 더 이기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오히려 라로쉬가 시도 때도 없이 14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선수들만의 공간인 클럽하우스를 헤집고 다니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느끼거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동료들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 윌리엄스 사장이 아니라도 프런트가 어느 정도 개입해 조율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화이트삭스 구단이 라로시에게 권유한 것도 아들의 출입을 전면 금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절반 정도만이라도 줄여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라로쉬는 이마저 거부하고 은퇴라는 강수를 택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2015시즌을 앞두고 라로시와 2년 26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은퇴하면서 돈을 포기한 것이 대단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라로시는 이미 야구로서 돈을 벌만큼 번 선수고, 본전도 뽑지 못한 구단에 대한 존중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런 라로쉬를 단지 가족애가 투철하다고 해서 프로다운 선수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결과적으로 라로쉬 사태로 인해 화이트삭스 구단은 2016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고, 잠시나마 팀 내분 사태로까지 이어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라로쉬 같은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은 미국 이상으로 가족을 중시하는 사회다. 국내에서도 종종 베테랑 선수들이 자녀를 데리고 클럽하우스에 출입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주로 특별한 날이나 이벤트가 있는 경우에만 한정된다. 일반 회사로 치면 직장에 매일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것은 용납할 동료나 상사는 없다.

라로쉬가 한국선수였다면 "프로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더 들었을 것이다. 누군가에는 따뜻한 아버지일지도 몰라도, 누군가에는 프로의식과 책임감이 부족한 이기적인 직장인이 될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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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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